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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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낳은 세기의 대문호 루쉰을 만난다! ―꽃도 없고 시도 없는 사막의 시대에 피워 올린, 『들풀』 루쉰의 산문시집 『들풀』은 1924년에서 1926년 사이에 쓰여진 산문시 23편과 출간을 앞두고 첨가한 머리말을 묶은 산문시집이다. 이 시기는 후스(胡適) 및 현대평론파와의 논쟁, 베이징여자사범대학교 사건, 3.18 참사, 4.12 사변 등 루쉰 생애에 있어 가장 혹독하고 괴로운 때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루쉰의 창작이 절정에 이른 시기이기도 했다. 이 당시 루쉰은 단편소설집 『방황』과 함께 여러 편의 잡문집(『무덤』, 『화개집』, 『화개집속편』)을 발표했으며, 또 유년 시절과 젊은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아침 꽃 저녁에 줍다』도 썼다. 이런 가운데서도 『들풀』은 루쉰의 사상과 현실변혁의 의지가 가장 응축되어 있어, 그의 문학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루쉰의 유일한 시집이기도 하다). 루쉰은 『들풀』에서 자신의 의식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는 것들을 집요하게 파헤쳐 냈다. 중국인들의 삶의 존재방식에 의문을 달기도 하고, 삶과 죽음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특히 철인(哲人)의 시선으로 당대를 꿰뚫고, 혁명가의 행동으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절망적인 현실을 어둠에,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음에 대비시키고, “투창을 들고”(<이러한 전사>) “암흑을 향하여 무지(無地)에서 방황”(<그림자의 고별>)하고 “싸늘한 욕설, 독한 웃음을 등 뒤에 남겨 둔 채”(<길손>) 홀로 먼 길을 가고자 다짐한다. 멈추어 쉬는 것도 거부하고 오직 앞으로 나아갈 뿐인 나그네. 루쉰은 이상세계를 그리진 않았으나 결과를 셈하지 않고, 희망에만 목매지 않고 언제까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충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