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윤리적 세대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이 사회를 향해 외친 의분과 정의의 목소리! 일본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로 붕괴한 후, ‘3?1 이후’를 논할 것이 아니라 3?1 이전과 이후가 별로 다르지 않은 사회의 모습을 깨닫고, 완전히 다른 세계를 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가 아닐지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이 참사를 기준으로 그 전후가 그저 ‘다른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17~18쪽, <1. 세월호 참사, 우리는 기억의 의무를 기꺼이 져야 한다>에서 기성세대는 바야흐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지금, 자신들의 지난 삶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 앞에 맨몸으로 서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이것을 인정하건 안 하건 이미 객관적인 역사는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탄생도, 한국 사회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각오도 모두 우리 개인들의 눈앞에서 전개된 이 이해할 수 없는 젊은 죽음들에 대한 대면자세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세월호의 침몰 요인과 과정, 청년 수장과 구조 실패, 세월호 이후의 대처와 담론, 이 세 국면으로 구성된 세월호 사태는 서로 긴밀히 연결된 일련의 연쇄고리이기 때문입니다. ―121쪽, <정치학자 박명림 교수 인터뷰>에서 전 우리 청소년들이 충분히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분노하고 맨 밑바닥까지 가라앉아야 우리가 바닥을 차고 올라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역사의 긴 흐름을 봐주세요. 당장 저 거대한 것을 상대한다고 해서 역사가 바뀔까? 근데 우리 한 발짝 물러서서 봅시다. (...) 70, 80년 전에 믿기지 않던 것들을 지금 우리는 당연한 권리로 누리고 있습니다. 역사는 바뀌는 거예요. 얼마만큼 바뀌나? 우리가 바라는 만큼은 안 바뀌어요. 우리 스스로 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바뀌진 않아요. 왜냐면 우리 기대치가 크니까. 그렇지만 우리가 피 흘린 만큼, 우리가 땀 흘린 만큼 역사는 바뀌어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 앞세대가 흘렸던 피와 땀을 우리가 헛되이 소비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에요 ―193쪽,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 인터뷰>에서 이 책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청소년과 청년들의 분노와 정의의 목소리, 그리고 박명림, 한홍구 등 각계 학자들의 참회와 재건의 목소리를 담으려 애쓴 책이다. 세월호 참사는 시대의 절망이자 비극으로, 우리 사회에 숨겨진 수만 가지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고통스러운 사건이었다. 이는 비단 세월호 참사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밀양의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 노후한 고리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에 대한 논쟁, 강정의 제주해군기지. 국내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일본의 평화헌법은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가? 이렇게 거대한 공적인 문제들을 누가 결정하는 것이며 우리는 이 문제들에 어떤 영향력을 갖고 어떤 책임감을 가질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에 응답하지 못하는 지금의 사회는 그야말로 무능하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기울어가는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이렇게 지켜보고 있다가 가라앉을 수는 없다. 이제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물음을 스스로 던지고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1부 책임진다는 것은 응답하는 것이다’에서 청소년들은 *왜 선장은, 해경은, 정부는, 대통령은 옳은/적절한 선택을 해내지 못했을까요?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한국 사회의 문제일까요? *세월호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우리가 세월호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혹은 세월호 희생자의 가족이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무엇이 슬픕니까? 조문하는 시민들을 보며 어떤 마음이 들었습니까?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요? 이처럼 새로운 세대가 쟁취해야 할 변화는 무엇입니까? 등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며 그에 대한 나름의 답도 고민하고 있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희망을 부르는 소녀 바리』 등의 책을 함께 읽으며, 위의 질문들을 발전시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폭력적 구조 속에서 우리를 이토록 무력하게 길들여 온 힘의 실체와 역사적 연원은 무엇일까?’ 등 깊이 있는 질문들을 만들어냈다. 다행히 우리 사회에는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해온 어른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아마 우리와 비슷한 계기로 세상에 모순을 느끼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 물음을 던졌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치열하게 답을 찾아나가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아왔던 인생의 선배들(시인이자 소설가 김선우, 정치학자 박명림, 철학자 이왕주, 경제학자 이정우, 역사학자 한홍구)을 직접 찾아가 나눈 이야기는 ‘2부 절망의 시대, 희망을 길을 묻다’에 담았다. 책임진다는 것은 응답하는 것이다! 절망의 시대, 희망을 길을 함께 묻자! 절망을 계속 안고 살 것인가, 이를 딛고 더 나은 삶을 재건할 것인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들의 손에 달려 있다. 올바르고 아름다운 것들을 지향하는 감각을 기르는 것, 이전 세대에서는 불가능했던 기회와 가능성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리고 공동선을 향해 가기 위한 성찰을 끈기 있게 해내는 것. 이러한 도전과 노력을 통해 개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사회를 움직이는 한 세대의 목소리로 윤리적 선택들을 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세대는 비로소 탄생할 수 있다. 지금 청소년 세대는 가장 윤리적일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최초의 세대이다.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세대이며, 가장 다양한 문화에 열려 있는 세대이다. 또한 내가 하는 행위가 지구 반대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더 현명해지고 더 윤리적이며 더 아름답고 더 지혜로운 세대로 거듭나야 한다. 기성의 언어로는 규정지을 수 없는 창조적인 세대, 누군가에 의해서 이름 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세대. 우리는 그러한 새로운 세대를 탄생시켜야 하며, 그 세대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