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강신주의 행복한 장자 읽기
그의 철학적 문제의식의 자양분이었던 장자를 통해 우리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춰본다
지금 한국에서 강신주만큼 대중에게 인문학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인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이처럼 철학의 대중화를 이끈 강신주의 철학은 장자에서 시작한다. 장자의 전공자이기도 한 강신주는 장자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는 확신 때문에 장자의 정신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망각과 자유』는 짧지만 깊은 밀도로 우리에게 장자 철학의 진수를 전해주며, 장자를 통해 삶의 여러 문제를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해준다.
로고스의 빛을 찾아 어둠 속을 헤매던 서양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자 이래로 중국 철학자들은 평화와 행복으로 안내해줄 수 있는 안전한 길, 즉 도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오직 장자만큼은 길이 미리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길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장자가 만들라고 했던 그 길은 타자를 향하는 길이다. 우리 인간은 타자와 사랑과 연대 없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신주는 장자가 우리에게 인문학의 정신이 인간에 대한 사랑에 있다는 점을 가르쳐주었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인문학의 위기란 결국 인간의 자유와 행복의 위기와 진배없다는 것이다. 강신주는 자유와 행복, 사랑과 연대를 향하는 도정에서 망각을 제시하는데, 망각은 우리 삶을 좀먹는 기억들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니체, 들뢰즈, 메를로퐁티, 레비나스 같은 서양 철학자를 가로질러 장자로 귀환하면서 망각이 지닌 가능성을 재차 타진하는데, 이처럼 장자를 중심기둥으로 두고 동서의 복잡한 사유체계를 구체적 삶으로 이끌어내어 철학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파헤치고 궁극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 책은 강신주의 철학적 문제의식의 발단이 된 장자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장자를 통해 인간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또한 강신주가 대중을 파고드는 힘의 기저에 장자의 사유가 노정되어 있음을 잘 보여주는데, 박사 학위를 방금 마쳤던 패기만만했던 젊은 학자 강신주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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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가 이야기하는 도, 즉 그 길의 끄트머리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이곳에서 우리는 바로 타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장자가 우리에게 만들라고 이야기했던 길은 다른 것이 아닌 타자에게로 향하는 길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왜 타자에게로 건너가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타자와의 사랑과 연대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우리에게 인문학의 정신이 인간에 대한 사랑에 있다는 점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의 즐거운 삶을 긍정하고 옹호하려는 정신에서만 가능한 것이지요.
나는 장자의 정신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그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그리고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 이 책을 처음 접한 일반 독자에게는 작은 책으로 보일 테지만, 동시에 읽다보면 만만치 않은 책으로 다가올 겁니다. 한 마디로 말해 밀도가 아주 센 책이니까요. 글을 다시 다듬으면서 애잔하지만 동시에 정겨운 마음이 자주 들었습니다. 장자로 박사 학위를 방금 마쳤던 패기만만한 젊은 학자의 모습, 과거 제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머리말」 중에서
장자의 사유를 통해 타자를 향한 사랑과 연대의 길을 찾다
지금 한국에서 강신주만큼 대중에게 인문학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인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이처럼 철학의 대중화를 이끈 강신주의 철학은 장자에서 시작한다. 장자의 전공자이기도 한 강신주는 장자로부터 배워야 하고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는 확신 때문에 장자의 정신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망각과 자유』는 짧지만 깊은 밀도로 우리에게 장자 철학의 진수를 전해주며, 장자를 통해 삶의 여러 문제를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해준다.
로고스의 빛을 찾아 어둠 속을 헤매던 서양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자 이래로 중국 철학자들은 평화와 행복으로 안내해줄 수 있는 안전한 길, 즉 도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오직 장자만큼은 길이 미리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길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도 당돌하게 외친다. 장자에게서 길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만들어야만 하는 길, 그래서 우리의 피와 땀이 묻어 있는 흔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자가 만들라고 했던 그 길은 타자를 향하는 길로 우리는 타자에게로 건너가야 한다. 우리 인간은 타자와 사랑과 연대 없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신주는 장자가 우리에게 인문학의 정신이 인간에 대한 사랑에 있다는 점을 가르쳐주었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인문학의 위기란 결국 인간의 자유와 행복의 위기와 진배없다는 것이다.
강신주는 자유와 행복, 사랑과 연대를 향하는 도정에서 망각을 제시하는데, 망각은 우리 삶을 좀먹는 기억들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도대체 망각은 어떻게 우리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고 풍성해질 수 있는 기제로 작동하는 것인가?
망각은 철학의 원대한 가능성이요, 사랑과 창조적 생성의 길을 열어준다
망각 하면 꽤나 부정적 의미로 다가온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암울한 기억들은 인간의 사랑과 연대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런 기억들과 치열하게 싸울 때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보할 수 있다. 강신주는 장자가 망각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오직 망각만이 우리 삶을 좀먹는 기억들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망각은 하나의 수단이자 통과의례이지 궁극적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인문학의 최종 목적은 사랑과 연대를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기억들을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타자, 자유, 고독을 함축하는 감정으로, 행복으로도 비극으로도 끝날 수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타자가 우리를 영원한 고독 속에 방치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축복이면서 동시에 불행의 기원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랑하는 타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짐으로써 근본적으로 타자의 자유, 즉 타자성을 부정하게 될 수 있다. 장자는 이것을 망각하고 비우라고 한다. 이때 망각은 타자를 사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자 사랑에게 빠진 우리가 비극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안된다.
기억은 일반적으로 망각에 대비해 긍정적으로 이해된다. 서양철학이 자랑하는 주체의 투철한 자기반성은 기억의 힘으로 가능해진다. 이는 서양철학에서 깊게 드리워져 있는 플라톤의 그림자도 기억이라는 테마에 의한 것임을 시사한다. 강신주는 칸트, 피히테, 헤겔로 이어지는 독일 관념론이 플라톤의 가장 훌륭한 계승자라고 지적한다. 플라톤을 근본적으로 넘어서기 위해 서양철학은 기억이라는 능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사유해야 했는데,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주의 같은 철학사조는 그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대에 와서 서양철학은 기억을 넘어서려 하고 마침내 망각을 하나의 문제로 직면한다. 강신주는 여기서 서양철학이 중국철학과 대화할 수밖에 없는 지점을 직감한다고 지적한다.
서양철학에서 망각의 중요성은 니체를 통해 진지하게 숙고된 바 있다. 니체에게 기억이 부정적이며 수동적인 능력이라면, 망각은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능력이다. “망각이 없다면, 행복도, 명랑함도, 희망도, 자부심도, 현재도 있을 수 없다.” 니체가 이야기하는 망각은 기억을 초월하려는 능동적 힘, 기억을 벗어나려는 치열한 투쟁이 된다. 아무런 대가 없이 모래성을 만들고, 파도 때문에 부서지는 모래성을 보고 까르르 웃는 어린아이들이 만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