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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 아내폭력에서 탈출한 여성들의 이야기 “나는 아름다운 생존자입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직접 쓴 폭력 현장의 기록 이 책은 여덟 명의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직접 쓴 폭력 현장의 기록이다. 한국여성의전화 부설기관인 ‘쉼터’로 탈출해온 여성들이 열두 번의 글쓰기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글로 썼다. 1987년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처음 개설한 ‘쉼터’는 여성폭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자 여성들의 방공호다. 이 책은 쉼터가 세워진 지 3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책이기도 하다. 쉼터에서 토해내듯 쓴 피해 여성들의 글을 보면 남편의 폭력, 아이들과의 생이별, 가정폭력에 무지한 사회 시스템 등을 그들의 언어로 생생히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몰랐던 가정폭력의 현장은 책 한 장을 넘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고 끔찍하다. 하지만 되려 필자들은 “나는 아름다운 생존자”라고 외치며 과거의 끔찍한 경험과 지금 그려나가는 희망찬 삶을 글로 만들어냈다. 우리는 또다시 폭력을 경험하는 듯한 고통을 이겨내고 글을 쓴 필자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 귀 기울여야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외면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가정폭력이란 문제가 ‘사소’하지 않고 ‘중요’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앞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제도와 정책이 바뀌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 집 안에서 벌어지는 여성 살해(페미사이드) 2017년 설 연휴, 스물일곱 살의 한 여성이 이제 갓 백일 된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여성은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소식이 유독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여성이 죽기 전 경찰에 세 번이나 신고하는 등 “살려달라”고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틈틈이 신문 지면에서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여성들이 목숨을 끊거나 살해당하거나 심지어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을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2016년 5월 ‘강남역 사건’이 일어나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어진 것은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다. 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매일 십수 명의 여성들이 배우자의 폭력 또는 성산업에서 일하는 도중 사망한다고 한다. 이렇듯 빈번한 여성 살해(페미사이드)가 유독 화젯거리가 된 것은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공적 공간인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성이 모르는 남성에게 집 밖에서 죽으면 충격적인 사건이고, 집에서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맞으면 사소한 일인가?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여성학자 정희진은 ‘왜 그토록 여성이 겪는 문제에 꼭 ―사소―여부가 들어가야 하냐’고 물었다. 남성 문화는 가정 안에서의 폭력이 사소하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한 대응이 꼭 “아니에요, 사소하지 않아요”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소’라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 이미 사소하다는 인식이 포함되어 있다. 정희진의 말처럼 이제 담론은 ‘사소’라는 말의 궤도를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 내부의 사고방식을 먼저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개인도, 사회도 외면하는 가정폭력 2013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45.5%의 가정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두 집 건너 한 집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가 체감하는 가정폭력 발생률은 훨씬 낮다. 피해 당사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은 폐쇄된 세계다. 가정은 ‘이해와 배려의 영역’으로 포장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폭력을 감춘다. 이러한 세계에서 폭력은 당연히 은폐된다. ‘가족이기 때문에’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내가 잘못한 것이므로’ ‘대응하면 폭력이 심해지므로’ 등등의 이유로 피해자들은 나서지 못한다. 남모르는 이에게 당했다면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폭력이 가족이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보복이 두려워서,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화되지 않는다. 사법 처리 시스템 또한 가정폭력을 은폐하려 든다. 2015년을 기준으로 검찰이 사건을 접수한 후 기소조차 되지 않는 비율이 50.4%로 절반에 이르며 가정보호사건 송치비율은 39.1%, 기소율은 8.5%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서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한 비율이 고작 1.3%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정폭력은 거의 사법체계에서 다뤄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니까 개인에서부터 사회까지 모두가 다 가정폭력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대를 이은 가정폭력에서부터 아내 강간까지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글은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가정폭력의 모습을 담고 있다. 붉은 노을의 글에서는 대물림되는 가정폭력의 역사를 볼 수 있다. 필자는 유년 시절 폭력 가정에서 자라며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은 물론,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어머니를 미워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토록 원망했던 어머니를 자신이 닮아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아이들 또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폭력의 현장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마린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여성운동가로 변신했다. 처음 긴급피난처로 선택한 쉼터에서 여성주의를 알게 되고 여성 인권운동을 접하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한국여성의전화 상근 활동가로 일하면서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고 있다. 어려울 때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해나의 글은 아내 강간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한국 사회는 2013년이 되어서야 부부 간에 폭력, 협박으로 가진 성관계를 강간죄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람들은 부부 간의 강간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해나는 12년을 갖은 폭언과 욕설, 구타와 강간에 시달리면서도 참고 살았다. 결국 그는 폭력이 자신을 죽음으로 내모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러서야 뛰쳐나왔다. 잎싹은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 자신이 정신병에 걸리는 것은 물론 아들이 정서 장애로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폭력 가정에서 아이들은 신체적 폭력을 당하지 않아도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한다. 비단 잎싹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폭력을 겪는 많은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반사회적 정서 장애를 겪거나 올바른 사회성을 키우지 못한다. 이런 끔찍한 현장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들에겐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마리아는 오랜 시간 폭력에 시달리며 은행에서 간단한 업무조차 보지 못할 정도로 사회성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경찰서와 학교를 오가며 비밀 전학 수속을 밟았다. 해나는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빼앗긴 채 이혼해야 했지만 언젠가 다시 아이들을 만나는 날을 꿈꾸며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그냥 참고 살았더라면 경제적으로 부족하지도, 아이들을 못 보게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남들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설 준비를 하고 있다. 책은 폭력의 현장만 묘사할 뿐 아니라 탈출 이후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데 이들은 각각 인간의 존엄을 되찾으려 노력하며 희망찬 미래를 꾸려 나간다. 그 모습들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나를 때린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_마리아 난 이제 당신을 용서하려 합니다. 1. 결혼 전 영문도 모르고 내가 사간 선물로 맞은 일을 용서합니다. 2. 신혼여행에서 내 옷을 갈기갈기 찢은 일을 용서합니다. 3. 결혼 초에 처음 내 목을 졸라댔던 일을 용서합니다. 4. 딸을 낳았을 때 아들이 아니라고 서운해하며 나의 잘못도 아닌 것을 전부 내 탓으로 돌린 것을 용서합니다. 5. 나를 목욕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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