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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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제까지는 그 자리에 없었는데 그냥 나타난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서커스장에 어둠이 내리면, 밤하늘을 배경으로 모든 천막이 환히 빛나면서 표지판이 나타난다. 꿈의 서커스Le Cirque des Reves 그리고 철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을 안으로 맞아들인다. 이제 서커스장이 열렸다. 이제 들어가자. ★ 미국에서만 100만 부가 팔린 초대형 데뷔작 ★ 영국, 프랑스, 독일, 헝가리, 일본, 몽골, 브라질 등 전 세계 36개국 계약 두 신사들의 내기 1873년 런던_ 당대 최고의 무대마술사로 평가받는 ‘마법사 프로스페로’의 공연이 화려하게 진행되는 어느 저녁, 무대 왼쪽의 특별석에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다. 공연 내내 프로스페로의 놀라운 묘기에 마음과 시선을 빼앗긴 모든 관객들이 큰 소리로 환호하고 열렬한 박수를 보내지만, 그는 한결같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프로스페로를 지켜보기만 할 뿐, 프로스페로가 선보이는 마술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 분장실을 찾은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는 프로스페로에게서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한번 시합을 치러 승부를 가리자는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그러면서 프로스페로는 자신의 딸을 선수로 내세울 거라며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에게 여섯 살짜리 딸 실리아를 소개한다. 프로스페로의 스승이자 라이벌로, 제자들을 내세워 오랜 세월 프로스페로와 마법 대결을 벌여왔던 남자는 고민 끝에 도전을 받아들이고, 실리아와 맞설 상대로 고아원에서 마르코라는 소년을 입양한다. 이후 마르코는 언제 시작할지, 무엇을 겨루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시합에 대비해 오랜 세월 다양한 수업을 받는다. 1884년 런던_ 얼마전 특별한 공연을 선보인 흥행사 찬드레시 크리스토프 르페브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다트판 중앙에 붙여둔 신문 기사에 끊임없이 나이프를 던지고 있다. 자신이 선보인 공연에 대한 논평 기사이다. “무슈 찬드레시 크리스토프 르페브르는 신기에 가까운 쇼로 관객을 현혹시키면서 현대 무대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한 칭찬으로 받아들여질 내용이지만, 정중한 갈채가 아니라 관객들의 진짜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해온 그는 “가까운”이라는 표현을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신기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경이 그 자체인, 상상을 초월하는 꿈의 서커스를 선보이기로 결심한다. 1885년 뉴욕_ 마법사 프로스페로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신문에 실린다. 그의 집으로 수많은 애도의 메시지와 꽃이 쌓인다. 그것들을 정리하던 실리아는 눈에 띄는 한 장의 카드를 발견한다. 자네 차례야. 이렇게 시합이 시작된다. 마르코와 실리아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랑과 운명을 걸어야 할 숙명의 대결이. 1886년 10월 13일 런던_ 오직 검은색과 흰색과 회색으로만 이루어졌으며 황혼이 내릴 무렵 개장해 해가 뜰 무렵 폐장하는 꿈의 서커스 ‘르 시르크 데 레브’가 드디어 개장한다. 열두 명의 불 곡예사가 서커스 중앙의 마당으로 들어서더니, 시계의 숫자처럼 늘어서 있는 열두 개의 연단에 올라선다. 첫번째 궁수가 솥 모양의 구불구불한 조형물에 화살을 날리자 노란 불꽃이 터지면서 모닥불이 점화된다. 두번째 궁수가 화살을 날리자 불꽃은 청명한 하늘색으로 변한다. 뒤이어 나머지 궁수들이 차례로 자신의 화살을 날리고, 마지막 신호에 따라 마지막 화살이 날아가자 모닥불은 새하얗게 불타오른다. 이렇게 서커스 개장을 알리는 화려한 행사가 열리는 동안, 들고양이 조련사의 부인이 때 이르게 산기를 느끼고 아이를 낳는다. 숱진 선홍색 머리가 눈에 띄는 이란성 쌍둥이다. 12시 6분 전 오빠인 위젯 머리가, 12시 7분 여동생인 포핏 머리가 태어난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기 직전, 찬드레시의 조수로 ‘르 시르크 데 레브’의 일에 관여해온 마르코는 조용히 마당으로 걸어가 점화되기 전의 솥 바닥에 온갖 상징과 표지로 가득찬 자신의 노트를 던져넣는다. 그 순간 머리 쌍둥이가 태어나던 자리에서 사람들을 돕고 있던 실리아는 이 수가 일으킨 파장을 느끼고 크게 당황한다. 그녀는 어떻게 응수해야 할지 고민한다. 기억해요. 삶은 우리를 예기치 못한 곳으로 데려간다는 걸, 미래는 결코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걸. 1894년 3월 프라하. 악천후로 서커스가 폐장한 어느 저녁, 실리아는 폭우를 뚫고 프라하 시내로 나간다. 그녀는 한 카페에 들렀다가 서커스장의 점술가 이소벨을 만나고, 그녀에게 카드 점을 본다. 마르코의 노트를 우연히 주워주면서 시작된 인연으로 그를 사랑하게 된 이소벨. 마르코가 치러야 할 시합에 대해 알게 된 후 그를 돕기 위해 ‘르 시르크 데 레브’에 점술가로 들어온 이소벨은 실리아가 마르코의 대결 상대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이소벨은 실리아에게 지워진 짐과 의무에 대해, 그리고 곧 나타날 그녀의 상대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카드는 실리아와 마르코의 시합뿐 아니라 그들의 운명까지도 이야기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소벨은 감정이 격앙돼 더는 제대로 읽지 못한다. 실리아는 이소벨과 헤어져 밖으로 나왔지만, 이소벨에게 들은 내용을 골똘히 생각하느라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다가 곧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몇 걸음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 그녀는 조금도 젖지 않는다는 걸. 우산 밖으로 손을 내밀어보지만 손에는 비가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가 다른 사람의 우산을 가져왔다는 걸 깨닫는 순간, 요란한 빗소리 위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실려온다. 실리아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채고 뒤돌아선다. 상대일 수 있다고는 결코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 마르코가 눈앞에 서 있다. 마르코는 서커스의 환상술사 오디션이 있던 날 실리아의 마술을 보고 그녀가 자신의 상대임을 알았지만, 실리아는 이제야 자신이 오랜 세월 그토록 궁금해했던 상대를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차를 같이 마시자는 마르코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빗속의 거리로 사라진다. 1901년 10월 31일~11월 1일 런던_ 핼러윈의 서커스장. 축제 분위기로 들뜬 서커스장 여기저기에 리본이 달린 흰색과 검은색과 은색 가죽 가면이 놓여 있다. 원하는 관객은 가면을 쓸 수 있고, 때로는 관객과 서커스 단원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연락도 없이 마르코가 이소벨의 천막을 찾고, 그녀는 지금까지 숱하게 카드가 이야기해주었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마르코의 입에서 듣게 된다. 절망한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서커스에 쳐두었던 봉인을 걷어낸다. 그리고 그 순간 오랜 세월 마르코와 실리아가 공격과 방어를 거듭하며 구축해온 꿈의 서커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필연적인 우연들로 인해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켜오던 서커스에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이 가해진다. 실리아는 서커스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15년 가까이 이어져오던 시합을 끝내기 위해 중요한 결심을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