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 상상력

후쿠시마 료타 · Humanities
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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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 후쿠시마 료타가 지난 헤이세이 연간(1989~2019)의 일본 문학이 마주했던 과제와 그 유산을 결산한 책. 헤이세이는 냉전의 종식, 장기 불황의 시작, 소셜 미디어의 출현 등 일본 안팎에서 사회상의 급변이 일어난 시기다. 이 시기 문학계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다와다 요코, 무라타 사야카 등이 세계적 인기를 얻은 반면, 국내적으로는 출판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문학의 위상이 실추되었다. 이 책은 이런 배경 위에서 헤이세이 동안 일본 문학의 현장과 내용에 일어난 근본적 변화를 검토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가들로 구성된 헤이세이 문학을 포착하기 위해 여섯 개의 ‘문제군’을 제시한 다음 이들을 ‘나선형 상상력’이라는 하나의 형상으로 엮어 낸다. 급변하는 세계가 만들어 낸 나선형 운동에 끝없이 포획되면서도 이탈을 꾀했던 헤이세이 문학의 유산을 올바르게 상속하고 문학의 진지를 다시 세우려는 비평적 노력이 우리 자신의 과제 또한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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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시작하며 : 헤이세이 문학의 문제군 1장 마이조 오타로와 헤이세이 문학의 내러티브 2장 내향의 계보: 후루이 요시키치에서 다와다 요코까지 3장 ‘정치와 문학’의 재래 4장 사소설 재고: ‘나’를 학습하다 5장 근대의 재발명: 헤이세이 문학과 범죄 6장 소설적 접속: 역사와 허구 종장 민주와 나선 보론 1 당할 이유가 없는 폭력: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을 둘러싸고 보론 2 잃어버린 것을 찾아: 무라카미 류의 『미싱』 후기 옮긴이 후기: 다정한 마음을 기리며 부록: 이 책이 다루는 일본 문학서 목록

Description

문학이 영광을 잃은 시대 비평가 후쿠시마 료타가 결산한 헤이세이 일본 문학과 그 유산 확장과 수축의 양극적 운동 속에서 길을 잃은 헤이세이 문학 시대의 불안과 마주했던 작품들을 판독기 위에 올리며 경직된 시대를 찢고 빛나는 파괴와 재생이 도래할 가능성을 찾는다 『나선형 상상력: 헤이세이 일본 문학의 문제군』은 『신화가 생각한다: 네트워크 사회의 문화론』,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 등의 저작으로 이름을 알린 비평가 후쿠시마 료타가 헤이세이 시기(1989~2019) 일본 문학이 마주했던 과제를 결산하고 남겨진 유산(혹은 부채)을 이어받고자 집필한 책이다. 헤이세이는 냉전의 종식, 장기 불황의 시작, 소셜 미디어의 출현 등 일본 안팎에서 사회상의 급변이 일어난 시기와 포개진다. 이 시기 일본 문학에서는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서 무라카미 하루키, 다와다 요코, 무라타 사야카 등의 해외 진출이 이루어졌다. 반면 일본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출판 시장의 급속한 위축과 주도적 문화로서 위상을 잃은 문학의 현재를 발견하게 된다. 이 확장과 수축의 양극적 운동은 문학의 내용과 현장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근대 이후 일본에서 문학은 의심할 여지 없는 지적 전위의 역할을 담당했다. 예컨대 2023년 세상을 떠난 오에 겐자부로는 ‘문학인=보편적 지식인’이라는 등식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헤이세이 시기에 이러한 등식은 빠르게 의미를 잃었고 인터넷의 일반화는 이 경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보편적 지식인의 의무에서 풀려난 작가들은 방향 감각의 혼란을 느끼며 각자 특수한 주제와 결부되는 창작으로 나아갔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쿠타가와상 같은 이벤트를 제외한다면) 일반 독자와 문학의 거리를 한층 벌려 놓기도 했다. 이 책은 문학의 축소된 사회적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남은 몫이 무엇인지, “문학이 문학에만 가능한 수법으로 싸울 수 있는 전선”을 어디서 찾을지 고민한다. 또 그러기 위해 비평가란 읽고 이해한 결과물로 말한다는 단순한 원칙에 따라 수많은 헤이세이 문학 작품을 독해하고 그것을 고밀도로 압축해 핵심적 이미지를 도출한다. 헤이세이 문학의 ‘나’들을 미궁 속에 가둔 나선형 운동 후쿠시마는 당대 문학에서 일어난 변용을 여섯 개의 ‘문제군’으로 요약하고, 그들을 하나로 묶어 내는 ‘나선형 상상력’의 형상을 제시한다. 문제군이란 각각의 작가가 개별적으로 작업했음에도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았을 때 떠오르는 공통적 문제의식을 뜻한다. 이야기, 내향, 정치, 사소설, 범죄, 역사라는 문제군은 각각 이 책 1~6장의 내용에 대응한다. 헤이세이의 혼란을 반영한 이 문제군들은 문학가의 상상력을 틀 짓는 미궁처럼 작용했는데, 그 속에서 이탈을 시도하지만 실패를 반복하며 나선을 그리는 문학의 운동에 붙여진 이름이 ‘나선형 상상력’이다. 이러한 서술을 통해 후쿠시마는 본래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서 기능했던 문학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그 선명함을 잃었는지, 나아가 레이와라는 신시대의 개막과 함께 빠르게 망각되고 있는 헤이세이 30년이 과연 아무런 유산도 남기지 않았는지 질문한다. 헤이세이에 비평가 경력을 시작한 후쿠시마는 설령 그 유산이 부채의 성격을 띠는 것이더라도 언어와 사고의 전위로서 문학의 역할을 여전히 수행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기꺼이 짊어질 각오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마이조 오타로와 제로 년대의 열기 문학의 영토를 축소한 소셜 미디어와 동일본 대진재 1981년생인 후쿠시마 료타는 헤이세이 문화 속에서 성장한 세대다. 그는 가라타니 고진이 『근대 문학의 종언』을 출간한 2004년 이종 교배적 작가 마이조 오타로에 대한 평론을 발표하며 비평가 경력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마이조로 대표되는 신진 작가와 독자층이 뿜어내는 아나키적 열량이 기성 문학의 경직성을 찢고 새로운 언어 예술의 가능성을 열어젖힐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고 한다. 잡지 『파우스트』를 거점으로 모인 작가들은 서브컬처의 수법이나 비현실적 폭력성, 성적 페티시즘, 메타 소설적 요소를 과감히 문학에 도입했고 망상에 빠진 서술자를 디스토피아적 세계에 던져넣어 근대 소설의 중심에 자리한 성장이라는 테마를 전복시켰다. 같은 시기 순문학 편에서도 연극계 출신의 오카다 도시키, 마에다 시로 등 1970년대생 ‘로스트 제너레이션’ 작가들을 필두로, 드러눕거나 뒹굴뒹굴하는 서술자를 내세워 기존 문학 언어에서는 용납되기 어려웠던 속어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파격이 시도되었다. 불황이 만성화하고 누구나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소일하는 사회상에 대한 문학 나름의 응전 전략이었던 셈이다. 후쿠시마에 따르면 베스트셀러가 된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2016)은 이러한 로스트 제너레이션 소설을 계승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략을 갱신하려 한 신세대 작가들의 모색은 2010년대 들어 급격히 에너지를 잃었다. 대표적 원인은 소셜 미디어의 대두와 2011년 동일본 대진재의 발생이다. 소셜 미디어는 맹렬한 ‘자기 말하기’의 시대를 모두에게 개방해 ‘타자의 이야기’인 소설의 영토를 단숨에 앗아 갔고, 대진재의 충격과 그 불가해함은 문학적 전복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한밤의 꿈처럼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 사그라드는 것을 지켜본 경험과 “축제 분위기에 취해 사태를 꼼꼼하게 언어화하는 데 소홀”했던 자기에 대한 반성이 이 책의 출발점에 있는 셈이다. ‘내향’ 소설가들과 타자의 상실 사소설이 선구한 ‘자기 이야기’의 시대 후쿠시마는 “헤이세이 문학은 1990년대의 공백감과 폐색감에서 출발했다”고 단언한다. 『파우스트』, 로스트 제너레이션 작가들이 문학 형식의 과격한 변형을 통해 시대의 상징적 빈곤을 반영하려 했다면, 그들보다 조금 앞선 세대로서 90년대 일본 순문학의 중심이 된 가와카미 히로미, 다와다 요코, 오가와 요코 등 여성 소설가는 이 책에서 ‘내향’이라는 문제군을 중심으로 독해된다. 바깥 세계에 대한 묘사보다는 주인공의 내부 감각에 대한 페티시즘적 집중 속에서 초월의 가능성을 엿본 이 작가군에 대해, 후쿠시마는 그들이 근대 소설의 전제처럼 여겨지는 리얼리즘과 인간 중심주의를 해체한 것을 성취로서 평가하지만 그 성취가 보다 엄격히 검증되었어야 했다고 짚는다. 이와 관련해 헤이세이 사회의 굴곡(타자성)을 소설 속에 결코 투과시키지 않았던 그들 문학의 한계를 우선 말하고, 인공 환경이 생활 세계를 뒤덮은 시대를 그려 내는 데 ‘내향’이 가지는 가능성 또한 시사하려 한다. 소설은 (독자에 대해) 타자의 이야기이자 서술자가 타자와 관계하며 주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늘 타자성의 문제를 핵심에 갖는다. 내향 소설이 타자와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축소해 보이기는 했지만 이런 성격은 일본 문학사에서 명맥을 유지해 온 사소설 장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소설은 시민 사회의 리얼리티와 단절된 ‘나’가 가족적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특징인데, 여기서는 특히 미즈무라 미나에, 아즈마 히로키의 실험적 사소설을 통해 헤이세이의 ‘나’가 봉착한 주체화의 실패를 들여다본다. 나아가 소셜 미디어의 보급이 가져온 ‘자기 이야기’의 팽창과 오토픽션의 유행(‘나’의 중심화), 그 반대 방향에서 대두한 포스트휴머니즘 등(탈중심화)을 언급하면서 ‘나’를 둘러싼 앞으로의 문학적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디스토피아적 충동을 품은 헤이세이 데모크라시 돌아온 정치의 계절은 문학의 활로가 될 것인가 비단 헤이세이 일본만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문학과 언어의 위기를 설명할 때 기술 발달이 가져온 노도와 같은 변화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인터넷의 확산은 대중의 발언권을 단숨에 강화하며 문학을 포함하는 기성 미디어의 영역을 극단적으로 축소시킨 한편, 노골적인 욕망과 선동의 언어가 일상부터 정치까지 휩쓰는 사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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