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고명재 · Essay
2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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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문학동네, 2022)으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고명재 시인의 첫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를 출판사 난다에서 펴낸다. ‘사랑’이라는 이상한 리듬을 말하기 위한 무채색에 얽힌 백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무채색은 색상과 채도가 없고 밝고 어두운 차이만 있는 색을 말한다. 흰색에서 회색을 거쳐 검은색에 이르는 무채색은 그 자체로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는 색. 있고 없음 사이에서 존재하는 비존재의 색이다. 시인이 살펴본 무채 속 풍경은 사랑이라는 밥솥에서 끓어오르는 밥물과 같다. 누군가를 먹이고 돌보려 먹이는 하얀 밥, 흰살 생선, 밀가루, 두부, 멸치의 은빛, 능이버섯, 간장, 양갱…… 8월의 한여름, 자신에게 너무도 큰 사랑을 주었던 새-엄마, 비구니의 부고를 듣고 시인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어서 아이처럼 울다 깨닫는다. 자신이 슬픔에 빠져 그 사랑을 보지 못했음을. 가진 것 없이도 오래도록 안아준 사람. 아주 느리게 성실하게 그저 걸어가라고. 자신의 몸이 망가질 때에도 사랑만 쥔 채로 내가 쓸 종이의 흰빛을 꿈꾸게 해준 사람. 이별의 순간 그가 전해주었던 가르침은 이별이 완전한 사라짐이나 소멸이 아니라 흙이었던 것의 본래 흙으로 돌아감이라는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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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들어가며│색색마다 거두는 게 사랑이라 … 9 1부│많이 깎을수록 곡물은 새하얘진다 … 21 가루약 … 23 갈치 … 25 검버섯 … 26 검은 닭 … 27 구순암 … 37 기도 … 40 기와 … 42 김밥 … 44 꿈 … 45 눈 … 47 눈보라 … 49 눈사람 … 51 능陵 … 52 능이버섯 … 57 더위사냥 … 59 도라지 … 61 도정搗精 … 62 돌 … 63 돌부처 … 66 동지 … 70 2부│무의 땀은 이토록 흰빛이구나 … 71 두부 … 73 등 … 76 뢴트겐 … 77 막걸리 … 79 메추리알 … 83 목덜미 … 85 목련 … 89 목례 … 90 목탁 … 93 목화 … 95 무 … 96 물티슈 … 99 미농지 … 100 바둑돌 … 102 백묵白墨 … 103 백설기 … 106 백합 … 107 버짐 … 108 병간病看 … 109 부활절 … 110 3부│너무 보고플 땐 도라지를 씹어 삼킨다 … 111 비구니 … 113 빛 … 117 뼈 … 122 사우나 … 124 살 … 126 삼우三虞 … 128 선글라스 … 130 설렁탕 … 131 설맹雪盲 … 133 성체聖體 … 135 소주 … 140 손목 … 141 송이 … 146 수건 … 148 수국 … 149 스티로폼 … 150 슬하 … 153 안개꽃 … 156 안압 … 158 양피지羊皮紙 … 161 4부│날 수 있음에도 이곳에 남은 천사들처럼 … 163 어깨 … 165 연근蓮根 … 167 연탄 … 170 욕조 … 171 우유 … 174 윤潤 1 … 175 윤 2 … 177 윤 3 … 178 윤 4 … 181 시─이야기 1 … 185 빵 ─이야기 2 … 190 겨울 ─이야기 3 … 195 이스트─이야기 4 … 199 반죽 ─이야기 5 … 202 메뉴 ─이야기 6 … 204 입김 … 208 입술 … 209 자개농 … 213 장독 … 214 재 … 215

Description

● 편집자의 책소개 “캄캄할 땐 당신 생각을 해도 되겠다” 알 때까지, 살 때까지, 죽을 때까지 ‘사랑’이라는 이상한 리듬을 말하기 위한 시인 고명재의 무채색에 얽힌 백 가지 이야기! 첫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문학동네, 2022)으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고명재 시인의 첫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를 출판사 난다에서 펴낸다. ‘사랑’이라는 이상한 리듬을 말하기 위한 무채색에 얽힌 백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무채색은 색상과 채도가 없고 밝고 어두운 차이만 있는 색을 말한다. 흰색에서 회색을 거쳐 검은색에 이르는 무채색은 그 자체로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는 색. 있고 없음 사이에서 존재하는 비존재의 색이다. 시인이 살펴본 무채 속 풍경은 사랑이라는 밥솥에서 끓어오르는 밥물과 같다. 누군가를 먹이고 돌보려 먹이는 하얀 밥, 흰살 생선, 밀가루, 두부, 멸치의 은빛, 능이버섯, 간장, 양갱…… 8월의 한여름, 자신에게 너무도 큰 사랑을 주었던 새-엄마, 비구니의 부고를 듣고 시인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어서 아이처럼 울다 깨닫는다. 자신이 슬픔에 빠져 그 사랑을 보지 못했음을. 가진 것 없이도 오래도록 안아준 사람. 아주 느리게 성실하게 그저 걸어가라고. 자신의 몸이 망가질 때에도 사랑만 쥔 채로 내가 쓸 종이의 흰빛을 꿈꾸게 해준 사람. 이별의 순간 그가 전해주었던 가르침은 이별이 완전한 사라짐이나 소멸이 아니라 흙이었던 것의 본래 흙으로 돌아감이라는 깨달음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이야기가 남습니다. 몸이 사랑이 됩니다. 또한 그 이야기와 사랑조차 시간에 녹아 다 사라진대도 우리가 함께했다는 것, 눈부신 그 사실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요”라고 신춘문예 당선소감에서 말한 바 있다. 시인에게 ‘눈’은 분명 손바닥에 닿았는데 녹아버리는, 존재와 소멸을 동시에 보여주는 놀라운 물질이다. 이렇게 사라지면서 존재하기에 눈은, 물질이라기보다는 ‘상태’에 가깝다.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시인은 묻는다. 사람의 성분은 뭘까. 왜 빛이 났을까. 어쩌면 사람도 아주 더디게 녹고 있는 눈송이가 아니었을까. 최소의 말, 최소의 눈빛으로 사랑을 가르쳐준 이는 떠나고 시인은 홀로 걷는다. 그러나 시인은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 자신의 등과 어깨를 감싸는 어떤 손길들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이 얼어붙는 겨울. 마음의 벼랑에 고드름이 슬고 무릎이 시린 시간, 그런 때야말로 우리가 온기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아름다운 숨, 입김이 보이는 것처럼. 시인에게 조끼는 구구절절한 형식과 장식은 모두 거두고 가장 소중한 것을 데우기 위해 만들어진 의복이다. 조끼는 왼팔 오른팔 거두절미하고서 심장을 감싼다. 뚫린 채로, 구멍 난 채로 사랑을 해낸다. 시인 역시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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