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병

Marguerite Duras · Novel
1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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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문학의 거장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으로, 한 남녀의 독특한 계약관계와 그들이 함께 한 며칠의 밤을 그려낸 ‘소설’이지만 사랑의 실패와 욕망의 지배에 대한 명징한 선언이기도 하다. 뒤라스가 장장 이 년에 걸친 시간 동안 “더이상 지울 수 없을 만큼 얇아지도록” 감정의 본질만을 남기고 “최대한 지워내는” 작업을 거듭하여 완성한 단편이다. 『죽음의 병』 속 유일한 등장인물인 ‘당신’과 ‘여자’의 행위는 마치 무대 지시사항과도 같은, 감정이 배제된 건조한 표현만으로 전달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모리스 블랑쇼는 “더이상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실로 불가사의”한 이 텍스트가 “간결함을 넘어선 밀도”를 갖는다고 말한다. 『죽음의 병』은 이러한 간결함 속에서 비로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랑의 빈자리를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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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죽음의 병 ・ 5 옮긴이의 말 │ 살아지지 않는 사랑, 죽음이라는 병 ・ 75 작가 연보 ・ 91

Description

“한 번도 가지지 못했던 것을 잃어버리고서야 이루어지는, 모든 진정한 사랑의 완성” 뒤라스 후기작품의 원형이 된 소설이자 사랑과 욕망의 선언서  프랑스문학의 거장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죽음의 병』을 난다에서 선보인다. 이는 한 남녀의 독특한 계약관계와 그들이 함께 한 며칠의 밤을 그려낸 ‘소설’이지만 사랑의 실패와 욕망의 지배에 대한 명징한 선언이기도 하다. 뒤라스가 장장 이 년에 걸친 시간 동안 “더이상 지울 수 없을 만큼 얇아지도록” 감정의 본질만을 남기고 “최대한 지워내는” 작업을 거듭하여 완성한 단편이다.  『죽음의 병』 속 유일한 등장인물인 ‘당신’과 ‘여자’의 행위는 마치 무대 지시사항과도 같은, 감정이 배제된 건조한 표현만으로 전달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모리스 블랑쇼는 “더이상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실로 불가사의”한 이 텍스트가 “간결함을 넘어선 밀도”를 갖는다고 말한다. 『죽음의 병』은 이러한 간결함 속에서 비로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랑의 빈자리를 포착한다.  『죽음의 병』은 뒤라스가 1980년부터 199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동반자이자 연인으로 함께한 얀 앙드레아와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 작품을 출간한 이후로도 뒤라스는 십 년간 끊임없이 이 텍스트로 되돌아왔다. 이 작품을 희곡으로 각색해보려고 여러 차례 시도하였으나 그 시도는 항상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고 그는 고백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수많은 시도에서 『파란 눈 검은 머리』(1986), 『노르망디 해변의 매춘부』(1986) 등 후대 비평가들이 ‘얀 앙드레아 연작’ 혹은 ‘대서양 연작’으로 분류하는 작품들이 파생되었다. 남은 생애 동안 원고를 손에서 놓지 않고 끊임없이 다시 썼을 만큼, 『죽음의 병』은 그의 문학적 고뇌가 오롯이 담긴 결정체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인 조재룡 고려대 교수가 그 고뇌를 담은 문장들을 세심히 한국어로 옮겼으며,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상세한 해설을 뒤에 덧붙였다. 또한 저자의 삶과 작품 간의 긴밀한 관계성을 고려하여, 텍스트에 남겨진 뒤라스의 자취를 따라가볼 수 있도록 작가 연보를 추가하였다. 무(無)를 향한 사랑의 시도 그 자체  ‘당신’으로 지칭되는 남자가 사랑을 시도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여자를 산다. 언젠가, 어디선가 분명 보았으리라고 여겨지는 이 미지의 여인은 그의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들은 검은 바다를 마주한 고립된 방에서 며칠 밤을 함께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요구에 복종할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여자를 사랑해보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평소에 하던 대로 격렬”한, 익숙한 방식의 육체적 소유는 완전한 실패로 이어진다. 여자는 미지인 상태로, 영원히 “방의 낯선 여인”으로 남겨지며, 그들 사이에는 “영원히 넘을 수 없는 경계”가 생겨난다. 욕망하고자 하면, 그 순간 사랑 역시 불가능해진다. 이와 같은 사랑과 욕망의 필연적인 분리 속에서 남자는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릴 뿐이다. 이런 ‘당신’에게 여자는 “죽음의 병”이란 병명을 내린다.  당신은 여자에게 낱말들을 반복해보라고 부탁한다. 여자는 그렇게 한다, 낱말들을 반복한다: 죽음의 병.  당신은 여자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여자에게 묻는다. 여자는 그냥 안다고 말한다. 여자는 다들 어떻게 아는지 알지 못한 채 그걸 안다고 말한다.  당신은 여자에게 묻는다: 죽음의 병이 어떤 점에서 치명적이지요? 여자가 대답한다: 이 병이 죽음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병에 걸린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요. 또한 죽기 전에 삶을 가져보지 못한 채, 어떤 삶도 없이 죽는다는 걸 전혀 알지 못한 채, 그 사람이 죽으리라는 점에서요. _p. 27~28  독자는 텍스트를 읽는 내내 “죽음의 병”에 걸린 이인칭 인물 ‘당신’의 눈과 귀를 통해 여자를 보고 여자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당신’으로 불리며 ‘당신’을 읽는 동시에 ‘당신’이 되어버린다. 옮긴이 조재룡 교수는 이러한 이인칭의 사용으로 독자들이 “‘당신’에게 빨려들어가고, ‘당신’은 읽는 ‘나’가 되고, 읽는 ‘나’는 ‘당신’이 되는 이상한 교환이 일어나 일종의 공동체적인 인칭이 탄생한다”고 짚어낸다. 그 공동체는 한마디로 “죽음의 병”에 걸린 이들로 이루어진 비극적인 공동체이다. 고독 속에 있는 자가 모든 자를 대신해 던질 수 있는 유일한 물음, “당신은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가.”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만큼 ‘당신’은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 역시 느낀다. 이는 지배하고 소유하는 행위로는 얻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이다.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가장 위험한 방식으로 여자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자의 몸은 어떤 방어도 하지 않”으며, “목 조르기, 강간, 학대, 욕설, 증오에 찬 고함, 치명적인, 정념에 고취된 폭발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폭력적인 욕망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가공할 만한 힘을, 가증스러운 가냘픔을, 연약함을, 비할 바 없는 연약함이 지닌 불굴의 힘을” 가지며, ‘당신’을 서서히 장악하고 현실을 초월하여 압도적으로 상황을 지배한다. 이윽고 ‘당신’은 “여자의 형체가 죽음의 병을 선언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여자에게 마음속에 있던 질문을 꺼내보인다.  당신은 여자에게 당신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여자는 어떤 경우에도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당신은 여자에게 묻는다: 죽음 때문에요? 여자가 말한다: 그래요, 당신의 감정이 무미건조하기 때문에, 꿈쩍하지도 않기 때문에, 바다가 검다고 말하는 그 거짓말 때문에요. _57쪽  작품 뒷부분에서 뒤라스는 『죽음의 병』이 연극으로 공연될 경우를 고려한 무대 지시사항을 덧붙인다. 여기서 그는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남자 ‘당신’은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약함에 사로잡혀 있다”고 부연한다. 이 간결하고 짧은 책의 행간에서 그 ‘약함’의 성질과 “죽음의 병”이 가진 형태를 읽어내는 것 역시 ‘당신’이자 ‘나’인 독자의 역할이다. 죽음으로써 살아내는, 불가능성을 전제한 사랑의 모습을 담아낸 소설 『죽음의 병』은 블랑쇼가 극찬하듯 “간결성과 압축성”의 문학적 승리로 평가된다.  “그러나 당신은, 이렇게 당신을 위해서만 치러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의 사랑을, 미처 싹트기도 전에 잃어버리면서, 살아낼 수 있었다.” _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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