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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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 다독, 완독은 교과서에서 끝내라! 오독이란 정독의 굴레에서 벗어나 책 속에 나만의 길을 내는 작업 <오독의 즐거움>은 정독의 대열을 이탈한다. ‘정면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있는 군중 사이에서 당신의 소매를 살짝 끌어당겨 숨은 포토 존으로 데려 간다. 그곳엔 세계 경제, 패권 갈등, 화폐와 에너지 흐름 같은 웅장한 주제부터 인간의 복잡 미묘한 심리까지 다룬 46권의 명저가 있다. 저자는 대가들의 책을 비틀어 읽으며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관점과 문장으로 글을 썼다. 인류 진화의 역사를 담은 <사피엔스>를 읽으며 뜻밖에도 현대 사회에서 주가조작 같은 사기 피해가 속출하는 이유를 찾는다. 오독을 통해서, 인지혁명을 일으킨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거짓말에 약한 ‘호구 사피엔스’가 읽히는 순간이다. 오독의 미덕은 인문사회과학 뿐 아니라 투자책을 포함한 경제경영서에서도 빛난다. 워런 버핏의 책들에서는 그가 남긴 명언의 상당수가 틀린 얘기임을 밝힌다. 버핏의 말과 행보를 곱씹으면, 눈앞의 이익에 취한 그의 속물근성이 읽힌다. 버핏이란 허명을 벗기니 리스크로 가득한 거품도 함께 걷힌다. 오독으로 얻은 버핏의 투자포인트다. 저자 남궁민의 비범한 책읽기와 촌철살인 글쓰기는 삼프로TV <북언더스탠딩>에 고정 출연하면서 수십만 조회를 남기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심지어 그가 방송에서 소개한 책들 중에 절판된 도서가 다시 복간되거나 중고 책값이 수십만 원으로 뛰는 등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틀리게 혹은 다르게 읽는 ‘오독’이 ‘놀라움’과 ‘즐거움’이 되는 순간이다. ‘오독’이란 책읽기의 주도권을 돌려받는 선언이자 대가들의 명저를 나의 생각, 나의 문장으로 만드는 작업 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투자와 비즈니스에서 단단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 진학이나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서, 혹은 뚜렷한 현실적 목표가 없더라도 교양을 함양하기 위해서 우리는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책 앞에만 앉으면 유독 작아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이 이들이 책을 펼쳐놓고 머리를 싸매며 (목표를 얻기 위한) 정답을 찾으려 애쓴다. 책읽기에 정답 같은 건 없는 데도 말이다. 겨우 찾은 답은 어디서 본 듯 기시감이 든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으면서 남들과 엇비슷하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요약 정리된 유튜브나 보고말까 싶다. 어차피 내가 읽으나 유튜버가 읽으나 똑같은 ‘정답’을 말하는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 허탈감마저 든다. 책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책 <오독의 즐거움>은 대열을 이탈한다. ‘정면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있는 군중 사이에서 당신의 소매를 살짝 끌어당겨 숨은 포토 존으로 데려 간다. 그곳엔 세계 경제, 패권 갈등, 화폐와 에너지 흐름 같은 거대 담론부터 인간의 복잡 미묘한 심리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46권의 명저가 있다. 저자는 대가들의 책을 비틀어 읽으며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관점과 문장으로 재해석했다. 이를테면 인류 진화의 역사를 담은 <사피엔스>에서 현대 사회에서 주가조작 같은 사기 피해가 속출하는 이유를 찾는다. 오독을 통해서, 인지혁명을 일으킨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거짓말에 약한 ‘호구 사피엔스’가 읽히는 순간이다(298쪽).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가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자신의 책을 오독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피엔스>를 읽은 이들이 유발 하라리의 생각이 정답이니 그것을 따르는 데 머무른다면, 결국 내 것은 없다. 자기만의 사고와 언어로 읽었을 때 비로소 <사피엔스>에 담긴 지식은 나의 생각과 문장이 된다. 저자는 전 세계 주요국의 지리적 특성을 담은 <지리의 힘>(팀 마샬 저)에서 뜬금없이 ‘팔자 타령’을 늘어놓는다(202쪽). 나라에도 팔자가 있다는 얘긴데, 이 역시 자기만의 관점으로 다르게 읽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대목이다. 땅 위에 사는 사람이나 기술과 문화는 바뀔 수 있지만, 터 잡고 있는 땅, 지리는 바꿀 수 없다. 쉽게 말해 미국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축복의 땅’이고, 다민족 인접국들과 국경을 마주한 중국이나 지진에 취약한 일본은 ‘불안한 땅’이며, 유라시아 동쪽 끝에 붙어있는 한국은 그야말로 ‘박복한 땅’이다. 시야를 좀 더 넓혀 피터 자이한의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를 보면 지리의 곡진한 팔자는 더욱 선명해진다. 푸틴이 미친놈 소리를 들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밖에 없는 속내가 읽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푸틴이 ‘풀링 더 골리’라는 아이스하키의 ‘닥치고 공격’ 전술을 들고 나온 건 그의 조국 러시아가 ‘저주받은 땅’임을 커밍아웃한 것과 다르지 않다(194쪽). 그는 막다른 골목에서 러시안 룰렛의 지정학적 셈법에 빠져 있는 것이다. 오독의 미덕은 인문사회과학 뿐 아니라 투자 관련 책을 포함한 경제경영서에서도 빛난다. 워런 버핏의 책들에서는 그가 남긴 명언의 상당수가 틀린 얘기임을 밝힌다. 버핏의 말과 행보를 곱씹으면, 눈앞의 이익에 취한 그의 속물근성이 읽힌다(146쪽). 버핏이란 허명을 벗기니 리스크로 가득한 거품이 함께 걷힌다. 오독으로 얻은 버핏의 투자포인트다(152쪽). ‘팩트풀니스’라는 신조어로 인간의 부정 본능을 지적해 크게 화제를 모았던 베스트셀러를 팩트체크(!)하는 데도, 오독의 기술은 매우 유용하다. “팩트는 진리도, 자연현상 같은 가치중립적 존재도 아니다. 팩트는 달아오른 철처럼 얼마든지 가공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이 제시한 숫자, 데이터는 틀리지 않다. 하지만 팩트와 데이터는 다르다. 팩트는 여러 데이터를 조합해서 도출한 결과물이다. 이 과정에서 ‘의도가 끼어들 틈이 생긴다.”(279쪽) 저자는 이 책이 팔리는 데 혁혁하게 기여한 빌 게이츠 추천사의 이면도 살핀다(282쪽). 글로벌 재벌 기업들의 주가에 인간의 부정 편향은 ‘독’이란 얘기다. 결국 사실충실성(factfulness)은 기득권 세력에게 ‘충성스런’ 키워드인 셈이다. 오독의 스펙트럼은 자연과학 혹은 <논어>와 같은 고전에 이르기까지 거침없다.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전략가, 잡초>에서는, 보도블럭 틈새 사이 같은 니치마켓에서 경쟁하지 않고 독점하는 잡초의 생존전략을 해부한다(90쪽). 이에 더해 화가 클로드 모네의 정원을 완성한 건 수선화 같은 작물이 아니라 잡초라는 뜻밖의 해석도 흥미롭다. “모네의 정원이 아름다운 건 잘 가꿔진 수선화 몇 송이 같은 작물들 때문이 아니다. 정원 안에는 작물들의 수천 배, 수만 배에 이르는 이름 모를 잡초들로 무성하다. 모네는 붓끝을 날카롭게 벼려 정원 속 잡초를 그렸다. 잡초가 없는 모네의 정원은 상상할 수 없다. 잡초는 그런 존재다.”(94쪽) “왜 법가가 아니라 유가가 이겼을까?”라는 물음표에서 시작하는 <논어> 읽기를 통해서는, 작은 법 위반에도 팔다리를 자르고 사사건건 개입하는 ‘나쁜 나라님’이 다스리는 법가의 통치구조를 일갈하는 한편, 개인의 불행을 수양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는 유가의 성군정치를 비판한다(98쪽).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정공법 대신 틈새를 찾는 과정도 돋보인다. 저자가 다룬 46권 가운데 번듯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모범생’은 많지 않다. 그보다 수년 전에 절판돼 헌책방 서가에서 벌을 서고 있던 책들을 골랐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좋은 독자를 만나면 충분히 빛을 볼 가치가 있는 ‘저주 받은 걸작들’이다. 남들이 많이 사는 책을 마음 편히 사는데 익숙했다면, 이런 ‘절판 명작’을 만나는 묘미 역시 오독의 즐거움이다. 저자 남궁민의 비범한 책읽기와 촌철살인 글쓰기는 유튜브 채널 삼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