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 Novel
2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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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이들의 시선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가혹한 진실을 들여다보며 아픔을 어루만지고 회복의 길을 열어온 작가 안보윤의 세번째 소설집 『밤은 내가 가질게』가 출간되었다. 『소년7의 고백』 이후 오 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설집에는 2023년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을 비롯해 현대문학상 수상작 「어떤 진심」, 김승옥문학상 수상작 「완전한 사과」가 수록되었다. 환상과 실재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표상하고 인물의 심리를 파고들며 그 솜씨를 인정받았던 안보윤은 최근 완성도 높은 서사, 인물의 입체적 면모를 드러내는 촘촘한 묘사, 익숙한 흐름을 답습하지 않는 시선으로 문학상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아왔다. 일곱 편의 단편소설에서 안보윤은 일상이 파괴될 만큼 커다란 고통을 겪은 이들이 어떻게 다음 삶으로 이행해가는지 그 행로를 좇는다. 사이비종교 집단에 더이상 소속감을 느끼지 않음에도 남아 있기를 택한 신도(「어떤 진심」), 범죄자인 오빠 때문에 직장을 잃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여동생(「완전한 사과」), 돌봄방 아이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엄마를 위해 정작 자신이 받은 학대를 묻어두고 대신 합의를 진행해야 하는 딸(「미도」) 등, 안보윤의 인물들은 모두 막다른 길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가늠하며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신을 옥죄던, 동시에 자신의 전부였던 세상을 잃은 그들은 과연 현실에 맞설 것인가 순응할 것인가. 안보윤은 선과 악으로 이분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사정을 끈질기게 따라가며 그들이 말하거나 말하지 않은, 차마 말하지 못한 진심을 소설적 현실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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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어떤 진심 … 007 완전한 사과 … 039 애도의 방식 … 073 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 … 103 미워하는 일 … 139 미도 … 173 밤은 내가 가질게 … 211 해설 | 정여울(작가, 문학평론가) 당신의 마지막 안전지대는 어디입니까—트라우마 이후, 상처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문학의 힘 … 253 작가의 말 … 273

Description

어둠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빛을 표현하는 작가 안보윤 단편소설의 정수 더 조용한 속도로, 더 조심스러운 각도로 감춰진 마음의 겹을 들추는 섬세한 손길 2023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 2023 현대문학상 수상작 「어떤 진심」 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 「완전한 사과」 수록 상처 입은 이들의 시선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가혹한 진실을 들여다보며 아픔을 어루만지고 회복의 길을 열어온 작가 안보윤의 세번째 소설집 『밤은 내가 가질게』가 출간되었다. 『소년7의 고백』 이후 오 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설집에는 2023년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을 비롯해 현대문학상 수상작 「어떤 진심」, 김승옥문학상 수상작 「완전한 사과」가 수록되었다. 환상과 실재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표상하고 인물의 심리를 파고들며 그 솜씨를 인정받았던 안보윤은 최근 완성도 높은 서사, 인물의 입체적 면모를 드러내는 촘촘한 묘사, 익숙한 흐름을 답습하지 않는 시선으로 문학상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아왔다. 일곱 편의 단편소설에서 안보윤은 일상이 파괴될 만큼 커다란 고통을 겪은 이들이 어떻게 다음 삶으로 이행해가는지 그 행로를 좇는다. 사이비종교 집단에 더이상 소속감을 느끼지 않음에도 남아 있기를 택한 신도(「어떤 진심」), 범죄자인 오빠 때문에 직장을 잃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여동생(「완전한 사과」), 돌봄방 아이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엄마를 위해 정작 자신이 받은 학대를 묻어두고 대신 합의를 진행해야 하는 딸(「미도」) 등, 안보윤의 인물들은 모두 막다른 길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가늠하며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신을 옥죄던, 동시에 자신의 전부였던 세상을 잃은 그들은 과연 현실에 맞설 것인가 순응할 것인가. 안보윤은 선과 악으로 이분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사정을 끈질기게 따라가며 그들이 말하거나 말하지 않은, 차마 말하지 못한 진심을 소설적 현실에 담아낸다. 어떤 진심은 꿈을 짓밟고 어떤 진심은 모멸감을 준다. 어떤 진심은 효용을 감지한 후에야 위로의 말을 건넨다. 잘못을 저지르고 사과하는 마음도 진심이고 속이는 마음도 진심이라면, 그때의 진심이란 얼마나 섬뜩하고 무서운가. 무엇보다 누군가를 외면할 때의 진심과 이후 그 순간이 야기한 죄책감을 되새기는 마음은 얼마나 가까운가. 안보윤은 이처럼 여러 겹의 진심으로 다양한 마음의 결과 행방을 되새기며 진심의 쓸모를 캐묻는다. 좋은 소설은 인간의 얼굴을 사면상처럼 묘사하기 마련이다. 각도에 따라 한 사람의 안색이 달라 보이게 마련인데, 안보윤이 「어떤 진심」에서 그려낸 인물의 얼굴이 그러했다. _편혜영(소설가), 현대문학상 심사평에서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표제작 「밤은 내가 가질게」는 매서운 현실에 맞서 더 냉담해지기로 결심한 인물이 진정한 사랑과 공감의 형태를 알아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학대 피해 아동 주승이를 담당하게 된 어린이집 선생님 ‘나’는 주승이가 등원할 때 한 번, 하원할 때 한 번 아이의 옷을 벗겨 상처가 없음을 보호자에게 확인시킨다. 불필요한 누명을 쓰지 않으려 행하는 이 방어기제는 그동안 폭력에 가까운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을 상대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5세 반 점심 반찬으로 시금치가 나왔었거든. 다음날 애 아빠가 들이닥쳐서는 자기 딸한테 시금치를 먹였다고 멱살을 잡더라고. 그걸 먹고 애가 체해서 응급실에 다녀왔다나. 무릎 꿇고 빌라고 난동을 피우다가 난데없이 시금치 한 통을 꺼내는 거야. 시금치가 그렇게 몸에 좋으면 니가 다 먹으라고, 자기가 보는 앞에서 당장 다 먹으라고. 먹었어요? 먹었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궁금해. 애가 아팠다면서 그 이른 시간에 시금치 무쳐 올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다른 사람을 괴롭히겠다는 일념으로 어떻게 그렇게까지 부지런해질 수 있었을까.(238~239쪽)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네가 만만하고 짓밟기 좋은 선인이 되면 저쪽은 자기가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줄 안다고.(231쪽) ‘나’에게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인 사고뭉치 언니가 있다. 언니가 이번에는 사이비 명상 집단의 꼬임에 넘어가 전세금을 날리는 바람에, ‘나’는 그녀와 동거하는 처지가 된다. 언니는 ‘나’의 연인 이선과 친해져 함께 유기견 봉사를 다니기 시작하는데, ‘나’는 그것이 탐탁지 않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언니가 약한 존재에게 측은지심을 갖는 동안, 자신은 필사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설상가상으로 언니는 나이들고 병든 유기견을 입양하겠다고 선언하고,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불편한 속마음을 말했다가 이선과도 갈등한다. 그러나 뜻밖의 사건으로 ‘나’는 자기 안의 상냥함을 발견한다. 등원한 주승이의 모습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나’는 아이의 몸에서 오랜 학대의 흔적을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경찰에 신고한다. 사라지고 없다고 생각했던 돌봄과 배려가 냉정을 뚫고 나오자, ‘나’는 언니와 이선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손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들의 마음이 자신을 섬세하게 감싸안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깨닫는다. 유기견을 집으로 데려오던 날, 언니가 개의 목에서 팬던트를 떼어내면서 속삭인 “밤은 내가 가질게”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개의 이름이 ‘밤톨이’에서 ‘토리’가 된다는 말일뿐 아니라, 사랑하는 존재의 어둠을 흡수하여 다정함으로 빛나는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이기도 한 것이다. 언니가 개 목에 걸려 있는 은색 펜던트에 손을 댔다. 밤톨이라는 이름이 적힌, 혹시라도 주인이 찾아올까봐 계속 걸어두고 있었다던 그것이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펜던트가 떨어져나갔다. 밤은 내가 가질게. 언니가 개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늙고 새까맣고 병든 개의 이름은 토리가 되었다.(251쪽) “엄마가 죗값을 다 받았으면 좋겠어. 지은 죄만큼 정확히.” 「밤은 내가 가질게」의 이야기는 수록작 「미도」 「완전한 사과」와 연결되며 자매의 비극을 기어코 드러내고 만다. 돌봄방 아이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엄마를 위해, 그들은 피해자 가족에게 합의를 간청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아이들이 겪었을 고통을 미도는 누구보다 상세하게 알고 있다. 미도 또한 엄마에게 아주 어린 나이부터 학대를 당해왔기 때문이다. 엄마는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무력한 존재인 것처럼 미도를 세뇌시켰다. 갈등하는 미도에게 동생의 말은 용기를 준다. “학대는 그냥 학대야. 거기엔 어떤 이유도 붙으면 안 돼.” 미도는 동생에게 오랜 학대의 고통을 고백하고,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드디어 이야기하게 된다. “엄마가 죗값을 받았으면 좋겠어. 지은 죄만큼 정확히.” 그러나 깊게 팬 상처는 흉터로 남아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다닌다. 「완전한 사과」에서 주인공 ‘나’의 오빠가 폭력을 휘두른 상대는 다름 아닌 그의 아내 미도다. 그 일로 미도는 자신의 다리를, 아기를, 그리고 반려견 토리를 잃는다. 상황은 이제 더 나빠질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가 간절히 그녀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마지막까지 그녀를 지키고자 애썼을 토리를, 그리고 미도를 사랑으로 감싸고 응원해온 동생과 이선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완전한 사과」의 주인공 ‘나’는 오빠가 가정 폭력범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방과후 교사 일자리를 잃는다. 억울할 법한 상황을 ‘나’는 그저 받아들이는데, 그 체념 뒤에는 오빠의 폭력의 역사가 있다. 오빠에게 맞아 깁스를 했을 때도, 동생 도윤의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도 ‘나’는 어떤 제재도 하지 못했다. 단 한 번이라도 오빠에게 대항했다면, 그랬다면 지금의 극단적인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가 가해자 가족을 향하는 부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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