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 Social Science/Humanities
3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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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질문해 온 김승섭이 그간의 연구를 소개하는 공부의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고백하는 분투의 기록이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 등 한국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들의 고통에 구체적 데이터와 정확한 문장으로 응답하기 위해 그는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막막한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 분투한다. 책에는 과학의 이름으로 소수자에게 낙인을 부여했던 19세기 논문부터 국내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최신 연구까지, 풍부한 학술 자료가 적재적소에 소개된다. 데이비드 윌리엄스, 캐런 메싱 등 세계적 학자들과 김승섭이 만나 나눈 대화들은 한국 상황을 객관적 시각에서 돌아보게 하며, 그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은 현장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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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1 당신은 ‘정상인’입니까? 그럼 특권층입니다 : 흑인, 여성, 성소수자를 차별해 온 기득권의 논리 절대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 미국의 흑인 범죄율과 한국의 난민 수용 논란 당신들의 쉽고 잔인한, 어떤 해결책에 대하여 차별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아도 아프다 : 인종차별과 건강 연구 본격화한 사회학자 데이비드 윌리엄스 벽장을 벗어난 당신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 정신질환 당사자 운동 강조하는 심리학자 패트릭 코리건 이동, 낙인, 정치, 합리성 2. 지워진 존재, 응답받지 못하는 고통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2 ‘오줌권’을 위한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화장실로 살펴보는 차별과 배제의 역사 한국 사회의 ‘상아 없는 코끼리’는 누구인가 : 생존경쟁 속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묻다 가장 아픈 사람이 가장 앞에 나선 싸움 ‘미투’ : 용기를 낸 사회적 약자가 겪는 2차 고통 ‘보이지 않는 고통’을 응시하다 : 여성의 일터로 걸어 들어간 과학자 캐런 메싱 누구를 위한 반지하방 퇴출인가 3. 한국 사회의 ‘주삿바늘’은 무엇인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3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에이즈에 대한 인식 : 주삿바늘 교환 프로그램과 비과학적 낙인 균열과 혼란에서 시작되는 변화 : 김도현, 김지영 활동가와의 HIV 감염과 장애 대담 손쉬운 낙인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 HIV 감염인에 대한 낙인 연구하는 보건학자 돈 오페라리오 두려움도 검열도 없는 하루 : 스무 번째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축하하며 누구도 두고 가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 포괄적 차별금지법 단식농성 제정 활동가 미류, 종걸 차별에 침묵하는 정치 움직이려면 : 정치권의 ‘합리적 주장’을 데이터로 반박하는 경제학자 리 배지트 근거의 부재인가, 의지의 부재인가 4. 우리의 삶은 당신의 상상보다 복잡하다 내 본질은 누구도 무엇도 바꿀 수 없어요 : 서지현 검사가 말하는 한국 사회 피해자의 ‘말하기’ 피해자는 피해자답지 않다 : 고통의 개별성을 포착한 영화 「공동정범」의 김일란 감독 헬렌 켈러의 빛과 그림자 : 오류와 모순을 품고 당대를 살아낸 한 인간과의 대화 이것은 저의 싸움입니다 :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길 수 있을까? 유희경 시인과 나눈 이야기 주

Description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후 6년, 김승섭이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분투한 기록 공부는 무엇이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질문해 온 김승섭이 그간의 연구를 소개하는 공부의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고백하는 분투의 기록이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 등 한국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들의 고통에 구체적 데이터와 정확한 문장으로 응답하기 위해 그는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막막한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 분투한다. 책에는 과학의 이름으로 소수자에게 낙인을 부여했던 19세기 논문부터 국내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최신 연구까지, 풍부한 학술 자료가 적재적소에 소개된다. 데이비드 윌리엄스, 캐런 메싱 등 세계적 학자들과 김승섭이 만나 나눈 대화들은 한국 상황을 객관적 시각에서 돌아보게 하며, 그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은 현장감을 더한다. 김승섭은 말한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질문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6쪽). 그의 질문은 현실적 해결책만을 구하지도, 정치적 올바름만을 좇지도 않는다.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도 “한국 여성에게 공중화장실은 불법 촬영과 폭력을 걱정해야 하는 불안한 공간”(124쪽)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함께 지적한다. HIV 신규 감염을 줄일 보건정책을 논하면서도, 동시에 그 질병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감염인의 사회적 존엄을 지킬 길을 고민한다. 그가 말하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란 공기처럼 존재하는 차별을 정확한 데이터로 마주하고, 당사자의 고통을 함께 이야기하고, 문제의 복잡한 맥락을 헤아리는 모든 과정이다.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이미 생산되어 있는 지식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는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길을 찾으려 했습니다.”(6쪽) 차별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아도 아프다 지워진 존재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응급의학과 의사인 녹스 토드 박사 연구팀이 1993년 발표한 논문은 큰 논란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의료진의 진통제 처방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이 환자의 인종이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긴뼈 골절로 응급실을 찾은 히스패닉 환자 중에서 진통제를 처방받지 않은 비율이, 백인 환자와 비교해 2배에 육박했던 것이다. 명시적으로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의료진조차 이처럼 인종에 따른 ‘불평등한 치료’를 한 것은 무의식에 내재된 ‘암묵적 편견’ 탓이다. 문제는 암묵적 편견이 실제 차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소수자의 몸을 아프게 한다는 점이다.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사람과의 관계가 여러 질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어떤 이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출생 시 법적 성별과 외모에 드러나는 성별 정체성이 다른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은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두려워 병원 이용을 포기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많은 경우, 운전기사나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대중교통 이용을 포기한다. 김승섭은 한국 사회가 종종 암묵적 편견을 넘어 명시적 편견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18년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온 예멘인 484명에 대한 난민 수용 논란에서 많은 호응을 얻은 주장은 이들이 ‘범죄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명시적 편견에 호소하는 목소리였다. 김승섭은 차별을 연구하는 과정에도 차별이 존재한다고, 모든 고통이 동등하게 주목받지는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는 연구에 참여한 보상으로 지급한 기프티콘에 있는 ‘트랜스젠더 연구’라는 말이 아웃팅이 될 수도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후 장애인 이동권 연구에서 같은 실수를 피했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동료에게 편의점 기프티콘을 받아도 직접 사용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는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한편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연구를 처음 진행했던 2015년 당시 연구자인 자신조차 해고 노동자의 아내를 ‘고통의 당사자’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성찰은 후속 연구와 백화점·면세점 여성 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로 이어진다. “저는 연구자이지만 제가 비평가가 아니라 무대 위에 올라와 있는 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생산되지 않은 지식을 생산하는 일은 누군가가 매우 의도적으로 준비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습니다.”(47쪽) 성급한 해결책이 지워버린 당사자의 삶 정말 ‘합리적인’ 기준은 무엇인가? 2022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서울시 신림동 반지하방에서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틀 뒤 서울시는 지하·반지하 주거를 금지하겠다는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반지하방에서 살 수밖에 없는 당사자의 복잡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김승섭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폐지’를 연상시키는 이런 성급한 해결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반면 1988년 미국 뉴욕시는 당사자의 삶을 중심에 놓고 이른바 ‘주삿바늘 교환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HIV 신규 감염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낙인에 굴하지 않고 마약중독자들에게 깨끗한 주삿바늘을 무상 제공한 것이다. 이 정책은 곧바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키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성과를 거둔다. HIV 감염인 낙인을 연구하는 보건학자 돈 오페라리오는 김승섭과의 대담에서 “보건학적 개입은 개인의 삶에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고(212쪽) 말한다. 마약중독에 대한 가치판단에 앞서 당장 생명을 지킬 길을 찾은 주삿바늘 프로그램처럼 말이다. 그러나 ‘죽음보다는 삶이 낫다’는 보건학의 대전제 앞에서, 김승섭은 한 걸음 더 들어가 이렇게 질문한다. “과연 모든 개인에게서 죽음보다 삶이 나은 것일까?” “‘치유’되지 못하는 질병을 가진 이들은 내내 그 멍에 속에서 허우적대야 하는가?”(176~177쪽) 그 질문은 곧 한국 사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진다. “모든 소수자가 두려움 없이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220쪽) 책에서 김승섭은 직업병 피해자, 성폭력 생존자, 성소수자와 관련된 소송에서 전문가 소견서를 쓰거나 법정 증언을 했던 경험을 소개한다. 그때마다 상대측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하고, 우아한 얼굴로 합리적 주장을 펼치며 종종 승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자신이 살아온 고된 역사와 몸 깊숙이 새겨진 상처 말고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갖지 못”한다. 그는 “그러한 조건 위에서 합리성과 억지를 구분하는 ‘합리적인’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지(97쪽) 묻는다. 사회적 합의라는 ‘합리적’ 근거를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나중에’ 처리할 일로 치부하는 한국 사회에서, 과학적 합리성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을 연구자의 질문은 큰 울림을 준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 세상은 복잡하다. 사회문제 해결은 그 복잡함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한다.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푸는 대신, 큰 칼을 휘둘러 자르는 것은 칼을 휘두른 이를 영웅처럼 보이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영웅적 결정은 종종 상황을 악화시킨다.”(161쪽) 고유한 역사를 지닌 한 사람, 한 사람 피해자는 피해자답지 않다 책에서 김승섭은 2018년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 용산참사 피해자들이 겪는 개별적 고통을 포착한 영화 「공동정범」의 김일란 감독을 만난다. 1~3장에서 대담을 나누는 데이비드 윌리엄스, 패트릭 코리건, 리 배지트는 각각 인종차별, 정신질환 낙인, 성소수자 혐오를 겪은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일관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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