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올바르다, 하지만 잘못되었다
<여자는 무엇을 욕망하는가>는 우치다 타츠루의 페미니즘 언어론과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를 통해 바라보는 페미니즘 영상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상으로서의 페미니즘을 이끈 시몬 드 보부아르, 뤼스 이리가라이, 쥘리아 크리스테바, 쇼샤나 펠먼, 크리스틴 델피 등 50여년에 걸쳐 서구 페미니즘을 이끈 대표적인 사상가들의 언어론과 이야기론을 우치다 특유의 간결한 표현으로 개괄적으로 검토하면서 현대 헐리우드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페미니즘 영화 시리즈 <에이리언>에 대한 심도 있는 비평을 통해 페미니즘을 둘러싼 남성의 집단 무의식이 어떻게 영상기호와 이야기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1부인 페미니즘 언어론은 프로이트의 <여성성에 관하여>라는 글에 대한 비판으로 남성들의 젠더 블라인드니스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를 살펴보는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의 작업으로 시작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 대한 여성적 시각에서의 문제 제기를 통해 페미니스트들은 이전까지는 은폐되어 있던 사회의 일면을 드러내는 데 성공을 거둔다. 80년대 이후 점점 급진화된 페미니즘은 언어론과 이야기의 해석에서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해석을 ‘부권제 이데올로기에 오염된 해석’이라고 내치면서 점차 교조화되고 신학적이 되어 감으로써 공감을 잃게 되었고 사상으로서의 페미니즘은 때 이른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파악한다. 우치다 타츠루는 예리한 논증 과정을 통해 페미니즘 언어론의 최고의 성취가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라캉, 레비나스, 롤랑 바르트 등의 사상에 힘입고 있고 그들의 이론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언어와 주체의 문제에서 여성이 마주하는 어려움이란 인간의 보편적 숙명이며 거기에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차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2부 페미니즘 영화론은 약 20년에 걸쳐 만들어진 <에이리언> 시리즈를 다루고 있다. 기존의 스타 카테고리에 들어 있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에이리언>은 여성의 사회 진출 가속화로 인한 페미니즘의 요청을 영화 속에 집어넣어 상업적으로 비평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약 20년에 걸쳐 4편까지 만들어져 시리즈화된 이 영화는 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른 페미니즘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는 외면과는 다른 층위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과 급진화되는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집단 무의식이 영상기호로 곳곳에 난무하고 있다. 에이리언이 여성의 임신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메타포라는 탁견과 영상과 이야기 속에 숨겨진 전설과 민담의 원형이 현대적인 SF 영화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분석하고 있는 이 글은 탁월한 영화 비평으로도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