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은 육감적이면서도 따뜻한 정이 묻어나는 시어를 통해 여성의 육체를 완벽하게 이미지화하였다. 늙고 병든 어머니의 몸에서 슬픔과 아름다움을 발견한 그녀는 여성의 육체적인 운명을 유희나 감상이 아닌 절실함으로 받아들인다. 시「어라연」은 이러한 시각을 잘 보여준다. <blockquote>'어라연 계곡 깊은 곳에 어머니 몸 씻는 소리 들리네 자꾸 몸에 물이 들어야 숭스럽게스리 스무살모냥…… 젖무덤에서 단풍잎을 훑어내시네 어라연 푸른 물에 점점홍점점홍 ―그냥 두세요 어머니, 아름다워요'어머니가 자신의 슬픔을 고백하고 딸이 그 슬픔에 대해 오히려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대목에서 몸을 씻는 두 모녀의 몸은 그대로 아름다운 어라연의 모습과 일치된다. 자신의 몸을 어머니의 몸으로 자연스럽게 환치시키는 이 시편에서 보듯 시인은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여자의 몸을 말한다. <blockquote>'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는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바람이 꽃대를 흔드는 줄 아니? 대궁 속의 격정이 바람을 만들어 봐, 두 다리가 풀잎처럼 눕잖니'과감한 시어의 사용이 돋보이는 「얼레지」에서 시인은 꽃이 대지를 뚫고 자라나는 것처럼 여성성의 표출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전해준다. 생경할 정도로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그녀의 시어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머니의 쭈글쭈글한 젖가슴과 겅성드뭇한 음부가 선연하게 떠오른다. 그 대목에서 시인은 앳된 여자애의 몸만이 여성성이라고 말해 왔던 사람들에게 진정한 여성성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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