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지역사로서의 동아시아사, 어떻게 인식하고 구성할 것인가 동아시아의 역사인식 차이로 인한 갈등은 각국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뜨거운 현안이다. 특히 정치 지도자의 퇴행적 리더십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갈등을 유발하는 근원은 자국사의 제국성(empireness)을 자기성찰의 관점(자성사관)이 아니라 자기만족의 관점(자만사관)에서 인식하여 자랑스러운 과거로 현창하는 역사인식이다. 어느 한 나라에서 자만사관에 의거해 자국사의 제국성을 자랑스러운 과거로 현창하면 그 이웃나라 역사의 독자성을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각 국가·민족의 역사가 상호 긴밀한 연관 속에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왜 지역사로서의 동아시아사에 주목하는가 자만사관을 직시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자국사와 동양사/세계사 사이에 지역사를 하나 더 도입하여, 동아시아 역사주체들 간의 상호연관성을 깨닫는 동시에 그 독자성도 함께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사는 1990년대 말부터 먼저 대학의 교과목에서 동양사-서양사를 각기 복수의 지역사로 세분하는 형태로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한국에서는 2006년 동아시아사를 고교 교과목에 도입하였고 2012년에는 동아시아사 교과서가 출간된 바 있다. 대만에서도 올해부터 이를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저자인 유용태 교수(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는 “그럼에도 지역사의 의미와 방법에 관한 체계적인 논의는 극히 미미하고 분산적”이라고 지적한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동아시아사를 지역사의 하나로 어떻게 인식하고 구성할 것인가에 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연관(connections)'과 '비교(comparisons)’의 두 눈으로 동아시아의 역사주체들을 자성사관에 의거해 인식하고 구성하고자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생각들, 그리고 그러한 구성방법과 체계를 통해 추구하는 제국성의 성찰과 평화·민주·공생의 대안질서에 대한 도전적 사유의 유산이 담겨 있다. 제1부(지역사의 방법과 동아시아사의 가능성)에서는 21세기에 요청되는 지역사의 구성방법과 인식체계를 모색하기 위해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를 하나의 단위로 삼아 인식하고 서술하려 한 노력들을 살펴보고, 2010년 전후로 한·중·일과 대만에서 출간된 동아시아사 저작들의 인식체계를 비교 분석하였다. 제2부(자국사 인식의 제국성을 넘어서)에서는 지역사 인식의 체계화를 시도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인 자국사의 제국성을 한·중·일과 베트남은 각기 어떻게 대면하고 있는지를 자성사관과 자만사관의 대립과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비교하였다. 제3부(가능성의 유산을 찾아서)에서는 동아시아 지역사의 지향을 탐색하기 위해 20세기에 동아시아 각국에서 추구되었으나 조건의 미성숙으로 실현되지 못한 유산 가운데 오늘에 되살려 공유할 만한 구상을 살펴 그것의 지역사적 연관성과 의미를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