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모이면 사람도 사건도 모이기 마련!
고양이 마을 야나카긴자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힐링 미스터리
도쿄 닛포리 역 서쪽에는 야나카긴자라는 동네가 있다. 골목 전체가 옛 모습 그대로인 듯 오래된 절과 노포들이 모여 있다. 민스 커틀릿으로 유명한 가게, 여기저기서 한가로이 볕을 쬐는 고양이들은 야나카긴자의 명물이다. 바로 이곳에 고양이와 사람이 모여드는 카페가 있다. 갓 내린 커피 향과 함께 명탐정 형제도 만날 수 있는 ‘고양이 카페’에는 몰려드는 동네 고양이만큼이나 여러 고민을 안은 의뢰인이 찾아온다.
그런 의뢰인을 맞이하는 것은 정반대의 면모를 자랑하는 형제 탐정이다. 형인 노리오는 얼굴도 평범하고 키도 보통인 신출내기 동네 변호사다. 대형 로펌은커녕 작은 변호사 사무소조차 들어가지 못해서 할 수 없이 이모부의 카페 한쪽에 작은 사무소를 열었지만 파리만 날리고 있다. 동생인 리쓰는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동서고금의 명언을 읊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단점이 있다.
마음 약한 변호사 형과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허당인 동생. 널리 동네를 이롭게 하는 형제 탐정이 선사하는 힐링 미스터리!
“아버지가 변호사였음에도 우리 집이 가난했던 이유를 이제는 안다”
널리 주민들을 이롭게 하는 야나카긴자 동네 변호사
나이 28세, 독신, 키 172센티미터, 체중 65킬로그램. 특기는 없고, 공부, 운동, 얼굴 등 모든 면에서 평범한 게 특기인 도시타 노리오. 어렸을 때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존경받던 변호사 아버지를 보고 자란 탓에 변호사를 꿈꾸고, 운 좋게 변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고부 갈등을 해결해달라느니, 잃어버린 개를 찾아달라느니, 이웃 할아버지가 자기를 유혹해서 괴롭다느니……. 사소한 일로 동네 주민들에게 시달리기만 하는 심부름꾼 신세다.
대형 로펌에 취직해서 인생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대형 로펌부터 작은 변호사 사무소, 계약직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불합격한 신세라 동네 사람들이 찾아주는 것만도 감지덕지다. 하지만 의뢰비용의 대부분은 가게 반찬이나 시장 할인권 등 현물로 대납받기 일쑤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다 본성은 또 착해서 동네 주민들의 부탁을 전혀 거절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나이 20세, 고교 중퇴. 16세 때 독학으로 사법시험 1차를 패스하고 2차도 패스했는데 3차 면접에서 면접관과 법 해석을 놓고 말다툼을 벌여 탈락한 도시타 리쓰. 현재는 형의 비서를 맡고 있다. 얼굴도 작은 데다 팔등신. 첫인상만 놓고 보면 텔레비전 화면을 찢고 나온 것만 같은 멋진 청년이다. 하지만 입만 열면 평가가 순식간에 추락한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는 “예, 아니오”의 최소한의 단답형 대답이거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명언’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쓰가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불쑥 내뱉는 이 ‘명언’이 때로는 사건을 해결하는 강력한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사건도 인생도 명언으로 해결합니다!”
위대한 선인들이 남긴 동서고금의 명언에는 삶의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어 우리에게 깨달음을 안겨주며 때로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리쓰는 바로 이런 명언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인생의 고민을 풀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형인 노리오가 사건에서 무언가를 놓쳤을 때 셜록 홈스가 왓슨에게 말한 “봐야 할 곳을 보지 않기 때문에 소중한 곳을 모두 놓치는 걸세”라는 말을 던져서 주위를 환기시키고, 노리오가 쉽게 포기하려 할 때는 영국 시인 콜리지의 “자네가 만약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라면 대체 자네는 뭘 위한 인간인가”라는 말을 던져 따끔하게 충고하는 식이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가 있는 의뢰인에게는 “행동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행동 없이는 행복이 오지 않는다”라거나, “오늘 도망치면 내일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명언을 활용해 격려해준다.`
하지만 얄밉게도 리쓰의 명언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리쓰는 빼어난 통찰력으로 사건의 본질을 바로 파악하지만 수수께끼 같은 명언을 던져 놓고는 야나카긴자 시장 골목에서 파는 딸기 찹쌀떡을 사달라거나 민스 커틀릿을 사달라면서 형을 조른다.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해야 하는 노리오 입장에서는 동생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 갖은 고생 끝에 사건을 해결해도 노리오의 지갑은 예상외의 지출로 얇아져갈 뿐이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야나카긴자 주민들의 고민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탐정 형제와 그들의 아지트인 고양이 카페를 제외한 《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의 모든 배경이 실재한다는 점도 재미있다. 커틀릿이 맛있는 집이며 딸기 찹쌀떡을 파는 가게, 잊혀가는 노포들, 다정한 동네 사람들……. 문득,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마을’을 찾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