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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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구체적이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 시선 ● ‘방금 구워낸 빵’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 민음사 세계시인선 33번으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두 번째 시 선집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가 출간되었다. 첫 번째 시 선집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에서 초기작 특유의 니체주의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이번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서는 마르크스주의자로서 문학의 사용가치를 강조한 참여 문학의 기수이자 뛰어난 예술적 혁신을 통해 20세기 독일 문학의 새로운 얼굴이 된 브레히트의 대표시를 만날 수 있다. 1~3부는 망명 시절에 집필한 『노래 시 합창』, 『스벤보르 시집』, 『슈테핀 모음』에서 뽑은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부는 말년의 역작인 『부코 비가』에서, 5부는 그 외에 개별 시들을 선별하여 모았다. 빵 굽는 아저씨, 빵이 잘못 구워졌어요! 빵이 잘못 구워질 리가 없는데. 좋은 밀가루를 썼고 구울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거든. 그래도 잘못 구워졌다면 악마가 한 일일 게다. 악마가 빵을 잘못 구웠다. (...) 수상 아저씨, 사람들이 굶어 죽었어요! 사람들이 굶어 죽었을 리가 없는데. 나는 고기도 안 먹고 포도주도 안 마시고 밤낮 너희들을 위해 연설하는데. 그래도 굶어 죽었다면 악마가 한 일일 게다. 악마가 너희들을 굶어 죽게 했다. 아저씨들, 수상이 교수형에 처해졌어요! 수상이 교수형에 처해질 리가 없는데. 그는 방에 틀어박혀 있었고 수많은 남자들의 경호를 받았거든. 그래도 교수형에 처해졌다면 악마가 한 일일 게다. 악마가 수상을 교수형시켰다. ― 「악마」에서 정권이, 나쁜 앎이 담긴 책을 공개적으로 불태우라 명령했고, 도처에서 소들을 데려와서 책을 실은 수레를 장작더미로 끌고 가도록 했을 때, 추방된 시인으로서 최고 시인 중 한 사람이 분서 목록을 살펴보았고 경악하였다, 자신의 책이 빠져 있었다. 시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책상으로 급히 가서는 날아가는 속도로 권력자에게 편지를 썼다. 내 책을 불태워 주오! 그런 일을 내게 저지르지 마오! 나를 빼놓으면 안 되오! 내가 항상 책에 진실을 알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내가 그대들로부터 거짓말쟁이로 취급되고 있도다! 내가 명령하노니, 나를 불태워 달라! ― 「분서」에서 1933년 나치가 독일 정권을 장악하고, 브레히트의 저작은 광장에서 불태워졌다. 이후 15년간 이어진, “신발보다도 더 자주 나라를 바꾸는” 망명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의 시 세계는 보다 현실적이고 정치적이며 목적이 뚜렷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는 사회 변혁을 향한 목적성을 강조하며 마르크스주의를 수용하였고, 파시즘과 온갖 사회적 불의에 대항하여 끊임없이 썼다. 1948년 동독으로 귀환하여 국민 작가로 추앙받게 된 후에도 그는 인민들을 탄압하는 공산당 정부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시를 현실 저변에서 낚아 올려, 마치 ‘방금 구워낸 빵’처럼 사용할 수 있고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시의 본질 중 하나를 ‘사용 가치’에 두었기에, 그에게 있어서 시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능동적인 것이었다.” 네가 국 한 그릇조차 먹을 수 없다면 너는 어떻게 싸워야 하겠는가? 너는 나라 전부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전복시켜야 한다 네가 국을 가질 때까지. 그러면 너는 너 자신의 손님이 된다. ― 「국에 관한 노래」에서 일곱 개의 문을 가진 테베를 누가 지었는가? 책에는 왕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왕들이 돌덩이를 날랐을까? 그리고 저 여러 번 파괴되었던 바빌론 누가 계속 바빌론을 건설했는가? 건축노동자들은 황금빛 도시 리마의 어떤 집에서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다 만들어진 날 저녁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는 개선문으로 가득 차 있다. 누가 개선문을 세웠는가? 로마의 황제가 정복한 것은 누구였는가? (...) 책의 모든 페이지마다 승리가 나온다. 승리의 향연을 누가 차렸는가? 10년마다 위대한 자가 나온다. 거기에 드는 비용을 누가 댔는가? 수많은 보고들 수많은 의문들. ―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에서 ● “하나의 방을 묘사하는 유일한 방식을 선포하지는 말자!” ― 베르톨트 브레히트 브레히트의 문학 언어는 ‘마르크스주의 혁명’을 위한 “도구적 언어를 넘어선다.” 그는 18세기 후반 이래 ‘시인과 사상가의 민족’이었던 독일의 위대한 계몽주의 문학 유산을 이어받은 한편 ‘관념의 문학’을 쇄신함으로써, 새로운 독일 문학의 얼굴이 되었다. “언어의 장식과 미화가 아닌 현실의 언어, 선전이 아닌 현실의 폭로”를 지향하면서, 시의 개념을 변화시키는 한편 ‘시대의 시’를 만들어 냈다. 예술사를 형성하는 주요 개념인 ‘시대정신’, ‘예술적 표현 욕구’, ‘양식’ 삼박자의 조화를 실현한 것이다. 망명 시절 거처였던 덴마크의 한 마구간 기둥에 그가 새긴 “진리는 구체적이다.”라는 명제는, 그의 “역동적이고 역설적이며 예술적인 형식”을 통해 문학사의 변혁을 추동하였다. 지난밤 꿈에서 나는 거대한 폭풍우를 보았다. 공사 중 건물 뼈대를 움켜쥐고는 경사면의 쇠로 만든 받침대를 낚아채 갔다. 나무로 된 것은 그런데 말이다 휘어졌고 그리고 살아남았다. ― 「쇠」에서 나도 안다, 행복해하는 사람만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그런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보기 좋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는 땅의 토질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가 못생겼다 욕하기 마련이다. (...) 왜 나는 나이 마흔의 소작인 처가 벌써 허리가 굽은 채 걷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가? (...) 내가 시에 운을 맞춘다면 내게 그것은 오만이나 다름없다. 꽃 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그림쟁이의 연설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두 번째 것만이 나를 책상으로 몬다. ―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서 ● “낭만적인 서정시가 쓸모없는 시대라면 새로운 문학을 통해 투쟁해야 마땅하다. 그는 투쟁한다.” ― 박상순(시인) 박상순 시인이 이번 시집에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평생 추구한 두 가지, 구체적인 진리와 역동적인 사랑에 대한 명쾌한 글을 더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도 그가 진리와 사랑을 축 삼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쉬이 상상해볼 수 있게 되었다. "낭만적인 서정시가 쓸모없는 시대라면 새로운 문학을 통해 투쟁해야 마땅하다. 그는 투쟁한다. 동시에 전쟁의 포화나 어둠 속에서도 젊은 연인들의 사랑 또한 피어나야 할 것이다. 그는 또한 사랑과 함께 한다. (...) 베를라우와 모스크바에서 사망한 마르가레테는 모두 공산주의자로 브레히트와 함께 나치에 쫒기고, 또 함께 대본의 구성과 공연을 준비하는 공동의 작업자였다. 그들에게 사랑과 삶에 관한 열정이 없었다면 세계나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혁명의 의지 또한 희미했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