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렇게 끔찍한 것도 미술이야?”
데미안 허스트는 왜 해골을 다이아몬드로 장식했을까?
마크 퀸은 왜 자신의 피로 두상을 만들었을까?
안드레 세라노는 왜 시체 사진을 찍었을까?
앤디 워홀은 왜 구리 합금으로 코팅된 캔버스 위에 오줌을 부었을까?
야나 스테르박은 왜 쇠고기로 옷을 만들었을까?
1996년, 영국의 한 괴짜 예술가가 절단된 소를 미술작품이라며 전시했다. 가로로 열두 개의 조각으로 분리된 소는 마치 도살된 뒤 가공되기 위해 정육점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잔혹하게 도살된 것처럼 보이는 그 작품 앞에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 괴짜 예술가는 한술 더 떠 2007년에는 주물을 떠 백금으로 만든 해골에 1106.18캐럿에 달하는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작품’을 만들었다. 도대체 왜 이 예술가는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장식하는 기이한 생각을 하게 됐을까?
소를 절단하고, 해골을 다이아몬드로 장식하는 것을 능가하는 이런 예술가들도 있다. 오랫동안 자신의 몸에서 채혈한 피를 얼려서 자신의 두상을 만든 예술가 말이다. 이 예술가는 태반과 탯줄을 얼려 갓난아기 얼굴 모양을 한 두상을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는 시체 안치소에서 실제 시체 사진을 찍거나, 자신의 똥을 깡통에 담아 전시한 예술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쇠고기로 옷을 만들어 직접 입은 예술가도 있다. 더럽고, 지저분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한 소재들이지만, 이런 작품을 본 관객들은 충격과 혐오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작품들에서 나에게 다가올 지도 모르는 ‘어떤’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고, 피로 만든 두상 앞에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나’의 얼굴을 직면하는 예술적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렇게 불편하고, 어쩌면 혐오스럽게 느껴지지만 묘하게 우리의 마음을 끄는 현대미술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앞서 ‘괴짜 예술가’라고 언급한 데미안 허스트, 자신의 피를 얼려 자아 두상을 만든 마크 퀸, 시체 사진을 찍은 안드레 세라노, 자신의 똥을 깡통에 담아 전시한 피에로 만초니, 쇠고기로 옷을 지어 입은 야나 스테르박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의 작품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출퇴근길 도로에서 로드 킬 당한 동물 사체, 도시의 패악이 되어버린 길고양이들처럼 지저분해 보이지만 세상에는 한번쯤 진지하게 마주봐야 하는 불편한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에서 이야기되는 불편함을 유발하는 예술적 행위 대부분은 스캔들과 가십이 아니라, 우리 삶에 숨겨진 어떤 진실을 찾으려는 예술가들의 절실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가 낙인찍고 밀어냈던 불편한 미술의 얼굴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자.
동물 시체, 배설물, 피, 곰팡이, 죽음, 투병 과정……
우리가 낙인찍고 밀어냈던 불편하지만 매혹적인 미술이야기
이 책은 폭력, 죽음, 질병, 피, 배설물, 섹스, 괴물 등 우리에게 불편한 키워드를 주제로 구성되었다. 이 모두는 하나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받고 주변으로 밀려난 것들 이지만 동시에 매력적이고 궁금한 무언가다. 특히 ‘질병’의 경우 이런 것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 것인지 무척 궁금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투병 과정을 예술로 만든 한나 윌케는 1987년 림프종 진단을 받은 후 1993년 사망할 때까지 점점 죽음에 다가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사진과 비디오에 담았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점점 빠지고, 눈은 충혈되고, 혀의 색도 바뀌는 등, 전통적인 미술에서는 보기 힘든 여성의 모습을 담아냈다. 몸 곳곳에 주삿바늘을 꽂고 가슴과 배, 엉덩이에 거즈를 붙인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윌케의 모습은 병을 극복하려는 의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긍과 체념, 두려움 등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만약 당신이 윌케의 이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고 혐오스럽고 불쾌함을 느낀다면 당신은 ‘미’와 ‘추’를 구분하는 진부함에 길들여져 왔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우리 실제 현실에는 아름다운 비너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한 윌케의 작품명이 인 것은 결코 말장난이 아니다. ‘Intra-venus’는 ‘동맥 안으로, 정맥으로 들어가는, 정맥 주사의’ 등을 뜻을 가진 ‘intravenous’와 동음이의어로 투병하는 윌케의 상황을 은유한 것이다. 우리는 윌케의 사진과 영상을 통해 불편함과 두려움, 연민과 슬픔을 느끼면서 피할 수 없는 병의 흔적과 직면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불편한 미술을 이해하고 사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오묘하고 매혹적인 동시에 불편한 동시대 미술이 단순히 예술적인 도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숙고하고 긍정적으로 바꿔나가기 위한 것임을 느끼길 바란다. 진실이란 편안함뿐만 아니라 불편함까지 마주해야 얻어질 수 있다. 우리가 미처 몰랐을 뿐 불편함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 불편함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고 해서 이 세상이 갑자기 끔찍해지거나 슬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의미 있음을, 아름다울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불편한데…… 왜 이렇게 마음이 끌리지?
미술이 아름답지 않아도 될 이유
과거의 미술에서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것을 그려낸 사례들을 한 권의 책에 다 적기란 불가능하다. 추하고 혐오스러운 무엇인가는 과거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미술과 삶의 저변에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미술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을 추구해야 할까?”
“미술이 언제나 아름다움과 행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폭력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힘들고 지친 현실에 희망을 실어주는 작품들도 필요할 것이고 실제로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상향을 보여주는 것이 미술가의 의무는 아니다. 모든 미술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주장은 미술 에 불필요한 족쇄를 씌우는 것과 같다. 어떤 작품이 훌륭한 예술로서 의미를 갖는지 평가하는 기준은 하나가 아니다.”
우리의 마음을 끄는 것이 꼭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일례로 ‘죽음’을 한번 생각해보자. 죽음을 담아내는 대부분의 미술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불편함을 유발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불편한 것들은 그것을 피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공포 영화를 볼 때 끔찍한 장면이 나오면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화면을 보게 되는 이치와 같다. 저자 역시 그랬다고 말한다. 마음을 굳게 먹어도 계속 바라보기 힘든 작품들이 많지만 그 매력에 빠지고 나니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고 말이다. 저자는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책의 제목처럼 ‘혐오와 매혹’ 사이를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데미안 허스트, 안드레 세라노, 마크 퀸, 채프먼 형제, 앤디 워홀……
우리에게 충격을 준 당대 최고 아티스트들의 생생한 도판 70여 점 수록!
이 책에는 데미안 허스트, 안드레 세라노, 마크 퀸, 채프먼 형제, 제니 사빌, 샘 테일러 우드, 트레이시 에민, 지나 파네, 한스 벨머, 앤디 워홀, 주디 시카고, 오토 딕스, 피에로 만초니, 한나 윌케, 조 스펜스, 헤르만 니취, 야나 스테르박, 마를렌 뒤마, 캐롤리 슈니먼, 캐리 매 윔스 등 당대 최고 예술가들의 작품 도판을 실었다.
현대미술을 다루는 책 출간은 출판사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되는 작업이다. 작품 수록에 필요한 저작권료와 까다로운 허가 절차 때문이다. 현대작가들의 작품은 에이전시를 통하기도 하지만, 직접 작가들에게 연락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저작권료 또한 금액이 만만치 않다. 허가를 하는 데 까다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