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대한 노트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and other · Essay/Humanities
1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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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자본>을 영화화하려고 했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작업노트와 함께 에이젠슈테인의 이 미완의 기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데올로기적 고대로부터 온 소식이라는 영화를 만든 알렉세이 클루게가 이 작품의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를 위해 제작한 동명의 소책자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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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_옥사나 불가코바 영화 <자본>을 위한 노트: 1927~28년의 작업노트 중에서_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이데올로기적 고대로부터 온 소식: 마르크스-에이젠슈테인-자본_알렉산더 클루게

Description

“결정했다, 마르크스의 시나리오에 따라 『자본』을 영화화하기로. 이것이 유일한 형식적 해결책이다. […] 제임스 조이스가 나의 목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학과지성사의 새로운 인문 에세이 시리즈 ‘채석장’의 첫 책으로, 마르크스의 『자본』을 영화화하려고 했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작업노트(1927~28년)와 함께 에이젠슈테인의 이 미완의 기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데올로기적 고대로부터 온 소식>(2008년)이라는 영화를 만든 알렉세이 클루게가 이 작품의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를 위해 제작한 동명의 소책자(2015년)를 소개한다. 에이젠슈테인이 만들려고 했다는 <자본>은 어떤 영화였으며 왜 실패로 돌아갔는가? 클루게는 이 이루어지지 않은 기획의 어떤 점에 매혹되었는가?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혁명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오늘날, 여전히 혁명의 열기가 가득했던 가운데 도모되었던 100년 전의 실패한 기획, 클루게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제는 “이데올로기적 고대”가 된 과거의 유령들을 불러내 그들의 실패를 복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책은 현재의 달라진 조건 속에서 과거의 유령이 보내오는 미약한 신호를 감지해내 오늘을 사유하는 유용한 도구로 전유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마르크스의 『자본』+조이스의 『율리시스』 <전함 포템킨> <10월> 등 전설적인 혁명 영화를 만들었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에 대해 오랫동안 떠돌던 풍문이 있었다. 그가 마르크스의 『자본』을 영화화하려고 했었다는 것, 그것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같은 방식으로 찍으려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1973년, 소비에트 영화잡지 『영화예술』에 에이젠슈테인이 남긴 작업노트의 일부가 공개되면서 그러한 기획이 실재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자본』이라는, 영화화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텍스트를 영화화한다는 기획도 그렇거니와 그것을 조이스의 방식으로 찍겠다는 명제는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더군다나 에이젠슈테인이 실제로 파리에서 조이스를 만나 이 목표를 밝혔고 조이스가 동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되었다. 1927년 10월 12일, 영화 <10월>의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돌아온 에이젠슈테인은 작업노트에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결정했다, 마르크스의 시나리오에 따라 『자본』을 영화화하기로. 이것이 유일한 형식적 해결책이다.” 그 후로 2년 동안 에이젠슈테인은 이 계획에 매달린다. 에이젠슈테인은 당대 가장 잘나가는 감독이었고, 특히 <10월>을 만들 때는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막대한 자원을 동원하여 영화를 찍을 수 있었지만, 이 ‘<자본> 프로젝트’는 환영받지 못했다. 그는 소비에트 중앙위원회와 프랑스의 고몽영화사, 심지어 할리우드에까지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지만 누구도 이를 지원하려 들지 않았다. 심지어 스탈린은 에이젠슈테인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 스스로는 (적어도 한동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작업일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자본>은─공식적으로─제2인터내셔널에 헌정될 것이다. 모두들 분명 ‘만족할’ 것이다. 모든 방면에 걸친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타격으로 이보다 더 파괴적인 공격을 생각해내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사유의 과정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미래의 영화 <자본> <자본>이 완성되었다면 어떤 영화가 되었을까? 오늘날 에이젠슈테인이 남긴 파편적인 작업노트만 갖고 그의 의도를 완전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자신이 구축한 혁명 영화의 성공적인 공식을 넘어서 전적으로 새로운 영화 형식을 만들어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는 감각적 몽타주에 집중하는 영화에서, <10월>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쳐, 개념적이고 지적인 영화, “사유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로 변화해 나아가는 과정을 이 텍스트는 담아내고 있다. 에이젠슈테인은 영화 <10월>을 일종의 “에세이essay” 모음, “담론적 영화”라고 간주했는데, 그는 영화 <10월>에 존재했던 이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이 <자본>이라는 미래의 영화에서 온전히 구현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영화의 방법론과 관련하여 우리는 제임스 조이스(혹은 『율리시스』)의 역할을 몇 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다. 가장 일차적으로는 일련의 연상과 암시, 그리고 다양한 문학적 형식을 활용해 레오폴드 블룸의 하루를 묘사했던 『율리시스』처럼 에이젠슈테인이 <자본>을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로 구상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그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형이상학적인 답변이 주어지는 “교리문답 형식”으로 된 챕터(『율리시스』 17장)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며, 다음 영화에서는 논리적인 인과나 서사의 방식이 아니라 개념적인 연상 방식을 따를 것임을 밝혔다. 수프 한 그릇에서 출발해 그 함의를 전 세계적 규모에서 드러내는 에이젠슈테인의 연상 방식이 『율리시스』에서 사용된 무의식적 연상 작용이나 프로이트의 자유연상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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