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나

잉에보르크 바흐만 · Novel
4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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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3권. <삼십 세>, <동시에> 등 깊은 성찰과 섬세하고 정련된 사유가 돋보이는 글을 집필한 오스트리아 작가 잉에보르크 바흐만의 대표작이다. 언어 철학에 기반하여 사회와 개인, 자아와 타자,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해 고찰한 실험적 장편소설로, 20세기 여성 소설을 대표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작가인 '나'와 그런 '나'에게 있어 인생의 의미인 연인 이반, 그리고 '나'와 한 집에서 지내며 '나'를 돌보고 꾸짖고 위로하는 수수께끼의 남자 말리나 사이의 미묘한 관계성과 심리적 갈등을, 맥락 없이 오가는 단편적인 대화와 의미 없이 흐르는 듯한 일상적 풍경 속에 절묘하게 녹여 낸 이 작품은 언어가 전할 수 있는 것의 한계와 진정한 소통의 불가능성을, 역설적으로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귄터 그라스, 하인리히 뵐 등 당대 문학을 선도했던 작가들과 함께 '47그룹'에서 활동하며 지적인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 온 작가가 사망 2년 전 남긴, 자신의 문학 세계를 집성한 결정체이다.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는 자아와 타자의 문제를 지극히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 그에 따른 인간의 절망을 진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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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나 작품 해설 작가연보

Description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고독과 불안, 언어가 가진 한계를 예리한 필치로 포착해 낸 세계적인 지성 잉에보르크 바흐만 자아 안에 존재하는 타자, 여성 안에 존재하는 남성, 소통의 불완전함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담아낸 바흐만의 대표작 오스트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지성 잉에보르크 바흐만의 『말리나』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63)으로 출간되었다. 『삼십 세』, 『동시에』 등 깊은 성찰과 섬세하고 정련된 사유가 돋보이는 글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바흐만. 그녀의 대표작 『말리나』는 언어 철학에 기반하여 사회와 개인, 자아와 타자,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해 고찰한 실험적 장편소설로, 20세기 여성 소설을 대표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작가인 ‘나’와 그런 ‘나’에게 있어 인생의 의미인 연인 이반, 그리고 ‘나’와 한 집에서 지내며 ‘나’를 돌보고 꾸짖고 위로하는 수수께끼의 남자 말리나 사이의 미묘한 관계성과 심리적 갈등을, 맥락 없이 오가는 단편적인 대화와 의미 없이 흐르는 듯한 일상적 풍경 속에 절묘하게 녹여 낸 이 작품은 언어가 전할 수 있는 것의 한계와 진정한 소통의 불가능성을, 역설적으로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귄터 그라스, 하인리히 뵐 등 당대 문학을 선도했던 작가들과 함께 ‘47그룹’에서 활동하며 지적인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 온 작가가 사망 2년 전 남긴, 자신의 문학 세계를 집성한 결정체.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는 자아와 타자의 문제를 지극히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 그에 따른 인간의 절망을 진정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말리나』는 ‘사고하는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귀중한 독서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 영원히 소통 불가능한 대화를 통해 그려지는 단절의 변주곡 새로운 표상과 과거의 잔상이 공존하는 도시 빈. 이 도시에 사는 작가인 ‘나’는 이반이라는 남자에 대한 사랑을 자신의 삶의 의미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반은 둘의 관계에 유희라는 이름을 붙이고 가볍고 찰나적인 감정 이상을 갖기를 거부한다. 자기 전의 짧은 전화, 낮 시간을 이용한 가벼운 드라이브, 위스키 한잔을 나누는 저녁 시간, 그리고 대화의 간극을 매우기 위해 벌어지는 장난스러운 체스 게임. 이반과의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그가 자신에게 허용한 작은 영역 안에서 만족하려 애쓰던 ‘나’는 이반의 사랑스러운 두 아이, 벨라와 안드라스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그들과 인생을 공유하고 싶다는 금지된 욕망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더 이상 유희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이반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된 ‘나’의 변모를 본 이반은 조금씩 그녀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나’는 멀어져 가는 사랑에 살아갈 의미를 잃고 관계의 절망 가운데 고통스러워한다. 한편 ‘나’와 한 집에서 살고 있는 남자 말리나는 이반을 향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무능력해진 그녀를 대신하여 둘의 생활 전반을 보살피고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노력한다. 돈을 계산할 줄도, 제대로 된 사교적 편지를 보낼 줄도, 우유의 유통기한을 챙길 줄도 모르는 ‘나’에게 말리나는 의지할 만한 유일한 존재이면서도 영원한 미결의 문제와 같은 존재이다. 말리나는 불안정한 ‘나’와는 달리 언제나 정중하고 이성적이며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는 강한 성격을 지녔지만 충분히 혼자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곁을 떠나지 않고 돌보아 주면서 ‘나’ 자신마저 잊고 있던 모종의 비밀을 끊임없이 되살리려 한다. ‘나’의 마음속에 숨어 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에 대한 강박과 이반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여성적 두려움에 대해 마치 악몽 속의 미로처럼 기나긴, 그리고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무도회장, 대사를 한 줄도 알지 못한 채 강제로 오르게 된 공연 무대, 상대와 함께 살해당하는 패션쇼 등 배경을 바꾸어 반복되는 악몽과 독자의 사고를 자극하고, 교란하고, 최후에는 강렬한 깨달음을 전하는 대화 이후, 말리나의 정체와 ‘나’의 비밀에 대해 충격적인 진실이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 사회라는 거대한 연극 무대 위에서 고독한 배우일 뿐인 개인의 이야기 행복할 수 없음에도 행복을 추구하는, 전쟁 중에도 평화를 갈망하는 인간들 『말리나』는 프롤로그에서 소설의 모든 사건이 마치 연극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장치를 보여 준다. 주요 등장인물 다섯 명을 소개하고, ‘오늘’이라는 시간과 ‘빈’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지정한 것이다. 인물들이 나누는 단절적인 대화 역시 대사 형식으로 처리하여, 그들이 마치 사회적으로 부여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한편, 개인 간의 소통에서 부딪치게 되는 한계를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하고 있다. ‘나’에게는 유일하게 진실된 것으로 비치지만 이반에게는 냉철하게 유희로 규정된 둘의 관계에서 결국 ‘나’는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표현들을 익혀야만 한다. 그 표현들 가운데 진실한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저 체스 게임에서 쓰이는 단어, 피곤함을 토로하기 위한 재치 있는 문구, 그리고 시간 없음을 완곡하게 에두르기 위한 변명이 전부다. 나도 피곤하긴 하지만, 네가 더 피곤한 게 틀림없어. ……. 물론 지금이지,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언제……. ……. 지금 당장 너와 함께 있고 싶어! 수화기를 집어 던지고, 내 피곤함도 내던져 버리고, 계단을 달려 내려가 길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건넌다. 9번지 대문이 조금 열려 있고, 방문도 조금 열려 있다. 이반은 피곤함을 표현하는 그 많은 말들을 다시 죄다 늘어놓고, 나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녹초가 됐는지 서로에게 얘기해 주느라 정말 피곤해지고 완전히 지쳐 버릴 때까지 말이다. 희곡의 대사 표현을 빌린 말리나와 ‘나’의 대화에서는 이보다 진실한 어조로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무엇이나 알고 있지만 무엇에도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말리나는 ‘나’와의 대화에서도 ‘나’에게만 전적인 솔직함을 요구하고 본인은 짐짓 정중한 무관심을 보인다. 결국 상처를 받는 것은 ‘나’일 뿐, 말리나는 대화를 시작하기 전이나 다름없는 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나’를 계속해서 재촉하고 다그친다. 『말리나』에서 그려진 소통에 관한 일련의 시도들은 오히려 우리가 결코 누군가와 맞닿을 수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마치 ‘나’가 방문한 알텐뷜 가의 허황되고 가식적인 저녁 모임에서처럼, 개인은 사회 속에서 하나가 되지 못한 채 무의미한 대사를 반복하며 표류하고 있을 뿐이다. 바흐만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내면에 간직하고 있을, 소통의 단절과 고독에 대한 두려움을 ‘대사’를 통해 표현해 내는 역설적인 방법을 택하여, 현대인의 불안을 보다 더 강렬하게 실체화하고 있다. ■ 고통과 절망 가운데 삶과 사랑을 노래한 비애의 서정, 전후 독일의 대표적 지성 바흐만 전쟁으로 황폐해진 전후 독일 문단에 서정 넘치는 풍부한 시를 발표하며 ‘스타’ 작가로 떠오른 잉에보르크 바흐만. 그녀의 시를 읽은 당시 독자들은 잃어버린 시문학을 되찾은 것처럼 열광했다. 하지만 그녀가 방송 작가로 일하면서 발표한 라디오 방송극이나 산문 작품에서 보다 더 분명히 확인할 수 있듯, 바흐만은 단순히 여린 감수성과 지적인 탁월함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될 작가이다. ‘죽음의 편에서 삶을 깨닫는 오르페우스’처럼 고통과 절망 가운데 사랑과 삶을 노래한 그녀의 작품에는 가장 섬세한 울림을 보일 때조차도 불꽃같은 고통의 표현이 살아 있으며, 가장 서정적인 순간에도 존재의 불안에 대한 예민한 성찰이 드러난다. 바흐만은 ‘죽음의 방식(Todesarten)’이라는 제목의 연작 소설을 기획했다. 제1부에 해당하는 『말리나』는 연작 중에서 유일하게 완성된 작품으로, 가부장적 사회 안에서 ‘여성성’이 느끼는 좌절, 파멸로 치닫는 평범하지 않은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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