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은 첫사랑 같아. 결코 잊을 수 없거든.”
수년간의 현장 취재와 치밀한 자료 조사로 완성해낸 본격 잔혹 미스터리 수사극
인기 뉴스 앵커우먼이 살해된 며칠 후 서울시경 강력반에 여자의 잘린 머리가 배달된다. 곧이어 서울 서부지역에서 부녀자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형사들은 잔인한 연쇄 살인범을 잡기 위해 대책반을 구성한다. 8년 전 사건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강 형사는 이 사건이 자신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독자적인 수사에 나선다.
<반가운 살인자><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등으로 가장 한국적인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진 서미애의 첫 장편소설 《인형의 정원》은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유영철, 강호순 사건 등을 소재로 쓴 작품으로 실제 취재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사건 묘사와 생생한 캐릭터, 치밀한 전개 등이 조화를 이룬 수준 높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대한민국 형사들을 긴장시킨
엽기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2001년 7월 서울, 지하철 역 부근의 공원에서 한 소녀가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범인을 잡지 못한 채 8년의 세월이 흐르고,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강지훈 형사는 범인을 잡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주 악몽을 꾼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강 형사는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한다. 홍제동 안산 기슭에서 발견된 시체는 KNN 방송국의 인기 앵커우먼 이미란의 것으로 밝혀진다. 시체 부검에 참여한 강 형사는 불현듯 8년 전 사건을 떠올린다. 한편 이미란이 맡던 프로그램을 대신 맡게 된 동료 정유진은 이미란의 죽음이 자신을 스토킹해온 사람이 저지른 짓이 아닐까 걱정하며 이 사실을 어떻게 경찰에 알려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시경 강력반 앞으로 여자의 잘린 머리가 들어 있는 택배 한 상자가 도착한다. 강력반은 이 사건을 대외 비밀로 하기로 하고, 사이코 살인범의 소행으로 추측하며 자체 조사에 나선다. 잘린 머리를 덮은 모텔 수건을 단서로 범행현장을 찾은 강 형사는 CCTV 기록에 남겨져 있던 남자의 모습을 확인하고 무슨 이유에선지 고의적으로 기록을 훼손한다. 앵커우먼 살인사건과 강 형사의 8년 전 사건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넌 알고 있잖아?
네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괴물인지.”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은 폭력적인 범죄를 부르고 그 범죄는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에 의해 더 잔인한 범죄로 진화한다. 범죄 사건의 수사과정을 텔레비전과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지켜보는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범죄라는 리얼 드라마를 훔쳐보는 재미에 빠져들고,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된다. 강도, 강간, 스토킹, 조직폭력, 연쇄살인 등 매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각종 사건 사고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이런 범죄를 그저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남의 일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인형의 정원》은 최근 몇 년간 우리를 놀라게 했던 연쇄 살인사건에서 소재를 취한 소설로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을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한 삶을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매일 우리에게 뉴스를 전해주던 앵커우먼이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되고, 지하철 옆자리 남자가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며, 친절한 미소를 짓던 찻집 종업원이 우리의 사생활을 엿듣는 무시무시한 현실이 낱낱이 묘사된다. 뿐만 아니라 범죄자를 잡아야 할 형사들은 지능적인 범인의 함정에 빠져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드는 처지로 등장한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나와 관련된 사건이 아니면 그저 불행한 남의 일이나 자극적인 이슈로만 여기는 우리의 모습에 일침을 가한다. 잔인한 연쇄 살인범은 우리의 비정상적인 욕망이 만들어낸 괴물이고,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언젠가 우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탈을 쓴 인형은 과연 누구인가?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범인은 우연한 계기에 내면에서 들끓고 있던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교활한 사이코패스로 묘사된다. 자신의 욕망을 계속 채우며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이코패스는 인간의 모습을 한 인형처럼 허울 좋은 가면을 쓴 인간미라고는 없는 가짜 인간이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인물만 가짜 인간은 아니다. 동료의 죽음에 슬퍼하기는커녕 후임 앵커자리에 누가 오르게 될지 더 관심을 보이는 방송국 동료들의 모습과 몇 가지 정황만으로 동료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형사들의 속물적인 모습은 인간의 탈을 쓴 인형에 불과한 우리들의 자화상과도 같다. 작가는 이런 인물들을 지속적으로 대비시키며 인간의 모습을 한 가짜 인간들의 허울을 들추어내려 하고 있다. 그리고 겉모습만으로 구별되지 않는 사람의 진면목을 미스터리적인 장치 속에 숨기며 진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선입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실제 살인사건에 참여한 수사관을 취재해
현실감 넘치는 스토리로 완성한 소설
《인형의 정원》은 TV 드라마로 더 유명한 <반가운 살인자><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등의 인간미 넘치는 추리소설로 한국 추리문학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온 작가 서미애의 장편소설이다. 서미애는 1994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 추리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후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TV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영화 시나리오, 연극 극본 집필 등을 해오며 추리 전문 작가라는 한우물만 파온 작가다. 그녀의 첫 장편 《인형의 정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를 공포에 떨게 했던 유영철, 강호순 등이 저지른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창작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실제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과학수사팀과 희생자의 부검을 담당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취재하여 현실감을 더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범죄가 일상화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서, 잔혹한 범죄가 저질러지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의 출간이 침체된 한국 추리문학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