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논리

아네마리 몰 · Social Science/Huma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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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마리 몰의 『돌봄의 논리』는 ‘선택의 논리’와 대비되는 ‘돌봄의 논리’를 주장한다. 당뇨병과 함께하는 삶을 사례로 삼아 저자는 환자와 의료진, 기술과 제도가 상호작용하는 구체적 장면을 섬세하게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돌봄이란 단순히 타인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조정되고 구성되는 윤리적 실천임을 보여준다. 이 책에 따르면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을지 탐구하는 것은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만성적이다. 몰은 자유로운 선택과 자율성이라는 근대적 이상이 실제 의료 현실과 잘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적인 의료 제도의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은 자주 고객이나 시민으로 여겨지지만, 이는 의료 서비스에 필수적인 사고와 행동 방식을 훼손한다. 환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곧 좋은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며, 돌봄의 실천은 다양한 요인들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좋은 돌봄이란 병든 신체와 복잡한 삶에 적합하게 지식과 기술을 조정하려는 협력적이고 지속적인 시도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돌봄의 감각을 재구성할 기회를 준다. 몰은 돌봄을 통해 인간과 기술, 제도, 감정이 서로 얽히는 과정을 드러내며, 우리 사회가 돌봄의 논리를 갖추기 위해 어떤 실천들이 필요한지를 사유하도록 이끈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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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4 프롤로그 12 1장 두 개의 논리 21 서구 사회의 클리셰들 25 능동적인 환자 34 방법 39 책 48 2장 고객인가, 환자인가? 55 제품 또는 과정 60 대상 집단 또는 팀 구성원 70 꿈 또는 지원 77 건강하기를 희망하기 또는 질병과 함께 살기 84 내려놓는 행위자 88 3장 시민 그리고 신체 91 통제하기 또는 주의 기울이기 98 길들이기 또는 키우기 104 결정되기 또는 생존하기 111 누구의 책임인가 또는 무엇을 할 것인가 119 4장 관리하기 대 의사 노릇하기 123 유익한 사실 또는 목푯값 126 수단 또는 수정 134 계산하기 또는 조율하기 144 의사 관리하기 또는 의사 노릇 공유하기 154 5장 개인 그리고 집단 161 미리-가정된 개체 또는 신중한 개체화 167 같은 사람 추가하기 또는 공들여 범주 만들기 175 건강한 행동 또는 도움이 되는 조건들 186 숨어 있는 용감한 사람들 195 6장 실천 속의 선 201 행위에서의 도덕성 203 능동적인 환자 218 의료 서비스 개선하기 229 번역 243 감사의 말 257 옮긴이 후기 264 후주 270 참고문헌 300 인명 찾아보기 312 용어 찾아보기 315

Description

‘돌봄의 논리’가 증언하는 좋은 돌봄이란 질병을 앓는 사람의 개별적 삶과 맥락에 맞춰 지속적으로 조정되는 관계적 실천이다. 아네마리 몰의 예리한 관찰과 섬세한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은 돌봄의 논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되고, “환자의 선택권”이라는 논리가 얼마나 부적절한지 더 명확히 이해하게 된다. “돌봄”이 공공의 가치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인간적인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 조안 C. 트론토, 미국 뉴욕 시립대학교 헌터 칼리지 정치학 교수 ‘돌봄의 논리’란 무엇인가 ‘돌봄의 논리’는 의료 서비스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맺는 관계, 그리고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환자 권리보호 운동의 결과로 알 권리, 자기 결정권, 선택권, 동의권, 정보 접근법 등의 환자 권리들이 획득되었다. 이 책은 그중에서 선택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선택의 논리’는 환자를 소비자로 여기고 환자 개개인이 각자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돌봄의 논리는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몸의 변화에 신중하게 반응하는 것, 문제가 생기면 조정하고 다시 조정하는 것, ‘표준화된 해답을 부과하기’가 아니라 ‘계속해서 조율하면서 함께 살아가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 약과 저 약이 있으니, 선택하세요. 선택의 결과는 환자 당신의 책임이에요.”가 아니라, “이 약을 써보고 함께 경과를 보면서 조정해 봅시다.”는 태도가 돌봄의 논리에 가깝다. 선택의 논리와 돌봄의 논리의 차이를 도식화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선택의 논리에서는 환자가 자신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반면, 돌봄의 논리에서는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일상을 조절하며,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함께 조율한다. ② 선택의 논리는 ‘최선의 선택’을 강조하지만, 돌봄의 논리는 ‘지속적인 조정과 함께 살아가기’를 강조한다. ③ 선택의 논리는 환자를 ‘능동적 소비자’로 보지만, 돌봄의 논리는 관계 맺고 있는 모두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본다. 몰은 이러한 돌봄의 태도가 의료 서비스 이외의 분야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시장 창출로 인해 고통이 야기되는 곳에서는 돌봄의 도입이 고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의 철학 운동들이 지적하듯이 현대인의 사고방식에는 ‘우리 인간’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환상이 뿌리 깊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 환상은 삶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그러나 당뇨병과 함께하는 삶이 보여주듯이 삶은 순종적이지 않다. 그럼 이제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 환상에 사로잡혀 있거나 통제하려 하지 말고, “그 대신, 돌보자.”라고 몰은 제안한다. 능동적인 환자와 의사 노릇 흔히 능동성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개인의 자질로 이해된다. 선택함으로써 자유가 주어진다고 말이다. 선택의 논리에서 능동성이 여러 제조사의 혈당 측정기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돌봄의 논리에서 능동성은 인슐린을 주입하고, 저혈당 상태를 느끼거나 측정하고 대응함으로써 저혈당을 피하고, 먹는 양을 계산하는 것이다. 돌봄의 논리에서 ‘능동적인 환자’는 의료 서비스 전문가들과 함께 자기 신체의 변화와 어려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일상의 문제를 전문가들과 함께 조율하는 존재이다. 이는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관계 속에서 책임과 실천을 나누는 태도와 연결된다. 돌봄의 논리에서 능동성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조율하며 함께 실험하는 태도다. 이와 관련해서 이 책에서 아네마리 몰이 제시하는 주요 개념은 ‘의사 노릇’(doctoring)이다. 여기에서도 환자가 의사를 하나의 상품처럼 ‘선택’하여 ‘관리’하는 것이 좋은 돌봄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몰에 따르면 의사 노릇은 의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 환자, 간호사, 환자의 가족과 지인, 관계 기관 등 돌봄 팀 전체가 관여된다. 의사 노릇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모든 사람이 서로의 기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동시에 신체, 기계, 식품 및 기타 관련 기관이 하는 것들을 조율해야 한다. 의사 노릇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창의적이고 신중한 실험에 참여하면서 서로의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 의사 노릇이라는 개념은 돌봄이 단순히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실천적이고 맥락적인 행위임을 강조한다. 한국 사회와 돌봄의 위기 : 모든 것, 모든 사람이 행동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초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가족 돌봄의 부담 등으로 돌봄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위기 역시 한국의 의료 환경이 ‘선택할 수 있는 환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보는 과잉되고 시간은 부족하며, 환자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자신의 삶에 적합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이때 환자는 자기 자신이 ‘판단할 수 없는 무능한 존재’라고 느끼거나, 반대로 모든 부담을 떠안은 채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몰은 이러한 현실을 돌봄의 논리를 통해 해소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환자에게 선택을 강요하기보다는 환자의 상황을 중심으로 의료, 간호, 그리고 복지 현장이 재구성되어 ‘돌봄의 논리’가 실천될 때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가 좀 더 잘 견딜 만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후위기, 생태 위기, 감염병, 전쟁 등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오늘날, 돌봄은 더 이상 사적 영역에 머물 수 없는 문제다. ‘돌봄의 논리’는 소외된 존재, 상처받은 몸,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함께 살아낼 수 있는 연대와 실천의 윤리를 제시한다. 몰은 『돌봄의 논리』에서 돌봄을 일상의 실천일 뿐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는 사회적 감각으로 제안한다. 이 책은 우리가 서로를 돌보고, 함께 위기를 견디는 힘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누가 언급되고, 누가 계속 노력해야 하며, 누가 행동해야 할까?”라고 아네마리 몰은 질문한다. 저자에 따르면 정답은 ‘모든 사람, 모든 것’이다. 왜냐하면 돌봄의 논리에서는 행위자들이 고정된 역할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 현장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다 ― 아네마리 몰의 학문적 궤적 아네마리 몰(Annemarie Mol, 1958년~ )은 네덜란드의 인류학자이자 철학자, 과학기술학자이다.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 철학과 의학으로 석사학위를, 흐로닝언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네덜란드 트벤테 대학교에서 정치철학(소크라테스)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0년부터 현재까지 암스테르담 대학교에서 ‘몸의 인류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몰의 연구는 구체적인 의료 현장을 출발점으로 하며, 이론이 아닌 실천에서 철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2002년에 첫 단독 저서인 『바디 멀티플』(2022년 한국어판 출간)을 출간했다. 이번 책 『돌봄의 논리』는 2006년에 네덜란드어판이, 2008년도에 영어판이 출간되었다. 『바디 멀티플』은 동맥경화증의 사례를 통해 “다중적 실재”(multiple realities)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실재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행위와 맥락 속에서 수행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 질병은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실천과 상호작용 속에서 다르게 정의된다고 몰은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의료인류학과 과학기술학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책 『돌봄의 논리』에서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모델로 환자와 의료진의 상호 의존성과 현실적인 돌봄의 중요성, 선택 중심의 의료 모델 비판, 돌봄의 실천적 논리 등을 제시하였다. 최근에 출간한 두 권의 저서 『이론에서의 먹기』(2021)와 『Eating은 영어 단어이다』(2024)에서는 먹기(eating)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인간과 환경, 지식 그리고 존재의 관계를 재고찰하였다. 아네마리 몰은 의료 현장의 실천과 존재론, 복잡성, 돌봄의 문제에 주목해 왔으며, 국내에서는 의료사회학, 과학기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