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오래된 문장 속에 살아 있는 가을 열기와 냉기가 교차하는 그 경계의 이야기들 《가을빛 속으로》는 에밀 졸라,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샬럿 퍼킨스 길먼 등 세계 문학사의 거장들이 남긴 아홉 편의 단편을 엮은 세계 문학 단편선이다. 이 책에는 모두 ‘가을’을 배경으로 하거나 ‘가을’의 정서를 바탕에 둔 작품들이 실려 있다. 식어가는 열기와 차가운 바람 사이, 무르익은 관계의 전환점에서 피어나는 깨달음과 회한, 그리고 익어 가는 삶의 한순간들을 저마다의 서사로 그려낸다. 세 번의 추수감사절을 거치며 자립과 존엄을 찾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그린 샬럿 퍼킨스 길먼의 〈세 번의 추수감사절〉, 프로방스 농부가 풍요로운 수확 속에서 맞이하는 생명의 탄생과 소멸,) 에밀 졸라의 국내 첫 번역작 〈장 구르동의 가을〉, 사교계 사람들의 말과 침묵 사이, 그 미묘한 간극을 비춘 버지니아 울프의 〈함께 그리고 따로〉, 자매 사이의 사랑과 희생, 우애와 질투 사이의 미묘한 온도를 서정적으로 그려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국내 첫 번역작 〈가을〉, 한때 마음을 나눈 여인의 죽음으로 인해 고립된 자신을 마주하는 제임스 조이스의 〈비통한 사건〉, 자신을 여왕의 쌍둥이라 믿는 한 노부인의 품격 있는 삶을 그린 세라 온 주잇의 〈여왕의 쌍둥이〉, 젊은 시절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을 붙잡지 못한 한 남자의 깊은 회한, 모파상의 〈후회〉, 우연한 입맞춤에서 시작된 두 남녀의 오해와 갈등, 화해의 과정을 그린 에드워드 페이슨 로의 〈세 번의 입맞춤〉, 철없는 두 남자가 술잔을 기울이며 쏟아내는 넋두리를 담은 헤밍웨이의 〈사흘간의 폭풍〉까지, 작품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결을 지닌 채 ‘가을’이라는 하나의 계절을 다양한 정서와 서사로 그려낸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가을빛 속으로 스며드는 이야기들이 당신의 마음을 조용히 물들인다. 짧지만 밀도 높은 서사 속에 깃든 감정의 울림이 깊어가는 계절의 끝에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숨은 고전을 발견하는 가을 국내 첫 번역으로 만나는 세계 문학의 새로운 작품들 《가을빛 속으로》의 가장 큰 의의는 세계 문학사의 거장들이 남긴 덜 알려진 단편을 새롭게 조명하는 동시에,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았던 작가와 작품을 처음 선보인다는 데 있다. 이번 책에는 에밀 졸라, 세라 온 주잇, 그리고 에드워드 페이슨 로의 단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에밀 졸라의 국내 첫 번역작 〈장 구르동의 가을〉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한 농부의 삶 속에 스며든 탄생과 죽음의 순환,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리듬을 그린다. 《목로주점》, 《나나》, 《테레즈 라캥》 등으로 사회의 모순과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온 졸라가, 이 작품에서는 거대한 사회 서사에서 벗어나 생명의 존엄과 시간의 무게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비춘다. 미국 작가 세라 온 주잇의 〈여왕의 쌍둥이〉는 자신을 여왕의 쌍둥이라 믿는 노부인의 품격 있고 고요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현실과 환상이 맞닿은 경계에서 노년의 존엄과 기억의 힘, 인간의 내면적 품위를 따뜻하게 담아낸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 《백로》로 잘 알려진 세라 온 주잇은 헨리 제임스, 이디스 워튼과 더불어 미국 지역문학의 핵심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녀 특유의 간결하고 정제된 문장은 가을빛처럼 차분하고 서늘한 정서를 전한다. 한편, 에드워드 페이슨 로의 〈세 번의 입맞춤〉은 이번 책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자 작가의 첫 수록작이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소설가로, 신앙과 인간애, 일상의 따뜻한 정서를 그려낸 그는 대표작 《Barriers Burned Away》로 미국 대중소설의 기반을 닦았다. 〈세 번의 입맞춤〉은 우연한 입맞춤에서 비롯된 두 남녀의 오해와 갈등,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경쾌하고 품격 있게 그려낸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작가 특유의 유머와 섬세한 감정이 빛나며, 세기를 넘어 오늘의 독자에게도 신선한 울림을 전한다. 《가을빛 속으로》는 이처럼 익숙한 작가들의 낯선 작품은 물론, 처음 만나는 세계 문학의 목소리까지 함께 담아 고전 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그 수용의 지평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품고 있다. 계절의 언어로 고전을 읽는다는 것 봄부터 겨울까지, 감각으로 엮어낸 세계 문학 단편 선집 고전은 시대를 넘어 인간의 감정과 사유를 품고 있다. 그러나 그 문장이 오늘의 언어로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독자의 감각에 닿는 통로가 필요하다. 《봄볕 아래에서》, 《여름 언덕에서》에 이어 출간된 《가을빛 속으로》는 그 통로를 ‘계절’이라는 감각의 층위에서 찾는다. 《가을빛 속으로》는 계절을 따라 이어지는 세계 문학 단편선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가을’이라는 감각을 실마리 삼아 고전을 새롭게 읽도록 기획되었다. 이어질 ‘겨울’의 이야기를 예고하며, 독자는 한 해의 사계를 문학의 감각으로 천천히 건너게 된다. 고전이라는 거대한 숲 속에서 지금의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한 편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서늘한 공기와 따뜻한 햇살이 공존하는 가을은 누구에게나 각자의 기억과 감정으로 스며드는 시간이다. 무르익은 열정과 회한, 멈춤과 성찰의 순간이 교차하는 이 계절을 따라가다 보면, 고전의 문장은 결코 낯설지도 멀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아홉 편의 작품은 단편이라는 형식이 지닌 응축의 미학과 서사의 깊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짧은 분량 안에 한 인물의 내면, 한 시대의 정서, 하나의 계절이 정제된 문장으로 담겨 있으며, 그 안에서 독자는 더 밀착된 감정의 순간을 만난다. 때로는 끝내 말해지지 않은 문장들 사이에서 더 깊은 사유가 피어나고, 그 여백 속에서 고전은 오늘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