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0일생

김서진 · Novel
3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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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으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 김서진의 두 번째 장편소설. 평범한 여성이 아무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살인과,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을 마치 놀이처럼 즐기는 사람들을 통해 현 세태와 왜곡된 인간 심리를 서늘하게 그려낸 소설 <선량한 시민>은 치밀한 스토리와 연속되는 반전,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로 독자를 사로잡았으며 이는 다음 작품에 대한 높은 기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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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눈[雪﹞]의 감촉 내가 범인일까? 오래된 신문, 흘러간 사건 다시 살아나는 사람 불놀이 이화에 월백하고 한 남자와 네 명의 여자 기억은 다르게 적힌다 검은 너울 2월 30일생 그녀의 사진 한 장 이것은 꿈일까 어리석은 선택의 연쇄 마지막 한 점 불빛 그냥 지나가지는 않는다 작가의 말

Description

나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다면 지난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25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장소에서 죽은 두 여자 60년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한 집안의 비밀과 욕망의 얼굴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 김서진의 두 번째 장편소설 『선량한 시민』으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 김서진의 두 번째 장편소설 『2월 30일생』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평범한 여성이 아무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살인과,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을 마치 놀이처럼 즐기는 사람들을 통해 현 세태와 왜곡된 인간 심리를 서늘하게 그려낸 소설『선량한 시민』은 치밀한 스토리와 연속되는 반전,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로 독자를 사로잡았으며 이는 다음 작품에 대한 높은 기대로 이어졌다. 작가는 자신의 관심사와 역량을 더 힘껏 밀어붙여 또 하나의 추리소설 『2월 30일생』을 내놓았다. 2월 30일, 존재할 수 없는 날에 태어난 한 여자의 죽음을 통해 60년 전 현대사의 비극과 한 집안의 어두운 비밀을 집요하게 파고든 역작이다. 이 소설은 또한 소설NEW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소설NEW는 뉴웨이브(new wave) 문학을 지향하는 나무옆의자의 새로운 소설 시리즈로,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간소설(middlebrow fiction)을 의미한다. 그녀가 죽었다. 정말로 내가 범인일까? 방송국 피디 현재는 가족 행사로 J시의 고향 집에 내려와 있다 뜻밖에도 얼마 전 헤어진 연인 혜린을 만난다. 혜린이 앙심을 품고 자신을 협박할 목적으로 고향 집까지 쫓아 내려왔다고 생각한 현재는 불같이 화를 내고 술에 잔뜩 취해 귀가한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혜린이 주검으로 발견되고, 현재는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정작 혜린이 죽던 날 ‘필름이 끊겨’ 그녀와 함께했던 마지막 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범행 동기는 충분하고 알리바이는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 공교롭게도 인근의 부랑자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현재는 풀려난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그를 진범으로 보고 있고, 죽기 전 혜린의 행적도 의문투성이다. 그녀는 무슨 이유로 J시에 왔으며 왜 죽어야 했는가. 정말로 내가 범인일까? 이것은 현재가 풀어야 할 숙제이자 독자의 의문이기도 하다. 현재는 자신을 취조했던 최 형사로부터 혜린이 죽기 전에 ‘만리’라는 여자에 대해 묻고 다녔다는 것과, 혜린의 언니 정희로부터 혜린이 ‘박대길’이라는 인물을 찾아다녔다는 정보를 얻는다. 만리는 25년 전 혜린이 죽은 곳과 같은 장소에서 숨진 여인으로, 그녀의 죽음은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해 자살로 처리됐다고 한다. 박대길은 할아버지 집안의 머슴으로 6.25 때 할아버지를 보도연맹으로 몰아 위험에 빠뜨렸고, 전쟁 당시에 동네 사람에게 죽임을 당한 인물이었다. 현재는 최 형사와 정희가 무언가를 감추면서 혜린과 만리의 죽음의 진실에 대해 자신에게 암시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할아버지와 관련된 일인 것 같았다. 과거는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내버려두어도 스스로 일어난다 현재의 할아버지는 J시에서 전설적인 인물이다. 독립투사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풍상을 겪다가 J시에서 치과의사로 성공하여 명망 있는 지역 유지가 되었다. 그는 조폭부터 경찰까지 모두와 호형호제하며 지냈고, 부인이 있음에도 여러 여자들과 거리낌 없이 연애를 했으며, 일흔이 넘은 나이에 간통으로 고소를 당해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뭐든 탐을 냈고 탐나는 것은 다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양반.” 그것이 매력으로 간주되는 사람. 특히나 6.25 때 꼽추였던 누나 이조를 업고 야반도주한 이야기는 하나의 영웅담으로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한마디로 그는 J시 사람들의 욕망의 투사체였다. 그런데 호탕하고 거침없는 그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 장본인인 대길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이야기하길 꺼린다. 만리의 사건을 다시 조사하던 현재는 정희가 만리의 딸이고 당시 이순옥이라는 동거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리가 죽고 혜린이 태어났으니 정희와 혜린은 친자매간이 아니었다. J시에서 유명한 다방 마담이었던 만리는 할아버지와도 가깝게 지낸 것이 분명했다. 만리와 대길, 할아버지와 관련된 과거의 인물들. 혜린은 왜 그들을 찾아다녔고, 혜린과 정희는 어떻게 자매가 됐으며, 이순옥은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한편 현재는 박대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할아버지의 고향으로 가 지역 사학자를 만난다. 사학자는 6.25 때 할아버지 고향에서 일어난 보도연맹 학살 사건과 박대길이 할아버지를 보도연맹원으로 몰아간 사실, 박대길이 할아버지의 누이 이조를 탐냈다는 이야기, 박대길의 죽음, 그리고 이후 사람들 사이에 떠돈 박대길이 살아 있다는 소문을 세세히 말해준다. 그리고 87년에 한 여자가 대길을 찾아왔었다는 마을 사람의 이야기까지 확보한다. 박대길에 대해 알아볼수록 현재는 죽은 박대길이 살아나고 있음을 느낀다. 아니, 그는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는 혜린의 죽음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인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박대길이라는 이름은 나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그는 수십 년 전에 죽은 사람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혜린이 그를 찾으려 했다는 말일까. 마치 귀신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오랜 시간 억눌려 있던 땅기운이 꿈틀거리며 그 사악한 힘을 토해내듯 나는 뭔가가, 아주 불길한 뭔가가 긴 시간을 뚫고 튀어나오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_본문에서 소설은 과거의 사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몇몇 장(章)에서 현재를 화자로 삼은 1인칭시점에서 대길을 초점화자로 삼은 3인칭시점으로 바뀌어 과거의 시공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 정희의 유서로 이루어진 장은 이제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듯이 모든 인과관계와 사건의 연쇄를 해명해준다. 퍼즐은 모두 맞춰지고 과거는 복원되었다. 그러나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의 욕망이 부른 비극과 이를 구원하는 윤리적인 선택 소설에는 가족 삼대가 등장하는데, 대범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할아버지와 섬세하고 모범적인 손자의 유대는 부자간보다 깊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부러워한 모든 것을 손자에게 주었고 손자가 살아온 삶의 모든 과정을 자기 일처럼 지켜보며 사랑했다. 손자도 할아버지의 거침없는 솔직함과 당당하게 욕망을 드러내는 모습에 혐오보다는 매혹을 느꼈다. 이들은 서로의 치부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모든 진실이 밝혀졌을 때 두 사람은 대립할 수밖에 없다. 할아버지는 과거를 지우려 하고 손자는 과거를 똑바로 불러내 사실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마치 낡은 세대와 신세대의 대결처럼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팽팽하게 대립하는 조손간의 모습은 소설의 주제를 함축한다. 할아버지는 끝까지 과거를 부정하고 거짓에 무감각하지만 손자는 자신의 죄의 가능성을 인정한다.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 역시 죄다. 그리하여 그는 죽은 연인을 끝까지 기억하는 길, 스스로를 구원하는 길을 택한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혜린의 얼굴도, 목소리도, 그 작고 야윈 몸도 희미해지겠지만, 모든 것이 다 흔적도 없이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끝까지 혜린은 내가 사랑했던, 나를 미치도록 흥분하게 만들었던 그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것이 할아버지와는 다른 나의 방식이다. _본문에서 작가는 한 여자의 죽음을 통해 현대사의 비극과 한 집안의 어두운 가족사를 60년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촘촘히 엮었다. 빈틈없이 이야기 구성으로 독자의 예측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긴장의 끊을 놓지 못하게 하는 솜씨는 놀랍다. 게다가 치밀하게 서사를 구축하면서 우리에게 과거란 무엇이고, 기억은 믿을 만한지, 개인의 굴절된 욕망이 어떤 비극을 부르는지를 끈기 있게 묻고 답한다. 작가는 “전부터 나는 지독한 악당에 관한 이야기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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