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김근 · Poem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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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452권. 신화적 상상력, 위력적인 리듬,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평단과 독자에게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시인 김근의 세번째 시집. 시인은 첫 시집 <뱀소년의 외출>에서 이곳이 아닌 저곳에 대한, 울타리 안이 아닌 밖을 향한 동경과 희망을 실천하기 위해 설화적 시공간의 흐물거리는 여정을 감내해냈다. 그런가 하면 두번째 시집 <구름극장에서 만나요>에서는 오랫동안 '안'을 버리고 '바깥'에 소속되고자 했으나 거듭 실패하고 끝내 안으로의 회귀마저 불가능해진 자에게 지금 현재 허락된 위치가 어디인지를 탐지했다. 그 결과 길 잃은 자에게는 구름과도 같은 무형의, 영사된 화면과도 같은 비실재의 공간만 주어질 뿐이었는데, 시인은 거기서라도 '우리'가 조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그 후 6년이 흘렀다. 김근의 시적 화자는 그동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이 시집의 머리말 격인 '시인의 말'을 대답으로 읽을 수 있겠다. 동시에 시 쓰는 자의 숙명으로도 읽힌다. "자주 길을 잃었다.//자주 나는 울었던가.//다시 잃으러 간다.//가고 가고 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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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시인의 말 길을길을 갔다 / 허허 / 소풍 / 밝은 / 새를 묻다 / 키스 / 대낮 / 나는 너를 낳은 적이 / 섬 / 언니들 / 앉은뱅이 왕 / 지극히 사소하고 텅 빈 / 휴일 / 뒷모습 / 까마귀 떼 / 밤에, 소년이 있었다 / 야음을 틈타 / 푸른사내덩굴 / 지워지는 / 젖은 팔 / 택시 / 너의 멸종 / 놀이터 / 그림자 / 여름의 전설 / 물고기를 사러 다녀요 / 떠도는 사원 / 병 속에 담긴 편지 / 웃는 남자 / 화부(火夫) / 이름을 먹는 여자 / 뼈만 남은 / 멈춘 사람 1 / 멈춘 사람 2 / 멈춘 사람 3 / 죽은, 시인 / 조카의 탄생-부 하고 모 하는 사이 / 조카의 탄생-이모의 말 / 조카의 탄생-삼촌의 말 / 조카의 탄생-아비의 말 / 조카의 탄생-조카의 말 / 조카의 탄생-어미의 말 / 형-숨바꼭질 / 형-필사 / 형-둔갑 / 형-동거 / 형-동생 / 형-낱말들 / 형-호칭들 / 변명, 우편배달부 / 변명, 코인로커 / 변명, 목소리 / 변명, 사다리 / 변명, 라디오 / 당신의 날씨 / 거대하고 시뻘건 노래가 해설 | 당신의 어둡고 환한 육체-송종원

Description

아무리 해도 닦아낼 수 없는 우울 세계의 민낯을 은유하는 매혹적인 악몽 길을 잃으러 가고, 가고, 가는 길 신화적 상상력, 위력적인 리듬,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평단과 독자에게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시인 김근이 세번째 시집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문학과지성사, 2014)를 출간했다. 시인은 첫 시집 『뱀소년의 외출』(문학동네, 2005)에서 이곳이 아닌 저곳에 대한, 울타리 안이 아닌 밖을 향한 동경과 희망을 실천하기 위해 설화적 시공간의 흐물거리는 여정을 감내해냈다. 그런가 하면 두번째 시집 『구름극장에서 만나요』(창비, 2008)에서는 오랫동안 ‘안’을 버리고 ‘바깥’에 소속되고자 했으나 거듭 실패하고 끝내 안으로의 회귀마저 불가능해진 자에게 지금 현재 허락된 위치가 어디인지를 탐지했다. 그 결과 길 잃은 자에게는 구름과도 같은 무형의, 영사된 화면과도 같은 비실재의 공간만 주어질 뿐이었는데, 시인은 거기서라도 ‘우리’가 조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그 후 6년이 흘렀다. 김근의 시적 화자는 그동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이 시집의 머리말 격인 ‘시인의 말’을 대답으로 읽을 수 있겠다. 동시에 시 쓰는 자의 숙명으로도 읽힌다. 자주 길을 잃었다.//자주 나는 울었던가.//다시 잃으러 간다.//가고 가고 가는 수밖에 내 슬픔과는 무관하게 밝기만 한 세상 시집의 제목은 수록작 「밝은」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제목과는 달리 매우 어두운 분위기가 흐르는 작품이다. 매 문장이 무엇무엇 할 ‘때’로 이어지고 있어 시인이 어떤 순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순간이란 것이 하나같이 불길하고 불편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적당하지 않은 타이밍인 것도 같다. 대체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어쩌자는 것이냐”라고 외치는 화자는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가. 어쩌자는 것이냐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짐승도 인간도 아닐 때 당신과 내가 서로 몸을 바꿔 입고 당신이 나고 내가 당신일 때 다시는 나는 내가 아니고 당신은 당신이 아닐 때 남자도 여자도 아예 버릴 때 우리의 발바닥이 우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때 우리의 꼬리가 영영 우리의 머리를 만나지 못할 때 당신과 내가 그만 당신과 나를 넘어 범람할 때 떠내려갈 때 아예 사라질 때 그럴 때 봄은 당신과 내 것이 아닌 눈동자들로 분주하고 깨끗한 시체처럼 저기서 여기로 그늘 하나 거리를 더듬으며 기어 기어 오는데 ―「밝은」 부분 시의 첫 구절 “어쩌자는 것이냐”는 다양한 질문을 품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 세계는 아직 어둠과 추위가 가득한데 기어코 “기어 기어 오는” 봄을 원망하는 듯하다가도 거꾸로 생각해보면 봄이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는 줄 알면서도 당신과 나는 왜 여전히 추위와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하는 자책으로 보이기도 한다. 두 질문 사이의 틈, 그리고 질문이 겨누는 안과 밖의 괴리는 당연하게도 악몽의 재료가 된다. 김근은 지금 이렇게 빚어진 악몽을 꾸어내는 중이다. 텍스트에서 뛰쳐나와 팔을 뻗치는 마성의 악몽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작정한 듯 기괴한 이미지들을 포진시켜놓고 있다. “느닷없이 젖은 팔 하나가 내 발목을 붙잡”(「젖은 팔」)거나 “모르는 손은 먼저 내장을 끄집어”(「뼈만 남은」)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시의 인물들에겐 종종 원인을 알 수 없는 저주를 걸어놓았다. 「언니들」이나 「지워지는」의 인물들은 몸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고 「섬」의 ‘늙은 할미’는 지네처럼 기어 다녀야 한다. 이러한 비일상적인 장면들에서 독자들이 놀라는 이유는 그것들이 환기하는 낯섦이나 기이함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에 일상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근의 악몽들은 텍스트 안에 갇혀 있지 않고 꿈틀거리다가 발광하다가 기어이 뛰쳐나와 우리의 의식을 향해 손을 뻗는다. 푸른 덩굴이 되어버린 한 사내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백미로 꼽힌다. 사내는 덩굴이 되었다 푸른 비늘 같은 이파리들이 사내의 몸을 덮었다 사내는 겨우 가는 가지 하나를 뻗어 길을 더듬었다 사내가 길 위로 다시 돌아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따금 밤이면 으허허허 막다른 길 담장을 덮은 덩굴의 이파리들에서 웃음소리가 흔들리며 흔들리며 들리고 들리고 할 뿐이다 ―「푸른사내덩굴」 부분 삶의 고통을 껴안는 능청스러움 악몽의 이미지들에도 불구하고 김근의 시는 매혹적이다. 그의 시가 조장하는 공포는 치명적이게 중독성이 강하며 무섭고 소름끼칠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도무지 어쩔 수 없을 만큼 유쾌할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시인이 고통을 대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반복되는 가위눌림 앞에서 김근의 화자들은 두려운 대상을 은근히 깔보고 능청스럽게 외면한다. 아예 귀신을 대놓고 말하는 「뒷모습」은 남의 몸에 붙은 귀신을 보고 알려주려 하지만 부질없이 실패한 뒤 제 몸에 들러붙은 귀신을 깨닫고 몸부림을 쳐보는 이야기다. 그러나 귀신은 언제나 등 뒤에 붙어 제 존재를 암시할 뿐이다. 놀라서 외치는 비명은 흐엉흐엉 하며 바람소리만 내고 아무 데도 가 닿지 못한다. 갑갑한 공포가 전이될 것 같은 이런 내용에도 불구하고 김근의 시는 이 강박을 사설조의 푸념을 곁들여 매우 유연하게 끌어안는다. 토속적인 비속어를 동원한 비아냥거림은 귀신이 강요하는 공포를 재빨리 희석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전체가 하나의 문장으로 이뤄져 있으되 힘 있는 리듬감을 타고 한 호흡에 읽히는 것도 이 무서운 수렁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한몫한다. 그래서 시를 다 읽고 나면 처음의 고통은 어느덧 수용 가능할 만큼 무뎌져 “허참” 하고 한번 웃게 된다. 기다린 것은 언제나 뒷모습이었으니 이 뒤 저 뒤 가릴 것 없이 한결같이 뒷모습에는 한 마리씩 귀신이 살아 머리 풀어 산발하고 왼몸에다가는 피칠을 하고 웃음이나 찌크려쌌기나 하곤 하였더랬는데 시방 뒤돌아 가는 저 사람 제 뒤에 귀신 한 마리 붙어 다니는 줄 아는지나 몰라 손짓에다 소리까지 보태어 불러를 보지만서도 목구멍에는 웬 흐엉흐엉 바람이나 불고 자빠나졌는지 허참 ―「뒷모습」 부분 기이한 가면을 쓴 그럴듯한 표정들 김근의 시집 어디를 펼치든 독자는 기이한 영상들을 만날 수 있다. 독자는 거기서 혼돈스런 탄식과 귓속을 파고드는 비명도 듣게 된다. 김근의 펜에 포착된 세계는 그만큼 폭력적이고 황폐하다. 김근은 지금 기이한 영상과 비명에 압도된 상태의 공포를 통해 우리의 지각을 예민하게 깨우려는 것일까. 그러나 단순히 기이하거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만으로는 김근의 시가 보여주고 있는 활달한 확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문학평론가 송종원은 김근의 시가 장전하고 있는 힘은 형식상의 ‘기이함’을 문제의식에서의 ‘그럴듯함’으로 단단히 지지하고 있는 데 있다고 한다. 기이한 영상과 연동된 현실의 상징질서들이 명징하게 드러나는 점을 이 시집이 가진 여러 미덕 중 하나로 꼽은 것이다. 김근의 시가 현실 세계의 난폭함과 불모성을 드러내는 데 꽤나 능숙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시가 저 폭로만을 목표로 삼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 김근 시의 현란하고 특이한 이미지들은 그것을 산출한 세계를 탐색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경로인 셈이다. ―해설 「당신의 어둡고 환한 육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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