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오늘 바라보는 ‘새가 있는 풍경’이 부디 내일도 펼쳐지기를
우리나라는 산림, 바다, 하천, 습지, 갯벌 등 다양한 자연 환경이 나타나며, 위치 또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에서 중간 기착지로 삼기에 알맞아 새들이 살거나 들르기에 매우 좋은 여건입니다. 그래서 전국 방방곡곡이 탐조지라 할 만합니다.
탐조(探鳥) 또는 버드워칭(Birdwatching)은 자연에서 새를 방해하지 않고 관찰하는 활동입니다. 특히 영국과 미국, 일본에서 활발하며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탐조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탐조인(버드워처, 버더)이 많아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환경 오염 및 파괴로 많은 새가 서식지를 잃어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면 그만큼 새와 서식지를 지킬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도 많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염려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새가 살거나 찾아오는 곳은 대개 환경이 잘 보전된 곳입니다. 그런 곳에 생김새가 다양한 새까지 깃드니 풍경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그래서인지 이따금 ‘새를 방해하지 않고 관찰한다’는 탐조 철칙을 깨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새보다는 탐조지 풍경 자체에 더욱 관심이 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생명체로서 새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피사체로서 새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꼭 알아 주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는 ‘새 연구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은 탐조지 정보가 가득합니다. 설령 탐조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쉽고 즐겁게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꼼꼼하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것이 생생한 정보만은 아닙니다. 역시나 오랫동안 수많은 곳에서 새를 관찰하며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느껴 온 ‘새를 아끼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도 꾹꾹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나라 어디에 어떤 새가 살거나 찾아와 얼마큼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는지를 알리는 동시에, 새가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으니 새를 배려하고 서식지를 함께 지키자고 호소합니다(그런 의미에서 번식지처럼 탐조 활동이 새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곳은 책에 싣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이 널리 퍼져 부디 이 책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올바르게 탐조하는 데에도 요긴하게 쓰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