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연습

돌기민 · Novel
2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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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일상적 상상력을 통해 몸을 둘러싼 규범과 경계를 교란하는 작품을 써온 소설가 돌기민의 작품. 소설은 고향 행성의 침공으로 인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무무의 목소리를 통해 전개된다. 15년 간 지구에 머무르며 무무가 터득한 생존법은 이렇다. ‘결함 없는’ 인간의 몸으로 변신하여 데이트 어플을 이용해 상대를 만나고, 성관계가 끝난 직후 상대를 잡아먹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는 것. 그러나 무무의 변신은 마법처럼 매끈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 형체에 욱여넣은 몸을 지탱하는 일은 너무 고통스럽고 어색해서, 두 다리로 걷는 일조차 연습이 필요한 일이 된다. 그러므로 《보행 연습》은 장제목 그대로 ‘56km’부터 ‘0km’에 이르기까지 인간 규범에 맞는 보행법을 연습하는 연습일지이며, 타인과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기록이자, 무무의 생존 일지, 그리고 다름에 대한 기록이다. 식인 외계인이라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소설은 젠더, 장애, 육식, 트랜스 휴먼 등의 주제를 폭넓게 포섭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이야기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는 데에 있다. 강렬하고 세밀한 묘사와 변주되는 내러티브를 통해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는 무무가 어플로 만나는 사람의 얼굴과 몸을 그리게 되고, 무무와 함께 지하철에 오르게 되고, 무무의 식인 과정을 낱낱이 살피게 된다. 타인과 무무의 관계가 엇갈리고 비틀리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그렇게함으로써 이 소설은 가장 문학적인 방법으로 가장 전위적인 자리를 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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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56km 7 37km 81 21km 115 14.5km 153 0.9km 183 0km 195 해설 199 작가의 말 217

Description

지금 여기, 가장 전위적인 서사! 국내 출간 전 영미권 수출, 2023년 HarperVia 출판사 출간 예정 몸을 둘러싼 규범과 경계를 교란하는 가장 새로운 소설 비일상적 상상력을 통해 몸을 둘러싼 규범과 경계를 교란하는 작품을 써온 소설가 돌기민의 《보행 연습》이 출간됐다. 2019년 텀블벅 펀딩을 통해 출간된 《아잘드》를 개고하여 정식출판한 이번 소설은 펀딩 당시 이미 눈 밝은 독자들 사이에서 강렬하고 매혹적이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소설임을 인정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보행 연습》은 국내 출간 전 영미권에 판권이 선수출되었으며 2023년 HarperVia 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소설은 고향 행성의 침공으로 인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무무의 목소리를 통해 전개된다. 15년 간 지구에 머무르며 무무가 터득한 생존법은 이렇다. ‘결함 없는’ 인간의 몸으로 변신하여 데이트 어플을 이용해 상대를 만나고, 성관계가 끝난 직후 상대를 잡아먹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는 것. 그러나 무무의 변신은 마법처럼 매끈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 형체에 욱여넣은 몸을 지탱하는 일은 너무 고통스럽고 어색해서, 두 다리로 걷는 일조차 연습이 필요한 일이 된다. 그러므로 《보행 연습》은 장제목 그대로 ‘56km’부터 ‘0km’에 이르기까지 인간 규범에 맞는 보행법을 연습하는 연습일지이며, 타인과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기록이자, 무무의 생존 일지, 그리고 다름에 대한 기록이다. 식인 외계인이라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소설은 젠더, 장애, 육식, 트랜스 휴먼 등의 주제를 폭넓게 포섭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이야기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는 데에 있다. 강렬하고 세밀한 묘사와 변주되는 내러티브를 통해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는 무무가 어플로 만나는 사람의 얼굴과 몸을 그리게 되고, 무무와 함께 지하철에 오르게 되고, 무무의 식인 과정을 낱낱이 살피게 된다. 타인과 무무의 관계가 엇갈리고 비틀리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그렇게함으로써 이 소설은 가장 문학적인 방법으로 가장 전위적인 자리를 점한다. 인간 사회에 들키지 않고 섞여서 하루만큼 더 살아내기 위해, 지구에 불시착한 식인 외계인을 위한 안내서 여기, 흔들리는 지하철에 서 있는 한 존재가 있다. 자신으로부터 56km 떨어져 있는 아파트 16층에 사는 남자를 만나러 가는 존재다. 그는 위태롭다. ‘정상 인간’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지만 종종 실패한다. 무게중심을 두 다리에 번갈아 옮겨가며 걷는 걸음에 익숙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마다 눈을 깜빡여야 한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는 외계에서 온 식인 외계인 무무. 데이트 어플에서 만난 남자를 잡아먹으러 가는 길이다. 상대의 기호에 따라 성별과 외모를 바꿀 수 있는 무무는 가장 먼저 우리들에게 묻는다. 당신. 당신은 내 성별이 무엇인지 궁금한가요. 어쩌면 불안을 조금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내가 한 말이나 말투에서 단서를 모조리 찾아 화자의 성별을 알아맞히려고 몸부림쳤나요? 그래서 그것이 실제로 맞든 틀리든 간에,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본문 13~14쪽 ‘지금’ 무무는 여성이다. 인간 여성으로 보이기 위해 매순간 인간들의 규율을 의식한다. 여성의 옷을 입고 좁은 보폭으로 몸을 아주 많이 흔들지 않으며 걷는다. 그러나 16층의 남자에게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남자의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 보행조차 연습이 필요한 무무에게 16층에 달하는 계단은 신체적 고통을 준다. 계단참에서 만난 아파트 거주자들은 무무가 충분히 ‘여성스러운지’를 부지불식간에 판단하려 든다. 역경 속에서 무무는 간신히 16층에 도착한다. 그리고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후 남성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잡아먹는다. 몸은 잘 처리한 후 가방에 넣어 집으로 가져간다. 이것이 무무가 터득한 생존법이다. 하지만 에너지 낭비 없이 사냥하는 요령을 터득했어요. 번개 상대와 끈적한 섹스를 치른 직후에 그것이 방심한 틈을 타 머리를 삼키고 피를 빠는 것. 지구에 사는 나 같은 존재에게 전수해줄 수 있는 인간 사냥의 정석입니다. 실수 없이 이렇게만 하세요, 여러분. 인간을 손쉽게 고기로 만들어요.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양심에 찔려도 걱정 마세요. 양심은 반복되는 악행에 금방 무너지니까요. ―본문 112쪽 무무의 스케줄은 늘 꽉 차 있다. 여섯 개의 데이트 어플 계정을 번갈아가며 먹잇감을 찾는다. 지구의 휴양림 어딘가에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아주 가깝거나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은 만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냥’은 쉽지 않다. 상대가 살아 숨 쉬는 존재, 본인과 같이 살기 위해 애쓰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날에는 사냥에 실패하거나 애써 먹은 것을 토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원하는 남자 혹은 여자가 되는 일, 인간이 되는 일은 무무에게 지속적 고통을 준다. 그들과 나의 차이를 부각할 때 식육에 대한 부담은 줄어듭니다. 그들이 나와 같다면 난 그들을 못 먹습니다. 그들이 나와 같은데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수준에서 다르다고 믿으면, 그들을 거리낌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믿음이 깨지는 순간…… 힘들게 먹거나 토하게 됩니다. 나는 나의 식사, 나의 생존을 빚지고 있는 인간, 두 팔과 두 발 달린 모습으로 전형화된 생명체, 살기 위해 창밖으로 몸을 던질 수 있는 생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문 112~113쪽 지금 무무의 리스트에는 여섯 명의 사람이 있다. 무무는 이들을 만나고 그 만남에 대한 일지를 이곳, 《보행 연습》에 기입했다. 무무가 원하는 것은 생존이다. 몸의 생존을 포함해서 마음의 생존, 그러니까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존재를 찾는 것을 포함하는 생존이다. 지구에 숨어 살고 있는 외계인이어도 좋고 사랑을 나눌 인간이어도 좋다. 무무는 ‘몸이 이롭게 쓰이는 감각’을 원한다. 과연 무무는 그런 존재를 만날 수 있을까? “나는 당신과 무관한 존재가 아닙니다. 나는 바로 당신 곁에 있어요.” 문학평론가 김건형은 “무무의 ‘인간 되기’는 공간이 요구하는 규범과 몸 사이의 상시적인 갈등과 경쟁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무무가 지하철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속도에 맞추지 못해 지하철을 타지 못할 때, 여성의 신체로 충분히 ‘여성스럽’지 못해 의심의 눈길을 받을 때, 그렇게 인간 되기에 실패할 때,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공간들의 규범을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그 순간 이야기는 600만 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불시착한 외계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 규범과 갈등하는 몸을 지닌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한편 이런 정상-육체의 문제는 살인해도 되는 육체, 섭취해도 되는 육체의 문제로 확장된다. 무무는 생존을 위해 식인을 감행한다. 무무의 식인에 방해가 되는 것은 오로지 믿음뿐이다. 무무는 인간과 자신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믿는 한 식인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 역시 무무처럼 생존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 순간 무무는 ‘식육’에 실패한다. 무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체온을 가진 존재로서 누구에게든 내 몸이 이롭게 쓰이는 감각”이다. 이 욕망은 부조리한 인간 세계의 규범을 따를 때 발생하는 수치심보다도 강력하다. 소설은 무무를 통해서 우리가 느끼는 수치심의 순간을 조명한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공간의 규범에 물음을 던진다. 존재들이 규범 속에서 더 이상 수치스럽지 않도록, 규범이 존재를 ‘연습’해야 하지 않느냐고. 원래 몸에 대한 규칙은 서로에게 자신의 몸이 이롭게 쓰이는 감각을 일깨워주어야 한다. 사람을 먹고 싶고 또 사랑받고 싶은 외계인 무무는 불평과 투덜거림 속에서, 실은 체온을 가진 모든 몸에게 이롭게 쓰이도록 규칙과 규범이 맞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생존을 위해 연습하는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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