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의심으로 가득한 세계
그 안을 파고드는 편혜영의 시선
편혜영의 네번째 장편소설 『홀The Hole』이 출간됐다. ‘그로테스크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첫 소설집 『아오이가든』(2005)을 출간한 이후 작가는 새 작품마다 변화의 지점을 만들어가며 초창기 작품 세계를 넘어서는 밀도 높은 서사와 문장의 긴밀성을 장점으로 한 작품들을 써왔다. “치밀하게 계산된 모호함”으로 “삶의 폭력성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능력”(소설가 오정희)을 갱신하며 소설을 튼튼하게 다져온 편혜영은 이효석문학상(2009), 동인문학상(2012), 이상문학상(2014), 현대문학상(2015) 외 다수의 상을 받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작가세계』(2014년 봄호)를 통해 발표한 단편 「식물 애호」에서 시작되었다. 느닷없는 교통사고와 아내의 죽음으로 완전히 달라진 오기의 삶을 큰 줄기로 삼으면서, 장면 사이사이에 내면 심리의 층을 정밀하게 쌓아 올렸다. 또한 모호한 관계의 갈등을 치밀하게 엮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냈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벌어지는 일들과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일들이 교차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 인간에 대한 적나라한 일면이 서로 단단히 연결된 문장들로 기록되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 뒤바뀐 모든 것
재난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특별한 일 없이 흐르던 일상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기도 한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재앙과 고난을 기다렸다는 듯이 편혜영은 그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를 당긴다. 이 책은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통사고로 시작한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교통사고. 이 사고로 오기는 아내를 잃고, 스스로는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구가 되어버린다. 의사의 말대로 ‘의지’가 있어야만 겨우 살 수 있는 상태에 처한 셈이다. “완전히 무너지고 사라져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는 오기의 독백처럼 예상치 못한 사건은 오기의 일상을 한순간 뒤흔든다.
“좀 특별한 얘기야. 한 인간에 대한 고발문이거든.”
“지난번에 쓰고 있다던 그 고발문?”
오기가 아내를 힐끗 돌아보며 물었다.
“인간이 어떻게 속물이 되는지, 그 관찰기라고도 할 수 있어.” (p. 182)
오기의 신체와 삶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데에 교통사고가 결정적이고도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작가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 오기의 삶을 한 꺼풀씩 벗겨내며, 이미 뚫려 있던 구멍의 실체를 드러낸다. 후배 제이와의 불륜, 경쟁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술수를 부렸던 지난날의 모습이 오기의 기억과 작가의 진술을 통해 서술된다.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 다른 사람의 의지를 손쉽게 비웃는 그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며 아내에게 “성장할 만한 일”을 찾으라 훈계하는 모습 역시 서서히 변해가던 오기를 짐작케 한다. 더욱이 ‘사십대란 모든 죄가 잘 어울리는 나이’라는 시구를 읽으며, 속물이 되어버린 자신에 대해 반성하기보다는 ‘나뿐 아니라 남도 그럴 것이라는’ 가벼운 자기 위로와 체념에 빠져버리는 태도를 취하는데, 이는 오기의 삶이 모래 위에 성을 쌓듯 위태로우면서 허술하게 지어지고 있었음을 상상케 한다. 조금씩 인생의 지반을 갉아먹던 속물적인 태도들이 하나둘 인생에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이 걷잡을 수 없이 깊고 커졌을 때, 순식간에 그 구멍 안으로 빠져버린 것은 아닐까. 사고 전후의 모습을 계속해서 교차하며 작가는 오기가 만들어온 그의 삶을 관찰한다. 이는 곧 이 소설이 단순히 ‘사고’로 인한 불행만을 말하려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표면적으로 사고를 당한다는 두려움보다 일상에서 제 스스로를 곤란에 빠뜨리는 인간 스스로의 결정들이 좀더 보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에서 이 책이 가져다주는 공포는 한층 강력해진다.
기억나지 않는 그날의 사고
점차 비어가는 우리 사이
문학평론가 안서현은 최근 편혜영 소설의 특징으로 ‘빈 플롯’, 즉 “사건의 징후나 그림자만을 보여주”고,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사고 이후 말을 할 수 없는 오기, 속을 알 수 없는 장모, 그리고 말이 없는 죽은 아내 이 세 등장인물을 만나 이러한 특징은 더욱 선명해진다. 작가는 세 명의 중심인물을 둘러싼 궁금증을 조금씩 풀어놓기도 하고 끝끝내 말하지 않기도 한다. 장모가 오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아내가 오기의 불륜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예상할 순 있지만 궁극적으로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차츰 그날과 관계된 일들이 모두 떠오를 것이다. 시차를 두고 조금씩 뒤죽박죽 기억이 떠오르면 그날 있었던 일을 납득할 수 있게 조립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그리될 것이다.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것이니 언젠가는 모두 기억날 것이다.
기억이 선명해지고 정황이 분명해질수록 오기는 슬퍼지고 서글퍼져서 비통할 것이다. 차라리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p. 34)
사고 직후 일시적인 충격으로 오기의 기억에는 드문드문 구멍이 생긴다. 작품 초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교통사고’에 대한 진술이 비어 있는 것이다. 사라졌던 기억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차츰 떠오른다. 기억이 비었을 때는 아내가 죽었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장모의 서글픔에 강한 공감을 표하며 그들이 ‘아직’ 가족임을 확인한다면, 기억이 분명해질수록 장모와 오기 간에는 서로 말해야 하지만 절대 말하지 않는 감정의 균열이 그어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지만, 가까운 곳에 있을수록 서로를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야기 초반 비어 있던 기억의 그림자는 관계와 감정의 공백으로 대체되며 기억이 분명해질수록 “슬퍼지고 서글퍼”질 것이라는 문장은 소설의 복선 같은 역할을 한다. 사라졌던 기억이 되돌아올수록 비어가는 또 다른 문제들로 인해 오기는 “비로소 울었다”. 예상할 수는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빈 공간’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이 책의 중반부 이후를 완벽히 장악한다.
점점 망가져가는 드림하우스
공간을 재구성하는 문장의 힘
이사를 온 날 오기와 아내는 집 안팎의 불을 모두 켜두었다. 집에는 불을 밝힐 전등이 많았다. 모든 방의 불을 켜고 현관의 센서등도 계속 작동되도록 해두었다. 정원에는 불을 밝힐 수 있는 크고 작은 전구가 총 열네 개 있었는데, 그것들도 모두 켜두었다. 밤새 환하게 켜둘 작정이었다. 오기와 아내는 그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었다. (p. 28)
이 책 대부분의 사건과 이야기는 타운하우스 형태로 지어진 오기 부부의 집에서 벌어진다. 정원을 갖춘 이 집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오기와 두 여자 사이의 관계 변화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첫번째로 집은 사고 이전 오기와 아내 사이에 아무런 문제없던 시절 자유롭게 둘의 미래를 꿈꾸는 공간이었다. 그들의 미래에 어떠한 균열도 예측할 수 없으리라는 믿음 아래 두 사람은 행복과 희망을 그려나갔다. 무리한 값을 지불해야 했지만 서서히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는 오기 부부에게는 그 정도 부담감은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면서 이 공간이 갖는 이미지도 서서히 달라진다. 영국식 정원을 만들겠다며 정원 만들기에만 몰두하는 아내의 변화로 인해 정원은 곧 ‘아내의 공간’이 되어버리고 집이라는 공간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오기의 사고 이후에는 완전히 제 역할을 탈바꿈한다.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오기에게 자신의 전부나 다름없는 집은 마지막에 이르러 거의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자 오히려 오기를 가둬버리는 공간으로 폐쇄적이고 황폐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다. 아내와 평생 사용할 거라고 믿고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이튼알렌의 장미목 침대”와 “티크 책상”은 불구의 몸이 된 오기에게는 짐짝 같은 존재일 뿐이다. 아내의 죽음 이후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광혁
4.0
몸이 불구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기에게 장모가 저지르는 행동이 굉장히 끔찍해보인다. 장모가 음산한 모습으로 오기에게, '자네에게는 이제 나밖에 없다'며 말하는 모습이 스릴러같다. . 놀라운 것은 오기가 아내에게 그대로 했다는 것이다. 아내의 몸에 해코지를 하지 않았을 뿐, 아내는 이제 오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오기는 (분명 아니라고 손사래 치겠지만) 교묘하게 아내를 무기력한 존재로, 성취감이라고는 없고 무능력하고 자주 쉽게 싫증을 내는, 그런 인간으로 스스로를 인식하도록,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다. 장모의 통렬한 복수가 페이지를 넘길수록 공포에서 슬픔으로 바뀐다. . 상대방을 반불구로 만든다는 것은 물리적인 의미에서 뿐만이 아니다. 정신적, 사회적으로 상대방을 나에게 귀속시키고 종속시키는 그런 관계가 그동안 너무나 익숙하게 만연했을 뿐이었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도 하지 않고 쓸모없는 화단만 가꾸고 남편이 직장에서는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닐까, 하며 도량도 좁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는, 그야말로 집 안에서만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을 만든 인간, 나름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며 아내의 고립을 부추기는 행동에 대한 정당화를 구축한 인간, 과거의 남편과 아버지였다. . 독자는 속을지도 모른다. 죽어라고 자기변호를 하는 소설 내내 오기의 목소리에서 설득당할지도 모른다. 그걸 깨닫는 순간의 독자를, 작가는 상상하지 않을까.
비속어
5.0
나는 오기였다가, 장모였다가,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는 오기의 부인이었다가. 마치 오기가 자신을 죽이려는 장모에게 순간순간 미안함을 느꼈던 것처럼 나 역시 죽어 마땅한 오기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자기연민에 빠진 서술에 잠깐씩 매료되었으므로. 자신의 삶을 너무나 사랑해마지 않았던 오기는 마치 자의식이 너무나도 강하고 자존심은 드높지만 열등감이 강해 타인을 진심을 다해 사랑하지 못해 기어이 상대방을 얕잡아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일반적인 한국 남자같았다. 자기보다 잘난 여자는 절대 사랑할 수 없는 그런 일반적인 남자. 오기는 자신의 아내에 대해서 저평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멸시하기에 이른다. 그가 기자가 되고 싶어했던 것을 단순히 성공하고 싶어서라고 단정지으며 '얕은 허영'이라고 평가하고 여러차례 퇴고를 보며 노력을 기울인 원고에 대해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완성하지 못하는 원고를 비웃고 성범죄를 고발한 것에 대해서 아내가 처음 고발문에 대해서는 처음 글에 대한 효력을 느끼게 한 경험이라며 평가 절하한다. 자신에 대한 고발문을 쓰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 주제는 흥미로웠다'며 단숨에 평가자의 태도로 올라섰다가 기죽지 않는 아내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 오기는 아내가 쓰고 있는 고발문에 대해서 일부러 관심을 거둔다. 그러니까 그는 정말로 일반적인 남자였다. 그럼에도 아내는 오기를 사랑했는데 아내는 자신이 사랑한 롤모델이나 다름없는 여자들의 사진과 젊었을 때 오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책상 위에 올려두는데 오기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위에 아내는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들과 프레임이 특이하고 값비싼 액자를 죽 올려놓았다. 액자에 든 것 중 오기나 아내의 사진은 한 장뿐이었다. 연애 시절 함께 간 경주에서 2인용 자전거를 타다가 찍은 사진이었다. 아내의 젊고 예뻤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이지, 추억이 특별했던 건 아니었다. ] ㅗㅗ 오기는 곧 아내에게 질리는데 아내에게 질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오기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었다. 무슨 일로 오기와 다퉜는지, 화해를 청하며 오기가 무엇을 약속했는지 한 것을 적어두었다. 얼마 후에는 그 메모를 꺼내 들이밀었다. 오기에게 실망했다며 오기가 전과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따져 물었다. 다짐이나 약속이 아무 소용없다고 화를 냈다. 오기는 다시 사과하고 진심을 담아 비슷한 약속을 했다. 얼마 후에는 아내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비난받았다. 오기는 곧 질렸다. 아내는 책상 위 달력에 오기의 귀가 시간도 적어놓았다. 바빠지면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때가 많아졌다. 함께 저녁을 먹겠다고 했다가 자정을 넘겨 들어온 적이 여러 번이었다. (중략) 아내는 매번 화를 냈다. ] 아내의 정당한 요구와 분노에 대해서 오기는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내가 자신을 향해 비난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대한 사랑이 식어가고 바람 피우는 것까지 눈치챈 아내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임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시험관 시술을 두 차례나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이에 대해 오기는 다음과 같이 독백한다. [ 한때 아내는 아기를 갖고자 노력한 적이 있었다. (중략) 인공수정에 여러 차례 실패하고 좀더 확률이 높은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다. 잘 되지 않았다. 아내는 우울해했지만, 곧 이겨내는 것 같았다. 아내답게 포기와 체념이 빨랐다. ] 오기의 아내가 두 번째에 포기했던 건 의사로부터 모멸감을 느꼈기 때문이고 오기 역시 이를 알고 있었으나 이것에 대해 오기는 '아내답게 포기와 체념이 빨랐다'라고 말한다. 오기는 아내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해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오기는 결혼 후 박사 논문을 쓰고 평탄한 삶을 꾸려가지만 아내는 그렇지 못하는데 이것에 대해 오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오기는 스스로 제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 사람에서 아내를 분리해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내도 마땅히 그래야만 했다. 오기를 분리해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스스로 제 삶을 꾸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 오기는 장모가 아니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도 장모가 자신의 재산에 대해 '우리가 가진 전부'라고 말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고, 상간녀의 전화번호를 떠올리며 한밤중에 그에게 전화를 건다. [정확히 기억하는 번호가 있었다. 휴대전화에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어졌지만, 그 번호만은 언제나 기억했다. 오기는 연락처 목록에서 여러 번 그 번호를 삭제했다. 오기도 어느 정도는 노력한 것이다. 노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화번호는 또렷이 떠올랐고 오기는 쉽게 흔들렸다.] 서로의 치부를 목격한 후 그들은 마치 진정한 가족이 된 것처럼 보인다. [장모와 오기는 가족에게나 보일 법한 모습들을 알아가고 있었다. 장모는 오기 앞에서 소리를 내지르며 간병인을 내쫓았다. 신뢰할 수 없는 종교 모임의 사람들을 잔뜩 데려왔고 굽신거렸고 돈을 갖다 바쳤다. 자주 일본어로 혼잣말을 중얼구렸다. 오기도 마찬가지였다. 제 몸을 장모에게 내맡겼다. 장모는 오기의 사타구니를 닦고 짓무르지 않도록 파우더를 발랐다. 가득 찬 오줌통을 치웠고 실변이 채워진 변기통을 물로 씻었다. 아내가 죽고 나서야 그들은 더할 나위 없는 가족이 되었다. ] 오기를 돌보던 장모는 머지않아 딸이 남긴 메모를 통해 자신의 딸이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서 전부 알게 되고 그는 의도적으로 상간녀 제이를 집으로 초대한 후 오기의 오줌통을 대놓고 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기와 제이 모두에게 수치를 준다. ["이 사람이나 나나 실은 똑같은 처지지요. 동병상련이오. 나는 과부고 이 사람은 홀아비니까요. 과부나 홀이비가 불쌍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알고 보면 좋은 게 많죠. 그중에서도 과부한테 제일 좋은 점이 뭔 줄 알아요? (중략) 남편이 더 이상 바람피울 일이 없다는 거예요. 하하하.바람피우는 남편보다야 일찍 죽는 남편이 훨씬 낫죠." 장모가 크게 웃으며 오기를 쳐다봤다. (중략) "그럼 홀아비는 뭐가 좋은 줄 알아요? (중략) 자네가 대답하면 좋을 텐데. 아무리 오입질을 해도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 제이가 방을 나서려다 재빨리 되돌아와 오기의 귀에 대고 말했다. "장모가 불러 모았어요. 나한테 전화했어요." ] 그리고 장모는 오기를 위한 연못을 만들기 시작한다. [ "나무가 아니에요. 연못이죠. (중략) 산 게 근사합니까? 추접하죠. 악착같이 그 좁은 구멍에서 살려고 해댈 텐데."] 오기는 자신이 바람피운 것에 대해 자신의 수고로움을 알아주지 못하는 아내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외로웠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자신을 위해 밥을 짓는 아내의 손이 가드닝으로 인해 거멓게 됐다는 이유로 역겹다고 말한 것은 오기이다. 오기는 제이와 바람피우면서도 다른 여자 그것도 자신의 학생에게 또 다시 한 눈을 판다. 그런데 여기서 자신의 아내가 제이와의 불륜을 추궁할 때는 '허탈했다, 상심했다'라고 표현하면서 제이가 학생과 잠깐 하룻동안 바람 피운 것에 대해 추궁할 때는 '진심으로 반성했다'고 말하며 여전히 제이를 사랑하고 제이가 자신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자 자신의 인생에 공동이 생겼다고 말한다. 정말 분이 치밀어 올랐던 부분. 이러한 오기의 심리를 장모가 알았다면 아마 오기에게 다른 방식의 죽음을 선사하지 않았을까. 오기의 장인 역시 바람을 피워 교장까지 승진도 못하고 면직 처분을 당했는데 장모는 기분이 나쁠 때마다 이걸 약점삼아 자신의 남편을 '교장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교양을 유지하며 살고 싶은 장모의 인내심이 담긴 표현. 오기는 이런 상황에서도 살고자하는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기어이 도망을 시도해 장모가 파놓은 연못으로 기어 들어간다. 그리고 그때서야 삶의 통증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지만 여전히 아내의 슬픔과 눈물을 이해하지 못한다. 죽어 마땅한 자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흘린 최후의 눈물로 이야기는 귀결한다. 다스케테쿠다사이다스케테쿠다사이. +덧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이 유려하게 흘러가고 심리적 긴장감도 팽팽해서 밤샘 상태에서 읽었는데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눈치없는물리치료사등장했을때 너무웃겼음 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진짜 남자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오신 거 같음. 특히 그 간병인 육체나 자기 아내 은근히 깔볼 때 묘사가 진짜 대박임. 중고서점에 팔기 전에 101문장을 뽑아서 정리해뒀는데 처음 읽었을 때 보다 이렇게 정리하면서 다시 읽으니 오기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진짜 개쌍욕함. 나쁜놈. 오기욕으로백절까지할 수있을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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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나라는 오기. 내 무덤을 파고 살았구나.
유경이
4.0
여자들한테는 심리소설 남자들한테는 장르소설
조조무비
3.0
#🕳️ 부부 사이에 구멍처럼 나있는 공동(空洞)을 끝끝내 메우지 못하여, 굴러떨어지다.
채수호
3.5
흡입력 있다. 또 제약된 상황과 적은 관계로 많은 것을 얘기한다는 것이 참 대단했다. 긴장감과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 간 것도 좋았다. 하지만 정작 구멍이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상징이 담겨있는 구멍이지만,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푸코
3.5
스스로 구덩이에 빠진 오기. 읽으면서 이 장모 뭐야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결국 오기의 모습니었다. 4월14일. 100.
Pieoria
3.5
다 읽으니 마음이 영 안 편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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