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기획의도 “아니다! 아니.” 이렇게 외치고 싶었던 3인 작가 김승일·김엄지·박성준의 청춘 자화상 김승일·김엄지·박성준 3인 작가가 한자리 모여 ‘청춘’을 주제로 글을 쓴 지 3년 만에 산문집『소울 반띵』이 나왔다. 김승일(시인, 1987년생)은 중학시절부터 자신의 삶을 온통 지배했던 홍대 ‘인디밴드’에 대해, 김엄지(소설가, 1988년생)는 오후 네 시에 아침을 먹는…… 소소한 일상생활의 ‘치열함과 무의미’에 대해, 박성준(시인, 1986년생)은 사색공간 ‘시인의 방’에서 끄적거린 ‘잡글’을 시처럼 문학처럼 풀어내고 있다. 3인 작가의 청춘기 모습이 독자와 뭐가 다른가? 정말로 우리는 자라고 있었을까? 우문을 던지는 가운데 김승일은 이 이야기가 “다 성장을 빙자해서 병신 되는 얘기”라고 꼬집는다. 김승일 친구들이 말한다. “나는 뭐 저런 병신이 있나, 뛰어가는 김승일을 보곤 했다! 그는 홍대 전철역 철도에 뛰어 들어가 춤추고 도로에 누워 노래 부르다가 부랑자에게 걷어차이기도 했다. 모두 김승일이 홍대에서 했던 짓이다.” 그러나 김승일은 성장했다. 이 ‘홍대얘기’를 시로, 소설로, 희곡으로 완성했으며 『소울 반띵』에 ‘희곡 홍대’ 내용 전체를 소개하고 있다. 김승일은 말한다. “사람들이 홍대를 떠나자고 하고 나도 떠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새로운 홍대를 만들고 싶지 않다. 나는 홍대에서 시를 쓴다.” 김승일에게 홍대는 시의 창작 원천이자 문학의 소산임을 입증해주는 말이다. 그런 김승일이 3년 동안 함께 책작업하며 감탄한 작가가 있다. “진짜 쩌는 것 같애. 김엄지, 완전 천재야.” 짧은 글이지만, 발칙하고 싱싱한 언어를 날것으로 공수해온 듯한, 내용 전체를 휘감는 마술사 같은 글을 구사하는 김엄지. 그런 그녀에게 ‘청춘’은 마치 찌는 여름, 소금에 절여진 생선에 비유할 수 있을까? 김엄지는 에세이에서 아찔할 정도로 고백한다. “어떤 날에 나는 눈을 감고 누워서 기도했다. 마음에 평안을 주세요.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 기도가 내 마음에 평안을 줄 리 없다는 것을.” 김엄지는 기도하면서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기대하는 시인이 있다. “성준 오빠의 시에서 호흡하는 법을 배워요. 숨이 막히도록 끝으로 가는 법을 배우죠.” 술과 빈곤, 상처, 에스키스에 관한 박성준 시인의 청춘기 ‘잡글’은 다름 아닌 시였어, 문학이었어! 그러나 불행히 이 책에는 「시인의 방」에서 탄생한 불금원고, ‘두부의 취향’은 삭제되었다. 그 씁쓸함마저 ‘초대장’에 담아 삽화 그려준 동기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시인의 정서……. 과연 그가 시인임에 자신만만해하는가? 『소울 반띵』에서 고백한다. “나는 열일곱에 먼저 죽었다. 이미 세상을 다 살아낸 것처럼 죽은 혼령들이 나를 교차하고 지나갔다. 다시는 죽지 않으려고 시를 썼다.” 김승일·김엄지·박성준 3인의 청춘기 자화상을 담은 『소울 반띵』은 지난 시절에 대해 “아니다! 아니.” 외치고 싶었던 흘러간 청춘에 대한 독백이 아니었을까. 어른이 되어가지만, 과연 자라고 있는지 성장하고 있는지? 묻고 또 묻고. 이들 3인 작가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 내용소개 첫 번째 이야기- 김승일의 「홍대얘기」 김승일은 중학교 때부터 홍대 인디밴드에 미쳐 온통 청춘기를 보냈던 「홍대얘기」를 희곡과 더불어 소개하고 있다. 중학시절 새벽 2시에 신해철이 진행하는 라디오방송 ‘고스트스테이션’을 즐겨 듣던 이야기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또한 ‘쌈지스페이스 바람’ ‘클럽 DGBD’ ‘빵’ 등 홍대에 있는 공연장에 드나들면서 아마츄어증폭기, 모임 별, 푸른새벽 등 인디밴드와 어울리며 청춘기를 보내던 흔적을 더듬는다. 내용 전반에 걸쳐 이들 밴드의 노래에 영향 받아 시인이 되기로 결심하며 그 길을 줄곧 걸어왔던 시인의 자화상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저 온종일 인디밴드 얘기만 주절거리고 그 노래만 흥얼거리는 그를 두고 친구는 "김승일은 병신입니다!"라고 언급한다. 김승일은 홍대의 인디밴드를 사랑하며 직접 작곡을 하며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지금도 홍대에서 시를 쓰고 있다. 홍대는 그를 온통 지배했던 청춘시절의 전부이고 여전히 그렇다. 사람들이 홍대를 떠나자고 하고 나도 떠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새로운 홍대를 만들고 싶지 않다. 나는 홍대에서 시를 쓴다 - 김승일 「홍대얘기」중 ●두 번째 이야기- 김엄지의 「오후 네 시에 아침을 먹었다」 소설가 김엄지의 글은 거침없다. 그리고 유연하다. 그녀는 마치 물 위에서 유영하듯 언어를 구사한다. 청춘 초입에서 지금까지 겪은 갖가지 에피소드를 날것으로 공수해온 느낌인데, 신선하다. 잠자고 있는 친구 보미의 머리를 싹뚝 자르는가 하면, 어린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바이킹타기를 감행하는 엄지 특유의 엉뚱한 행동이 재미를 유발한다. 그런가 하면 꿈을 묘사한 장면들은 기이하면서도 현실보다 뚜렷하다. 스스로도 “맛을 머릿속에 그리는 대장금의 능력이 있다”고 호언했듯 과일론으로 인물묘사를 피력하는 감각이 단연 탁월하다. 엄지의 청춘기 일상생활에 대한 관찰은 아주 사소한 파리의 짝짓기 장면에서 비롯되기도 하며, 산책길에서 쓰레기봉투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출처를 의심하며 ‘알 수 없는 것은 끝까지 알 수 없는 것일까’ 자문하는 모습 등에서 김엄지 특유의 소설가적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집에서, 지하철에서, 냉면집에서, 꿈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우리네 먹고 입고 자고 싸는 배설 기능의 그렇고 그런 허무한 이야기가 콩트 형식의 짧은 글속에 유쾌하게 녹아 있다. 『소울 반띵』에서 소설과는 또 다른, 김엄지 글맛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열기구는 뜨거워서 떠올랐다. 과일들은 여름을 당도로 축적했다. 나는 여름을 견디는 동안 당도를 축적하지도 떠오르지도 못했다. 축축 처지기만 했다. - 김엄지 「오후 네 시에 아침을 먹었다」 중 ●세 번째 이야기- 박성준의 「시인의 방」 시인 박성준은 자신이 시인임을 이렇게 서술한다. “시를 지어놓고 포켓에 넣어 수일이 지나고 나면, 나의 시는 이미 자라 있다.”낡고 축축하고 빈곤한 ‘시인의 방’에서 번뜩이며 탄생한 그의 글은 이미 잡글이 아니며 시이고 문학이다. ‘시인의 방’이라는 공간 안에 담아내는 글의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시인으로서 추상을 위하여, 진지한 문학적인 삶, 술의 방을 떠올리는가 하면, 빈곤한 시에게, 이름에게, 여름에게 보내는 에스키스! 소감문으로 쓰는 편지, 반성문으로 쓰는 편지, 잡글의 시대, 몰아읽는 일기, 가족사에 얽힌 누이에 대한 비애감, 신앙처럼 굳어진 시 쓰기를 멈출 수 없는 시인의 비애감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 태생적 결핍과 불안, 가난 속에 여전히 신앙처럼 귀신을 불러들이듯 신열 앓듯 시를 쓰며 생존하는 시인의 모습을 시감으로 드러내고 있다. 산문 전체가 하나의 긴 장문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체가 빛난다. 박성준 산문 매력이 『소울 반띵』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시를 쓰지 않으니 행복하지 않다. 술을 먹고 술을 먹고 술을 먹고 행복하려고 술을 먹는 것이 아니다. 술을 먹으면 견딜 수 있을까봐 술을 먹는다. 무섭다. 무서워서 시를 쓰고 술을 마시고 불행하게도 행복해진다. 시를 쓰지 않는다. 아니 시를 쓰고 있다. - 박성준 「시인의 방」 중 ■ 추천의 글 처음 야한 꿈을 꿨다. 밥그릇 같은 꿈이었다. 몸은 채워지지 않은 허공이었다. 몸이 없는 몸이었다. 꿈이었다. 나는, 아니 아마도 우리는 배가 부르거나 건강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배가 고플 때, 무엇을 앓을 때 몸이 내게 붙어 있음을 안다. 산문을 읽는 내내 너무 배가 고팠다. 오밤중에 도둑깽이마냥 부엌을 뒤지다가 먹을 것이 없자 포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