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이다. _카프카
나의 일과 기술, 그것은 살아가는 일이다. _몽테뉴
매순간 일상에서 다시 시작하기
삶을 회복하고, 자기 삶의 천재를 창조하기
영화감독 변영주, 만화가 윤태호, 자연다큐 감독 박수용, 야생영장류학자 김산하, 청년운동가 조성주, 사회학자 엄기호,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천문인마을 천문대장 정병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정혜윤과 함께 나누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다시 시작하는 삶의 순간들에 대하여
책과 삶을 매혹적으로 읽어내는 독서가 정혜윤이 새 책을 냈다. 전작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서 삶을 바꾸는 ‘책’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녀는 이제 책을 넘어 ‘삶을 바꾸는’ 것에 주목해, 삶 중에서도 우리들이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는 일상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일상을 투자해 성공을 이뤄내라고 채근하는 자기계발서도, 실제 우리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감상을 막연히 늘어놓는 책도 아니다. 대신 그녀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 “우리의 희망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 사회는, 미래는 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그녀가 사랑하는 여덟 명의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답을 찾아간다. ‘사생활’로부터 시작하는 이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희망은, 가장 현실적이고 아주 작은 그러나 가장 또렷하게 손에 잡히는 일상의 순간들이다.
▣ 사생활의 재발견, 변화의 출발점
우리에게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사소한 일상, 곧 사생활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카프카의 말을 빌리면 그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이기에. 그래서 그녀는 ‘사생활’에 주목한다. 이것은 그 자체로 이미 희망의 메시지다. 매일의 일상이야말로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온전히 바꿀 수 있는 것이면서, 매분 매초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니까. 어김없이 돌아오는 낮과 밤, 늘 반복되는 일과와 언제 봐도 비슷비슷한 풍경들, 지겹도록 마주하는 누군가의 얼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도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나 자신……. 바로 여기에 희망이 있고 의미가 있다. 일상을 ‘반복’이 아닌, 매순간 새로 ‘시작’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면. 사소한 일상에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면. 사소한 일상이 바뀐다는 것은 곧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는 것이다. 우리가 각자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때, 그러한 우리가 모인 이 사회도, 우리의 미래도 바뀐다. 그것이 진정한 희망이다.
이 책은 그 일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밤과 낮의 순환을,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나 자신을, 순간순간 드는 고민들을 어떻게 의미 있게 바꾸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사소한 일상을 바꾸어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저자는 ‘천재’라는 이름을 아낌없이 붙여준다. 그리고 우리를 따뜻하게 다독인다. 이제 너의 사생활에서도 너의 삶에서도 천재가 되어보라고. 그렇게 우리 함께 희망이 되고 미래가 되어보자고.
▣ 사생활 - 자신에 대해서
세상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사이에, 의미 없는 것과 의미 있는 것 사이에, 단기간의 성취 목표와 인생의 긴 흐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루면서 살 수 있을까? 진정 내가 원하고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면서, 끝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저자는 자연 다큐멘터리 박수용 감독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는 야생의 호랑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홀로 숲 속에서 잠잠히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낮의 시간과 밤의 시간이 공존하는 것이 자연이고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그 사이에서 분주한 도시에서의 삶과 단순하고 고독한 영혼의 시간을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며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해갈 수 있는지를. 그 깨달음대로 자기 삶을 실천해가는 박수용 감독처럼, 우리 역시 조화롭게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자기 삶의 천재가 될 수 있다.
우린 오솔길을 걷듯이, 마치 호랑이가 그런 것처럼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노동하고 먹고삽니다. 그러나 자아 속의 소통이 없다면 노동만 하고 살게 되고 맙니다. 자아 속의 소통이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건 마치 왼발을 든 채 정지 상태로 5분을 참는 것과 같습니다. 요가나 명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고 구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것이 긴 흐름 속의 순간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법입니다. _p.68
한편 힘든 세상을 버텨가며 다른 사람과는 좀 다른 나만의 길을 찾아갈 때, 자기 삶의 천재가 되려 할 때,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다. 자기 연민 없이 제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번에 저자는 변영주 영화감독과 함께 이야기한다. 번영주 감독이 「낮은 목소리」, 「밀애」, 「발레교습소」, 「화차」를 찍으면서 배운 것은 자신의 아픔과 절망과 욕망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 반대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보고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질 때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생각할 때, 끊임없이 배우려 할 때, 나 자신을 무언가에 아낌없이 쏟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나를 더 잘 알게 된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된다. 또한 세상을 더 잘 알게 된다. 그렇게 자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짜 자기를 사랑하는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우리의 미래, 우리의 소통과 사랑 역시 시작된다.
변영주 감독은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자신이 예뻐 죽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뻐 죽겠다’는 그녀와의 대화를 날마다 기다립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이뻐 죽겠는가’를 이렇게 표현하니까요. 누구에게 뭘 배웠는지, 누구를 좋아하는지. _p.118
▣ 사생활 -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 가운데 그 만남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여기서 저자는 ‘거울’이라는 말을 꺼낸다. 우리는 우리의 어린아이 같은 존재를, 순수함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비춰볼 수 있다. 어린아이 같은 바로 그 존재를 서로 공유하면서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것이 만남의 기적일 것이다.
윤태호 작가가 어느 날 거울을 다시 보기 시작했단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답은 그가 알고 있습니다. 그는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그는 우리가 공유하는 것들이 무엇이었나에서 작품 속 사람을 만들어냅니다. 그는 새로운 것. 기발한 것에서, 자기만 아는 것에서 착상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화를 그려가면서 내적 기쁨을 느껴가면서 점점 그는 그가 되어갑니다. _p.157
선천적인 피부병 때문에 끊임없이 “내가 나로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했던 윤태호는, 오히려 그 질문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또 자신을 통해 다른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며 만화로 녹여내는 만화가가 되었다. 저자는 그의 이야기를 거치며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라는 익숙한 비유를 새로운 희망으로 보여준다. 만남이란 서로의 존재를 비추며, 함께 해보자고, 다시 순수한 자신으로 시작해보자고 기회를 주는 것과 같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가 서로에게 ‘서식지’가 되어주는 것이다. 야생 긴팔원숭이를 밤낮으로 쫓아다니며 철저히 관찰하고 연구해온 김산하 연구원은 자연 속에서 서식지란 바로 한 생명에 대한 사랑의 표현임을 깨닫는다. 그곳에서 가장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곳, 어디든 그곳에서만큼 살아갈 수는 없는 곳이 바로 서식지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장소를 넘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 자신이 다른 사람의 서식지가 되어준다면, 사소하더라도 영원한 방식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또 누군가가 나에게 에너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