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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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하성란이 두 번의 봄을 지내며 읽은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산문에 작가 본인의 감상을 덧붙였다. 감추어왔던 외로움을 들켜버린 어느 날, 마음의 봄이 되어줄 작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은 어둠을 비추는 손전등처럼 위로를 전하고 용기를 선사한다. 1. 외로움을 감추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봄이 되어줄 작은 이야기들 동네 사람 한 명이 “노인의 식탐이 정상이 아니고 배설에 분별력도 없으니 식사량을 좀 줄이면 빨래 품을 덜지 않겠냐.”고 귀띔했더니 동서는 대뜸, “난 그렇게는 못해유.” 잘라버리더라고 했다. 동서는 또 “아들 셋이 시어머니를 번갈아 모시는 게 어떻겠냐.”고 꼬드길 때도 “엄니가 무슨 물건이간디? 이리 돌리구 저리 돌리게…….” 하곤 푹 웃음을 터뜨리더라고 했다. - 이난호 <윤예선 그 사람> 중에서 이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삶이 존재하고 그것은 우리가 읽는 책, 그리고 문학작품 속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수많은 상황과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의 삶은 복잡하기만 하고 때로는 현실에 낙담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넘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도 그만큼 많은 사연을 만날 수 있다. 앞의 인용처럼 치매에 걸린 늙은 시어머니를 모시는 고단한 중년의 삶이 존재하는가 하면(이난호 <윤예선 그 사람>) 부모를 떠나 할머니와 산골에서의 첫여름을 보내게 되는 여자아이(노익상 <첫여름>), 아버지 어디 갔냐며 어린 아이를 사정없이 흔드는 낯선 남자(천운영 <생강>) 등 힘든 여정을 보내는 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일부분을 차지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배가 출항한 순간부터 감자 껍질만 벗기는 열여섯 살 나이의 견습 승무원(루이스 세풀베다 <지구 끝의 사람들>)이 있으며 비오는 날 고양이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시인(황인숙 <도둑괭이 공주>)이 있기도 하다. 숙회 한 접시 서비스에 기뻐하는 노년의 삶(김숨 <간과 쓸개>)을 볼 수 있기도 하며 요강을 들고 다니는 조선 사람들의 모습을 두고 농담을 주고받는 이방인들(샤를 바라, 샤이에 롱 <조선기행>), 양꼬치의 레시피를 두고 알려달라 못 알려준다 실갱이를 벌이는 조선족 연인(박찬순 <가리봉 양꼬치>) 등 이 세상에 존재할법한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이 책에 실려 있다. 2. 그 불빛이 있어 그 밤 외롭지 않았다 진흙 같은 어둠이 눈과 코, 귀를 틀어막았다. 강물이 귓속으로 흘러들었다. 잎이 무성한 나무들과 바위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들. 어둠이 순식간에 내 머리채를 채감을 것만 같았다. 허둥대면서 괜히 어둠에 손전등 빛으로 구멍만 뚫었다. 어둠 어디쯤에선가 이렇게 도움이 되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꺼버리자고 생각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밝지 않는 건지, 혹시 고물은 아닌 건지 흔들어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내가 의지했던 건 손전등의 작은 불빛이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때로는 가슴 아파하고 때로는 미소를 지으며 이 소소한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갈 독자들 이전에 하성란 작가 역시 이 글을 읽으며 밤을 보냈다. 책을 읽고 밑줄을 그으며 작가는 이 글들을 손전등 삼아 그 시절의 어둠을 건넜으며 그 밤이 외롭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에서 위안을 얻는 것은 그것이 단지 어떤 작가의 창조물이거나 한 개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가 가지는 보편성, 곧 그것이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소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는 등불이 되고 손전등이 된다. 서로의 이야기에 반응하고 공감하면서 우리에게 위안이 주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하성란 작가의 이야기가 더해져 잔잔하되 풍성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밤하늘을 넓게 비출 만한 훌륭한 손전등이다. 인생의 첫 문장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