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꽃」은 자전적 소설 범주에 속하는 작품이자 그 이상이다. 자전적 소설이라 할 때 거기에는 무엇보다 우리에게 친근함이라는 미덕이 주어져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여로형 정석에 속하는 것이어서 그만큼 안정감이 확보되어 있다. 작품이 갖추어야 될 선결 요건이 유감없이 갖추어진 것이다. 「숨은 꽃」의 중요성은 소설 쓰기의 의미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도 뛰어났던 이 작가가 어째서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로에 빠졌는가에 있다. 이 물음은 문학사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단편 아닌 다른글 쓰기라든가 연재 소설에 대한 한 가지 뚜렸한 비판이 그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 의식에서 글쓰기의 윤리적·미학적 의의가 강조되었던 80년대적인 글쓰기에 대한 근본적 회의 끝에 단편 형식으로의 회기를 꿈꾼다는 이 작품의 참 주제가 문학사적이라고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기도와 같은 글쓰기, 고백과 같은 글쓰기의 이처럼 뚜렷한 유형의 솟아오름이 이 작가의 새로운 경지가 되어 소설 미학으로 발전할 것을 기대하면서 이 작품에 제16회 이상문학상을 수여하는 바이다. - 제1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선정 이유서 : 이상문학상 선고위원회 이어령·김윤식·최일남·이재선·권영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