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삶

실비 제르맹
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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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서사와 독창적인 문체로 신비로우면서도 감각적인 소설들을 써내며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 현대문학의 거장 실비 제르맹의 장편소설. 관능적이면서 음악 같은 문장과 시적인 표현을 통해 은밀한 비극과 운명의 메아리를 결합해낸 작품으로, “정서적인 강렬함과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감정의 리얼함”이 잘 드러난 뛰어난 소설이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이야기는 68혁명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우르푀빌에서 일견 평범해 보이는 삶을 꾸려가는 베랭스 가문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그들에게는 사실 비극과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남편 조르주의 사망으로 이어진 차사고의 원인을 혼자만 알고 있는 사빈을 비롯해 조르주가 낸 사고로 한쪽 발을 잃은 그들의 딸 마리, 조카를 향한 금지된 욕망에 불타올랐던 에디트, 어느 겨울날 베랭스 가문에 산타클로스로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피에르, 제2차세계대전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었던 그의 어머니 셀레스트 등, 한 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내면에 숨겨진 열정과 좌절, 빗나간 사랑이 섬세하게,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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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스냅사진 _9 슬라이드 상영 _71 전진하라 자손들이여… _149 정자亭子 _269 옮긴이의 말 | 탐색되지 않은 세계를 향해 열린 창 _285

Description

금세 사라져버리는 사람들, 전쟁과 혁명이 집어삼킨 운명들, 이 숨겨진 삶들을 망각으로부터 구해내리라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실비 제르맹이 그려내는 탐색되지 않은 세계와 비밀스러운 열정 실비 제르맹은 우리 시대의 반 고흐다. _르몽드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실비 제르맹의 역작 창조적인 서사와 독창적인 문체로 신비로우면서도 감각적인 소설들을 써내며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 현대문학의 거장 실비 제르맹의 장편소설 『숨겨진 삶』이 출간되었다. 데뷔작 『밤의 책』으로 여섯 개의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해 프랑스 문단에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제르맹은 『분노의 날들』(문학동네, 2016)로 1989년 페미나상을 수상했으며 『마그누스』(문학동네, 2015)로 2005년 ‘고등학생들이 선정하는 공쿠르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프랑스 문화재단에서 수여하는 치노 델 두카 국제상을 수상했다. 『숨겨진 삶』은 “관능적이면서 음악 같은 문장과 시적인 표현을 통해 은밀한 비극과 운명의 메아리를 결합해낸” 작품으로, “정서적인 강렬함과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감정의 리얼함”이 잘 드러난 뛰어난 소설이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이야기는 68혁명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우르푀빌에서 일견 평범해 보이는 삶을 꾸려가는 베랭스 가문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그들에게는 사실 비극과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남편 조르주의 사망으로 이어진 차사고의 원인을 혼자만 알고 있는 사빈을 비롯해 조르주가 낸 사고로 한쪽 발을 잃은 그들의 딸 마리, 조카를 향한 금지된 욕망에 불타올랐던 에디트, 어느 겨울날 베랭스 가문에 산타클로스로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피에르, 제2차세계대전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었던 그의 어머니 셀레스트 등, 한 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내면에 숨겨진 열정과 좌절, 빗나간 사랑이 섬세하게,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 남편의 빈자리를 지키는 사빈 베랭스 “조르주는 비공식적인 다른 미망인을 몇이나 남겨두고 갔을까?” 사빈은 열일곱 살에 네 살 연상 조르주와 결혼하여 가족을 꾸렸다. 서른네 살이던 조르주가 차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그녀가 가족사업의 경영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빈의 시아버지 샤를람은 자기가 집안의 원로이며 가장이라는 의식이 뚜렷하여 아들 조르주가 남기고 간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쓴다. 그는 베랭스 군단의 대지휘관을 자처하며 가족 전체의 재원과 소비를 감독하는 재정관이 되고 싶어하기에, 사빈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 사빈에게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 있다. 바로 조르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다. 조르주는 시속 백 킬로미터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사망했다. 조르주가 차에 올라타기 전, 사빈과 조르주는 격한 말싸움을 벌였다. 조르주가 산 복권이 당첨되어 거액의 돈을 수령할 수 있게 되었는데, 조르주는 복권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는 사빈 때문이라고 트집을 잡으며 싸움을 걸었고, 사빈도 지지 않고 맞서자 조르주는 화를 이기지 못해 차를 몰고 나가 사고를 낸 것이다. 조르주의 유품을 정리하던 사빈은 복권을 발견하고, 당첨금을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계좌에 보관해둔다. 이 돈은 사빈에게 어떠한 새로운 기회를 주게 될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 년에 네 차례 화려하게 포장된 장미 다발이 조르주의 차가 충돌한 나무둥치에 놓여진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사빈이 갖다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빈이 한 일이 아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나씩, 붉은 색조의 언제나 비슷한 꽃다발. 망자에 대한 기억을 그런 정열적인 색깔로 꽃피울 수 있는 사람은 정부情婦뿐이라고 사빈은 생각한다. 조르주는 다른 미망인을 몇이나 남겨두고 갔을지, 사빈은 궁금하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땅속을 넘나드는 소녀, 마리 베랭스 “난 이담에 나무가 되고 싶어요.” 조르주가 분노에 사로잡혀 술에 취한 채 도로를 질주할 때, 조르주와 사빈의 딸인 마리는 아버지의 자동차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까무룩 잠이 든 상태였다. 거친 운전에 마리는 잠에서 깨어났고, 곧 심한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마리는 참다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아빠, 차 세워주세요! 토할 것 같아요!” 조르주가 “뭐야?” 소리를 내뱉자마자 차가 휘청대더니 옆으로 미끄러졌고, 조르주는 온몸이 갈가리 찢긴 처참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사고로 마리는 한쪽 발을 잃었다. 그때 마리는 일곱 살이었다. 그 사건 이후 마리는 한 발을 무덤에 두고 있다. 발목 부위에서 잘린 오른발이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이다. 마리는 없어진 발이 제멋대로 까불거리며 마음 내키는 대로 춤도 추면서, 유년의 나라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날이면 날마다 그 발은 밤낮없이 마리의 머릿속에서 절룩거리며 주위를 맴돌고 그녀와 함께 깡충거리며 뛰어다닌다. 이 발은 그녀를 지하세계로 들어가게 해준다. 진흙과 바위를 지나, 검붉은 심장처럼 포효하는 마그마가 들끓고 있는 곳이다. 지구에서 숨쉬었던 모든 동물과 식물의 잔재들이 한데 뒤섞인 이곳에 아버지의 몸 또한 용해되어 있다고 마리는 상상한다. 또한 마리는 나무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마리의 오빠들은 이 꿈을 비웃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의 백화점 산타클로스로 처음 만나 마리와 오빠들과 사빈의 좋은 친구가 되는 피에르는 마리에게 다정한 말을 들려준다. “어찌 보면 우린 이미 나무야. 손바닥을 봐. 포플러 이파리처럼 잎맥이 있잖니. 손가락을 펼쳐봐. 단풍나무 이파리 같지. 손가락을 다시 모으면 개암나무 이파리 같고…… 점점 커가며 선택할 수 있을 거야……” (47~48쪽) “자거라, 자, 이건 꿈이야, 꿈속의 애무, 꿈속의 입맞춤……” 조카에 대한 금지된 욕망에 굴복한 에디트 베랭스가에서 ‘쉿 왕고모’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왕고모 에디트.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 그녀는 소음과 고함소리라면 질색하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왕고모는 자신이 기르는 근사한 사냥개의 성대를 수술시켰다는 의심도 받았다. 기르는 개마다 짖지를 못하고 쉰 한숨소리만 냈던 것이다. 겉보기에는 신경질적인 친척 할머니로만 비춰지는 그녀에게는 사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다. 바로 조카이자 대자代子인 조르주를 향한, 우정과 모성애를 넘어선 금지된 사랑이다. 에디트의 조르주를 향한 감정의 변화는 그가 열여섯 살이던 해에 갑자기 닥쳐왔다. 베랭스가가 매년 여름휴가를 보내는 바스크 지방 강가에서 어느 오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수영복 차림의 조르주는 무척 늠름한 모습이어서 소년이라기보다 젊은 남자처럼 보였다. 그의 젖은 몸에서 물과 반짝이는 빛줄기가 줄줄 흘렀다. 젖은 머리를 흔들며 테라스로 다가오는 조르주는 더이상 저 아래 작은 강에서 올라오고 있는 소년이 아니었다. 오빠의 아들도, 열여섯 살 소년도 아니었다. 바위와 조약돌과 풀숲에서, 송진냄새와 빗물처럼 흐르는 햇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조르주는 그 누구의 아들도 아니었다. 첫 비행을 시도하는 꿀벌의 나이일 수도, 짙푸른 능선이 뚜렷한 산들의 나이일 수도 있었다. 그는 개벽開闢의 밀사였고, 눈뜨는 육신과 눈부신 나신, 욕망의 밀사였다. (110쪽) 그 모습을 본 에디트는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심장의 박동은 가슴속에서뿐 아니라 배와 옆구리, 음부에서도, 마치 주먹질을 하듯 그녀의 몸속 여기저기를 강타했다. 그날 밤 에디트는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어두운 복도를 더듬으며 조르주의 방까지 살금살금 걸어갔고, 잠든 조카의 몸에 손을 얹었다…… “전진하라 자손들이여, 내 아름다운 사랑의 소산이며 똥칠한 내 사랑의 소산인 아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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