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만든 뮤지션들의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 등을 다룰 때 주요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여러 이유로 놓칠 수밖에 없었던 뮤지션들의 이야기
가장 성공한 록 밴드 / 대기업에서 만든 첫 아이돌 / 최초의 랩 앨범 / 홈 레코딩만으로 성공한 앨범 등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만든 주제들로 꾸려낸 인터뷰집
개인적으로 음악가들은 영감과 재능의 뒷받침 하에 거의 모든 작업을 수행한다는 편견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노력이 없을 거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노력으로는 다가설 수 없는 어떤 선천적인 벽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이번 인터뷰를 통해 밝혀내거나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런 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내 편견을 뒷받침할 근거보다는 이번 인터뷰들을 통해 알게 된 건 다른 데 있다. 그건 많은 뮤지션이 너무나도 철저하게 고독하고 외로웠던 부단한 연마의 시간을 견뎌냈다는 것이다. 이들이 어떤 궤도에 오르기 위해 버틴 시간들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알아주지도 않는 고립의 시간이었고, 동시에 즐거움과 마법의 시간이었다. 삼매경의 경지가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리라. 우리는 언제부턴가 동기와 과정,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많은 시행착오의 시간보다는 무조건 반사처럼 “돈, 큰 집, 빠른 차, 명성, 사회적 지위” 같은 결과에 탄복한다. 하지만 나를 반성케 한 그 평론가처럼 이들 뮤지션은 더 이상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고흐의 불꽃 같은 삶”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를 꺼내들게 한다. 그리고 난 느꼈다. 어쩌면 그 희열의 과정이 우릴 살아있게 하는 건 아닐까 하고.
- 본문 “들어가며”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