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하품이 날 것 같은 지루한 삶 그러나 그 속엔 살아가는 이유와 보석 같은 행복이 있다! 하지만 대리만족은 거기까지! 평범한 이들의 현실은 칙릿소설의 그녀들과 같을 수가 없다. 보람과 자부심으로 충만해 ‘이건 평생 내 업이고, 내 기쁨이야!’ 하며 직장생활을 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보람보다는 이번 달 카드값과 적금 때문에, 또는 먹고사는 생계의 문제가 더 절실하다. 직장생활이란 건 지루하고 구차하고 소소한 일상의 반복이니까. 그렇다고 영화처럼 사는 1%의 인생들을 동경만 할 필요는 없다. 월급보다 많이 나온 카드명세서를 보고 매번 좌절하게 하는 얄팍한 지갑을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과 매일같이 몇 년째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소소하지만 박 터지는 전투가 벌어지는 직장에도 분명 소설보다 더 버라이어티한 사건사고와 행복과 재미가 있다. 분명히! 바로 <참을 수 없는 월요일>은 이 점을 주목했다. 리얼한 ‘진짜 워킹 걸의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우리들의 자화상 같은 주인공 네네는 매일 아침 호떡이 되어 만원전철을 타고 출근하고, 월급 통장을 바라보면서 다시 참을 수 없는 일주일을 견뎌야 하는 자신을 시체와 다름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내는 직장에서 더 이상 죽은 척하면서 보내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뭔가를 계획하는데……. 저자 시바타 요시키는 너무나도 시크chic하고 FM적인 나머지 코믹해 보이기까지 한 주인공 네네의 회사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제는 칙릿소설에 물릴 만큼 물렸지만, 그렇다고 소설 주인공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구질구질한 내 생활을 굳이 소설로 읽으면서 곱씹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바타 요시키는 이 소설을 통해 평범한 시간들 속에도, 분명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재미와 행복, 우리를 성숙하게 해주는 뜻밖의 사건사고와 감동이 존재함을 말하고 있다. 현실에 근접한 순도 99%의 우리들 이야기. 자칫 지루하고 평범해질 수 있는 일상을 주제로 한 이 소설은 때론 유쾌하게, 때론 시티컬하게 우리 가슴으로 파고들어 잔잔한 감동과 긴 여운을 줄 것이다. 더 이상 소설 속 주인공을 향한 동경과 부러움은 사양한다! 90년대 중반에 나온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필두로 젊은 여성 독자를 겨냥한 칙릿소설은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섹스 앤 더 시티>, <달콤한 나의 도시> 등으로 이어지면서 한 장르가 되었다. 그리고 신간 코너에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2008년에는 문학상 수상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칙릿소설의 주된 골격은 대도시에 사는 20, 30대 직장 여성이 일과 사랑 속에서 갈등하며 내외적으로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대도시, 사무직, 혼자 사는 아파트나 원룸, 술, 자유로운 연애 등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결혼을 촌스러운 것으로 치부하고 섹스에 거리낌, 부담 따위는 갖지 않으며, 명품 브랜드 속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카드 결제를 걱정하는 것은 스타일의 망조이므로 입도 뻥긋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러한 칙릿소설은 도시 중산층 여성의 삶에 관한 과장과 오해를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문학상 심사위원들의 말마따나 책장에서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다면 그걸로 족하다 하겠다. 하지만 이 소설들의 결말이 하나같이 ‘여성의 자아실현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야만 멋진 남성과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수준이라 독자들은 가면 갈수록 식상함을 느끼고,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칙릿소설이 세간의 비판과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대중적 쿨함을 유지하면서도 쿨하지 않은 칙릿소설이어야 한다. 쿨한 행동으로 온갖 인간적인 갈등을 생략하는 것이 현실 도피를 위해 고안된 장치였다면 좋았겠지만, 이것들은 이야기를 도식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한국의 장르 문학들이 점차 도식성에서 벗어나 작가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듯 칙릿소설도 ‘폼생폼사’라는 옷을 벗겨야만 문학과 대중성을 겸비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소설 속 주인공을 향한 동경과 부러움은 이제 사양한다. 이에 <참을 수 없는 월요일>은 우아하고 세련된 커리어 우먼과 화려한 싱글의 모습을 모두 걷어내고, ‘진짜 워킹 걸’의 세계에 주목했다. 겉만 번지르르한 이야기 대신 소소하지만 리얼한 일상의 이야기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소설 속 주인공과 비교하면 생활고와 고된 회사생활에 찌들어 있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속없는 가벼움이 아닌 담담한 시선으로, 하품이 날 것 같은 지루한 삶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쌓아가던 인연의 깊이와 일상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