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장으로

Areno Inoue · Novel
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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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노우에 아레노의 장편소설. <채굴장으로>는 지도 남쪽에 있는 외딴섬을 배경으로, 남편이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유부녀가 주인공인 연애 소설이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다른 남자에게 자꾸 시선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 것을 한없이 억제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소설의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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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탄탄한 구성, 프로의 문체, 어른의 소설’ 심사 위원 만장일치! 2008년 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2008년 139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노우에 아레노는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발표된 작품 수가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작품도 단편집 <어쩔 수 없는 물> 한 권뿐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녀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은 그녀의 수상 소식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와다 료의 <노보우의 성>, 야마모토 겐이치의 <천냥 신부>와 함께 결선까지 진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자로 선정된 그녀의 작품에 대한 심사 위원회의 평가는 “인물의 장점이 잘 드러나 있고 탄탄한 문장력과 치밀한 구성으로 '문학의 기본'이 모두 갖춰져 있다.”는 것. 어찌 보면 진부하리만큼 기본적인, 이러한 소설의 조건들을 그녀만큼 충실히 만족시키는 작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이노우에 아레노의 글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장이라는 피로 문학의 몸을 다시 숨쉬게 만들었다. 질투가 날 정도다. _하야시 마리코(나오키상 심사위원) 이노우에 아레노는 1989년 에쿠니 가오리와 제1회 페미나상을 공동 수상하며 같이 등단하였지만(20년 지기 친구인 두 사람은 지금도 절친하다), 한참 동안 소설을 쓰지 않았다. ‘아버지라면 이런 소설은 안 쓰지 않을까’ 하는 고민으로 거의 10년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그녀의 아버지는 전후 좌익 문학의 기수라고 불리는 소설가 이노우에 미쓰하루로, 젊은 시절 아레노는 아버지의 글을 옮겨 적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2003년 <준이치>로 제11회 시마세 연애 문학상을 수상, 2004년과 2005년에 <다리야 산장>과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아내>로 연이어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등 빠른 속도로 일본 내에서 그 저력을 인정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7년 <베이컨>으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고, 다음해인 2008년 두 번의 노이네이트만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버지라면 이런 치밀한 연애 소설을 못 쓰겠지!’ 하고 야심만만하게 쓴 작품이 아버지도 생전에 받아본 적 없는 나오키상을 거머쥐게 한 것이다(<채굴장으로>의 배경이 된 곳도 아버지의 고향 섬이라고 한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처럼, 말초적인 자극에 길든 감각을 정화시켜주는 안타깝도록 섬세한 연애 소설. <채굴장으로>는 지도 남쪽에 있는 외딴섬을 무대로 한 연애 소설이다. 그것도 남편이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유부녀가 주인공인 연애 소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통속적인 사건이 있을 법한데 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보다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다른 남자에게 자꾸 시선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 것을 한없이 억제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소설의 주를 이룬다. 물론 이렇게 소극적인 주인공과는 대조적으로 유부남과 연애하는 걸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동료 교사 쓰키에도 있고, 아흔이 넘은 나이에 음몽(淫夢)을 꾸며 신음하는 시즈카 할머니도 있긴 하지만, 그녀들의 이야기조차 선정적이라기보다는 애틋하고 어딘지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다. 파격적인 소재나 숨 가쁘게 뒤를 쫒아가게 하는 파국의 결말 없이도 독자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묘한 사랑 이야기, 요즘의 자극적인 소설들과는 달리 일견 밋밋해 보이는 그녀의 소설에는 분명, 동료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평한 대로 ‘이끌리고 취해버리는 매혹적인’ 맛이 있다. 그에게 끌린다, 남편을 사랑하는데…… 더 이상 나아갈 수도 되돌아나올 수도 없는 마음의 갱도 책의 제목에 쓰인 채굴장은 본래 갱도의 맨 끝을 가리키는 말로, 그 이상 앞으로는 나아갈 수 없는 장소를 뜻한다. 그러니 <채굴장으로>라는 제목을 액면 그대로만 해석하자면 뭔가 ‘막장’으로 치닫는 드라마를 예고하는 것 같지만, 사실 채굴장의 일본식 한자 切羽에는 (한자씩 풀어보면) ‘날개를 자르다’라는 의미 또한 담겨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의 말대로 ‘터널이 뚫리면 없어지지만, 계속 파는 동안은 언제나 제일 끝인 채굴장’에 선 마음, 다시 말해 결말이 어떻게 되던 간에 그 순간만은 언제나 절박한, 모든 사랑의 근본을 건드리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현지에서 이 작품이 출간되었을 때 담담한 작품 분위기와는 별개로 전문가나 독자들로부터 ‘에로틱하고 관능적인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랑의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관능적일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노우에 아레노의 소설을 읽으면 이노우에 아레노 병에 걸린다. _에쿠니 가오리 어느 날 자기도 모르게 가슴에 들어온 사람을 혼자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가, 몰래 떠나보내는 걸로 접는 남편 있는 여자의 사랑, 이것도 불륜의 범주일까. 결혼하는 순간 심장이 바위가 되지 않는 한, 살아 있는 사람에게라면 살다가 한번쯤은 감기처럼, 사고처럼 찾아올 법한 이야기인데 말이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아무런 일 없이 끝나는 (연애 소설 같지 않은) 연애 소설이 조미료 안 들어간 음식처럼 밍밍하고 싱거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답답하리만치 은근하고 애가 닳도록 애틋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누군가를 좋아할 때의 그 가슴 저림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 같다. 이렇게 책을 덮은 후에도 멍해지는 감각, 주인공들의 감정에 공명하여 자신의 잃어버린 감성들을 떠올리게 되는 열병, 그것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이노우에 아레노 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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