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과연 대가답다. 로버트 팩스턴은 뛰어난 솜씨와 예리한 분석을 통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이루어냈다. 케케묵은 논쟁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고 이미 구석구석 연구가 이루어진 파시즘이라는 현상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 것이다.” - 이언 커쇼, 《히틀러》저자
파시즘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결정적 저작!
정치적 욕설로 전락한 파시즘의 개념을 명료하게 해부해 의미의 오용과 남용에서 구출한다!
공산주의와 함께 20세기 정치의 최대 주제인 ‘파시즘’은 21세기를 맞은 지금까지 학문적․정치적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 유럽에서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네오파시즘 정당들이나 기독교 근본주의의 결집 아래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는 제국주의 미국의 파시즘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기우를 넘어 첨예한 현실의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상적 파시즘’ 논쟁이나 박정희 체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대중 독재론’ 논쟁까지 ‘파시즘’은 치열한 논쟁의 중심 주제이며, 언론 매체에 수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의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파시즘’이란 말 속에 반대파에게 뒤집어씌우는 ‘욕설’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을까? 파시즘에 대한, 합의된 정확한 학문적․역사적 규정이 존재하는가?
《파시즘(The Anatomy of Fascism)》은 파시즘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로버트 팩스턴의 40년에 걸친 연구의 총결산이다. 20세기 최대의 논란거리인 ‘파시즘’을 생생한 현재적 문제로 조명하는 대중적 학술서임과 동시에 60여 년간 지속된 모든 파시즘 논쟁을 잠재울 결정적 저작이다.
이 책은 역사서임과 동시에 파시즘의 사회과학적 분석서이다. 연대기적으로 파시즘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각 시대별 사회․경제적 조건과 정치적 행위자 간의 상호작용을 명료하게 파헤치고 비판하고 종합하고 있다. 저자는 ‘파시즘’을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흔히 파시즘으로 인식되는 핵심적 운동과 체제(주로 이탈리아와 독일)를 역사적으로 철저하게 살펴본 후 그것으로부터 파시즘의 실체를 명료하게 추출해낸다. 즉, 파시즘 운동의 발생에서부터 집권 과정, 권력 행사, 몰락까지를 생생하게 살펴봄으로써 도대체 ‘파시즘이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쯤이면 모든 군부 독재나 모든 권위주의 체제가 파시즘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곧 파시즘은 실로 대단히 특정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발생했던 대단히 특정한 정치 운동임과 동시에, 또한 천의 얼굴을 한 모순투성이의 카멜레온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파시즘의 기원, 성장, 집권, 몰락까지를 역사적으로 해부한다!
이제까지 파시즘에 관한 대부분의 이론서는 파시즘을 이데올로기적 기원과 특성 중심으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팩스턴은 이러한 추상적이고 고리타분한 이데올로기 분석으로는 파시즘의 정체를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파시즘의 본질을 먼저 상정하고 파시즘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를 해명해가는 방식으로는 결코 파시즘의 본질적 특성을 이해할 수도, 해명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파시즘은 그 이념적 기원과 발생에서부터 성장과 집권, 권력 행사와 몰락까지를 총체적으로 조감할 때만 역동적이고도 모순적인 성격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음을 이 책은 광범위한 역사 관찰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 움직이는 파시즘을 보아야 한다. 탄생 순간부터 격변을 맞으며 생을 마치는 마지막 단계까지 파시즘과 사회가 형성한 복잡하게 얽힌 상호관계 속에서 파시즘을 보아야 한다. 파시즘에 힘을 보탰거나, 파시즘을 거부했지만 실패하고 만 일반 시민들, 그리고 정치․사회․문화․경제적 힘을 지닌 사람들 모두가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될 것이다.” - 1장 ‘운동하는 파시즘’ (65쪽)
파시즘의 가장 중요한 현상은 열광적 대중 운동이다!
대중의 열광을 통해 좌파에 대항하는 독재를 조직하는 일은 19세기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파시즘은 실로 20세기의 독특한 현상이다.
파시즘은 대중 정치의 산물이다.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동원된 대중들은 전쟁 후의 피폐한 현실의 쓰라림을 맛보면서 적극적인 정치 참여자로 변모하였다. 나라를 위해 싸운 대가를 원하는 퇴역군인들, 근대화 과정에서 경제적 기반을 잃어버린 자작농․숙련공․소상인 등의 중간계급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물질주의를 경멸한 지식인․예술가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파시즘의 깃발 아래 하나가 되어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열정을 표출하였다.
대중을 다시 탈정치화시키려는 보수주의자들과는 달리 파시즘은 대중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파시즘 운동의 동력으로 삼았다. 대중을 움직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던 파시스트들은 대중들의 두려움과 분노와 원한을 민족 갱생 운동으로 전환하였고, 카리스마 넘치는 강력한 지도자를 통해 제멋대로 날뛰는 대중 운동을 굳건한 하나의 운동 조직으로 통합할 수 있었다.
파시즘은 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대중의 환멸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파시즘은 자유주의 체제의 성립을 발전의 전제조건으로 삼는다. 자유주의 체제는 이제껏 정치의 바깥에 놓여 있던 일반 대중을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 체제가 다양한 대중의 욕구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 대중의 불만과 분노는 자유주의 체제 자체를 향하게 된다. 이 반자유주의적 열정이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와 결합할 때 대중은 급속히 파시즘으로 빨려들게 된다.
이탈리아와 독일은 자유주의 체제의 위기가 가장 심각했던 나라였다. 이들은 유럽에서 대중 선거를 가장 나중에 채택한 국가였으며, 산업화 측면에서도 가장 뒤떨어진 상태였다. 이 두 나라에서 자유주의 정부는 무능하거나 아예 기능이 전무한 상태였다. 파시즘은 역사적으로 볼 때 성공한 국가가 아닌 허약하거나 실패한 자유주의 국가, 혹은 지체되거나 망가진 자본주의 체제에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흔히들 파시즘은 자유주의의 위기로부터 생겨났다고 단언하는데, 허약하거나 실패한 자유주의의 위기라고 수정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 3장 ‘뿌리 내리기’ (192쪽)
파시즘 세력은 쿠데타로 집권하지 않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것이 아니다. 집권 전에 폭력적 대중 운동으로 기존 정권을 위협하기는 했지만, 어느 쪽도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하지는 않았다. 무솔리니와 히틀러 두 사람 모두 합법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원수에 의해 정부의 수반으로 끌어올려졌다. 즉, 두 사람 모두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와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헌법에 기초해 정당하게 권력을 행사한 결과 정부의 수장이 된 것이다.
1923년 쿠데타에 실패한 히틀러를 구출해준 것은 1929년의 대공황으로 침몰 위기에 처한 연립 정부였다. 보수 세력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순간이 닥칠 때마다 다른 대안보다 반(反)사회주의적인 해결책을 택했다. 그들은 파시즘의 힘을 이용해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했으나, 결국 최악의 불행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파시즘의 집권을 결정지은 것은 파시즘 세력이 아니라, 파시즘에 맞선다면 자신들의 권력이 위험에 처하리라는 보수주의자들의 두려움이었던 것이다. - 4장 ‘권력 장악’ (268~269쪽)
유대인 대학살은 처음부터 기획된 것인가, 아니면 우발적 사건인가?
파시즘의 급진화가 극에 달해 나타난 사건이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이다. 이 책은 홀로코스트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소극적인 행동에서 출발해 일정 단계를 거치면서 점점 더 광포한 방향으로 나아갔음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는 ‘격리’, 다시 말해 내부의 적을 규정하여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