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의 대가

티에리 크루벨리에 · Essay
5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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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에서 1979년까지 4년 동안 캄보디아를 통치했던 크메르 루즈가 자행한 끔찍한 대학살의 실체를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S-21 교도소와 일명 '킬링 필드'로 불리는 '쯔엉 엑'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처절한 증언은 독자들 또한 어느새 재판을 참관하는 한 사람이 되어 전범재판 과정을 지켜보게 만든다. 이 책의 제목 '자백의 대가'란 중의적인 의미에서 사용되었다. 첫째는 두크라는 인물이 자백을 받아내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물론 자백은 거짓자백이며 그것을 이끌어낸 것은 극도로 잔인한 고문과 협박이었다. 그의 소질은 바로 모든 인간적인 감정을 버리고 교도수 수감자들을 죽음의 뻘로 밀어낼 수 있었던 사이코패스적 기질인 셈이다. 둘째로 '자백의 대가'라는 의미는 다른 한편으로 이 두크라는 인물이 법정에서 보여줘 사람들을 놀라게 한 뛰어난 재능을 의미한다. 그는 비상한 기억력으로 30년도 더 지난 일들을 기억해냈으며,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법적 그물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정치적 고백으로 일관했다. 제목 '자백의 대가'에는 바로 이러한 악마적 마에스트로라는 이미지가 심겨져 있는 셈이다. 이 책을 쓴 프랑스 작가 티에리 크루벨리에는 S-21 교도소의 최고 책임자였던 두크란 인물을 재판한 프놈펜의 전범재판 과정에 실제로 참여하면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프랑스 출신의 기자로는 티에리 크루벨리에가 유일하게 프놈펜 전범재판에 참여했다. 이 소송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재판이었다. 전체주의를 지향한 공산주의 정권이 자행한 대량 학살을 유엔 산하의 국제 재판소가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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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 세계가 주목한 재판 | 2. 깡 켁 이우의 탄생 | 3. 채소를 수확하다가 끌려가다 | 4. 고등학교를 개조한 살인공장 S-21 | 5. 차가운 고문과 뜨거운 고문 | 6. 양치기 개 | 7. 몸이 으스러지도록 구타하라 | 8. 대단한 일벌레 | 9. 살인자의 수사학 | 10. 폴 포트는 숭고했다 | 11. 처형장에 끌려가던 날 | 12. 불에 달군 쇠막대기를 콧구멍에 | 13. 독재 정권에서 학살자란 더할 나위 없는 직업 | 14. 캄보디아인의 사고방식 | 15. S-21에서 죽은 78명의 외국인 | 16. 쯔엉 엑 혹 은 킬링필드 | 17. 왜? 왜? 왜? | 18. 예술가들, 목숨을 건지다 | 19. 두크의 청년 시절 | 20. 두크의 교사 시절 | 21. S-21의 전신 M-13 | 22. CIA 아니면 KGB | 23. 폐허의 장소에 가다 | 24. 안롱벵, 살인자들의 마지막 은신처 | 25. 타 목의 상 | 26. 죽음의 라인 | 27. 프놈펜에서의 탈출 | 28. 두크의 부하 몸 나이의 침묵 | 29. 풍 떤 교수가 불러일으킨 파문 | 30. 제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게 | 31. 지식인의 비극적 운명 | 32. 한 엘리트의 죽음 | 33. 왜 곧바로 죽이지 않았을까 | 34. 두크는 정신질환자가 아니다 | 35. 물의 축제 | 36. 민주 캄푸치아의 역설 | 37. 두크의 죄 | 38. 변호의 대가 vs 자백의 대가 | 39. 지랄맞은 감동을 준 유창한 웅변술 | 40. 선고 역사적인 지표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차례

Description

1만2000명을 죽인 S-21 교도소장 그는 과연 인간인가, 악마인가 인간성의 기이한 본성과 시대의 진실을 밝히는 다큐, 아니 차라리 스릴러! 국제 전범재판을 전문적으로 취재해온 프랑스 저널리스트의 작품 “그땐 혁명이 죄수들을 한 명씩 없앤다는 의미였으니까요. 저는 혁명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고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어요. 저는 평생 뭔가를 할 때마다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_두쿠의 법정 진술 중에서 “1만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S-21 교도소에서 죽었으니 눈은 두 배가 되겠군요. 나는 적어도 2만 4000개가 넘는 눈동자들이 피고인을 따라다닌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숨을 곳이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_희생자 가족의 증언 중에서 2009년 3월, 프놈펜. 깡 켁 이우란 이름보다 두크로 더 유명한 고문 및 사형 책임자는 뚤슬렝 S-21에서 1만20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다. 그랬던 그가 드디어 국제 재판소 앞에 홀로 서는 순간을 맞이했다. 희생자들의 가족 앞에, 또 자기 자신과 홀로 마주하게 된 두크는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기조차 어려운 대학살,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자백의 대가』는 폴 포트의 크메르 루즈에 가담한 사형집행인의 범상치 않은 운명에 대해 들려준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매 공판에서 예기치 않은 놀라운 에피소드가 불거지면서 한 편의 ‘인간 희극’이 펼쳐진다. 저자 티에리 크루벨리에는 기자의 예리한 관찰력과 필력을 바탕으로 무엇보다 연극적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법정에서 일어나는 한 편의 드라마를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는 역사나 심리학 같은 학문의 미해결 과제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각종 연쇄살인과 전쟁범죄 등을 통해 그 잔인성을 목도하면서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을까 탄식하지만, 어느 순간 그 잔인성을 능가하는 사건이 다시 우리 앞에 저질러 질 때는 아연해지면서 인간의 본성 자체에 대한 깊은 두려움과 절망의 심정을 품게 된다. 프랑스 갈리마르에서 2011년에 출간한 『자백의 대가Le Maitre Des Aveux』는 우리에게 1975년에서 1979년까지 4년 동안 캄보디아를 통치했던 크메르 루즈가 자행한 끔찍한 대학살의 실체를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S-21 교도소와 일명 ‘킬링필드’로 불리는 ‘쯔엉 엑’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처절한 증언은 독자들 또한 어느새 재판을 참관하는 한 사람이 되어 전범재판 과정을 지켜보게 만든다. 이 책의 제목 ‘자백의 대가’란 중의적인 의미에서 사용되었다. 첫째는 두크라는 인물이 자백을 받아내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물론 자백은 대부분 거짓자백이며 그것을 끌어낸 것은 극도로 잔인한 고문과 협박이었다. 그의 소질은 바로 모든 인간적인 감정을 버리고 교도소 수감자들을 죽음의 뻘로 밀어낼 수 있었던 사이코패스적 기질인 셈이다. 둘째로 ‘자백의 대가’라는 의미는 다른 한편으로 이 두크라는 인물이 법정에서 보여줘 사람들을 놀라게 한 뛰어난 재능을 의미한다. 그는 비상한 기억력으로 30년도 더 지난 일들을 기억해냈으며,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법적 그물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정치적 고백으로 일관했다. 제목 ‘자백의 대가’에는 바로 이러한 악마적 마에스트로라는 이미지가 심겨져 있는 셈이다. 실제 법정에서는 두크가 가짜로 즐거워한 연기가 들통나기도 했다. 두크는 그가 일한 교도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세 명 가운데 한 사람에게 억지로 동포애를 표현하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가짜로 즐거워하는 연기가 들통난 적이 있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두크의 신경질적인 웃음에 당혹스러워했다. 어느 순간 상황 파악을 한 두크가 얼른 손으로 입을 막더니 흥분을 가라앉혔다. (29~30쪽) 이 책을 쓴 프랑스 작가 티에리 크루벨리에는 S-21 교도소의 최고 책임자였던 두크란 인물을 재판한 프놈펜의 전범재판 과정에 실제로 참여하면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작가는 법률 매거진 『인터내셔널 저스티스 트리뷴』의 수석 편집인을 지냈으며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르완다, 시에라리온, 콜롬비아, 보스니아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난 반인륜적인 범죄와 대학살을 다룬 국제 재판에 참여하며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기자로는 티에리 크루벨리에가 유일하게 프놈펜 전범재판에 참여했다. 이 소송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재판이었다. 전체주의를 지향한 공산주의 정권이 자행한 대량 학살을 유엔 산하의 국제 재판소가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계속 묘사하는 바에 따르면 두크는 대화를 주도하고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상대 주장을 인정하기도 거부하기도 하면서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위엄 있는 목소리를 잘 선택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을 아프게 하는 대화를 요리조리 피했다. 어떤 날에는 S-21에서 실행된 의료 실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두크의 부하였던 수 티와 프락 칸이 그 부분에 대해 말했다. 자료보관실에서도 의료 실험을 했다는 증거 자료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두크는 자신이 그 일에 전부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닐 논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이 실험이 진행된 것을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두크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알고는 있었습니다. 죄수들 중 몇몇이 외과 수술의 실험 대상이 된 적이 있었어요. 혈액을 채취한 사례도 있고요. 하지만 수혈 사실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릅니다. 예심 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수혈은 낫이 관여한 문제이고 저는 그 일에 대해서 아는 게 없습니다. 계속 과거를 생각하다보니 상관에게 전화 한 통을 받은 기억이 떠오르긴 합니다. 전투원들에게 수혈을 시켰는데 피부 염증이 일어났다고 했어요. 그것도 제가 저지른 범죄 행위라면 그렇다고 하겠군요.”(388~389쪽) 역자 전혜영 씨는 “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나는 피고인 두크란 인물에 대해 이토록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책이 존재할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고 밝힌다. 그 정도로 프랑스 저자의 정보 수집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두크란 인물의 생애와 관련된 정보를 다방면으로 수집한 흔적이 책 곳곳에 역력하게 드러난다. 크메르 루즈에 소속되기 전, 수학 교사로 살았던 젊은 시절은 물론 민주 캄푸치아를 위한 혁명주의자로서 활동할 당시의 모습과 크메르 루즈가 쇠퇴기를 겪으면서 외국으로 건너가 살게 된 과정, 그리고 다시 캄보디아 감옥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기까지 한 개인의 파란만장한 삶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연속되는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저자가 예리한 관찰력을 발휘해 피고인 두크의 심경과 태도의 변화를 꼼꼼하게 묘사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두크 외에도 증인으로 참여한 여러 국적의 생존자들과 변호사, 검사, 판사, 방청인들의 반응도 놓치지 않고 생생하게 글로 전달하려고 했다. 그러하기에 독자들은 실제로 법정에 앉아 있는 것처럼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두크를 옹호하는 입장과 혐오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었다. 법률 관계자들과 인권 변호를 위해 싸우는 운동가들 사이의 치열한 논쟁, 두크의 담당 변호사인 프랑수아 루와 까 사웃의 대조적인 입장 차이 또한 이 책의 내용을 흥미롭게 만드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두크는 S-21 교도소에서 어떻게 죄수들의 자백을 받아냈을까? 먼저 두크는 자백할 때까지 계속 전기고문을 가했다. 한번은 심문관이 죄수에게 다짜고짜 “너는 반역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밀 회의를 몇 번이나 열었는지 물었다. 남자가 완 낫에게 말했다. “넌 횟수를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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