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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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삶을 위한 철학의 멘토링, 영화의 테라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철학입문서 『시네필 다이어리』가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2권을 출간하였다. ‘철학자와 영화의 만남’을 모토로 하는 『시네필 다이어리』1권은 올해 초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어 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1권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이 책은 영화 속에 숨어 있는 철학자들의 내러티브를 발견하면서, 1권에서는 세상과 사회에 대한 호기심으로 영화를 수용했다면 2권에서는 인간의 내면으로 좀 더 깊이 있게 침전한다. 즉 철학과 영화가 만나는 과정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세계에 깊게 파고들어 자기 안의 뿌리를 확인하는 여정을 선사한다. 2004년 『문학동네』에 문학비평으로 등단한 이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드라마, 영화 등의 문화비평 또한 겸하고 있는 저자 정여울은 우리가 사랑한 철학자와 영화의 만남을 주선하는 메신저가 되고 싶어 한다. 문학비평이라는 번듯한 작업 외에도 영화나 드라마 같은 통속의 세계와 접선을 시도함으로써 그녀는 일상과 격리된 문학, 철학 등의 인문학을 지금-여기의 현실이라는 거대한 장으로 끌고 나온다. 인생의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 실제로 철학의 멘토링으로 구원을 받은 그녀는 우리와 가장 친밀한 장르인 영화를 통해 가장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가장 실용적인 철학의 조언을 들려준다. 철학의 눈으로 영화를 읽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결에 우리의 삶은 충만해지고 아픈 마음은 치유된다. 일상 혹은 영화 속 물음에 답하는 ‘철학’의 메시지 저자는 갱스터 무비의 고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부터 추리소설 같은 스릴러물 [본 아이덴티티], 가상현실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꾼 [매트릭스], 조연급 캐릭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애니메이션 [슈렉], 캐릭터들이 살아 있는 버디 무비 [의형제], 노부부의 사랑을 담은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 영화 [타인의 삶], 전 세계에 3D 열풍을 일으킨 [아바타]에 이르기까지 총 8편의 영화를 철학자들의 눈을 빌려 읽는다. 저자는 영화 속 인물의 행동, 감정, 생각, 배경을 낱낱이 파헤쳐 저명한 현대 철학자 미셀 푸코, 미르치아 엘리아데, 줄리아 크리스테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미하엘 바흐친, 지그문트 프로이트, 한나 아렌트, 발터 벤야민의 사상을 장면과 장면 사이의 함의에 대입시킨다. 영화 한 편을 엮어내는 주제는 영화와 짝을 맺어준 철학자의 주요 사상이 되고 영화의 인물과 배경, 스토리가 합쳐진 몽타주는 우리가 철학자의 사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영화 속에서 촉발되는 갈등은 결말에 이르러 어떻게든 해소되지만 종영 후에도 여운을 남기며 독자들에게 행간을 곱씹게 하는 의문들은 책 속의 철학자들이 그 방향을 제시해준다. 영화를 통해 읽는 철학 ■ 자아 찾기 진정한 자아를 찾아 헤매는 [본 아이덴티티] 주인공은 타인의 시선으로 형성된 거짓 자아를 깨고 나와 미셸 푸코의 주장대로 사유와 투쟁을 통해 참된 자아를 발견한다. 우리가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은 참된 자아의 발견이다. 그런 면에서 자아 발견의 메시지는 [매트릭스]에서도 거듭 강조된다. 무의미한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이 바로 스미스가 아프락시스하여 네오가 되는 순간이다. 엘리아데의 언어로 말하자면 성(聖)과 속(俗)의 문지방을 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발견한 새로운 우주는 아름답고 완전무결하기만 한 걸까? 견고한 자의식은 때론 오히려 욕망과 결핍과 불완전성을 배제한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우리가 이 ‘아브젝트(우리가 혐오하고, 거부하는 것들)’를 제거할수록 우리 안의 가능성인 ‘코라’를 잃어버린다고 전한다. 마치 [슈렉]의 파쿼드 영주가 완벽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려다 활기 없는 텅 빈 왕국을 갖게 되었듯이 말이다. ■ 타자와 관계 맺기 혹은 관계 끊기 타자와의 관계 맺기가 자아를 한층 성숙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것은 [아바타]와 [의형제],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타인의 삶]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아바타]에서 문명 세계의 획일성과 폐쇄성에 대해 경고하고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강조하는 신화의 힘이 우리의 본질과 근원임을 잊지 않도록 주지시킨다. 또 [의형제]의 주인공들처럼 타자 안에 자신을 투사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타인을 이해하고 외양 속의 자아를 창조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하엘 바흐친이 말한 ‘타자 안의 투사’는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활동적 삶’과 맥락을 같이 한다. [타인의 삶]에서 비즐러가 ‘관조적 삶’에서 벗어나 정치적 행위를 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긍정하게 된 사정이 그러하다. 이렇게 자신이나 타인과 충실한 관계를 맺을수록 우리의 삶은 내적으로, 외적으로 더욱 성숙해진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바람직하지 못한 ‘관계 끊기’는 애써 이룩한 자아를 무너뜨린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상실과 죽음에 대한 올바른 애도 방식이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산책자, 자아 찾기 여로에 나서다 자아 발견과 타자와의 관계 맺기, 관계 끊기 등 일련의 삶의 여정은 마지막 편에서 발터 벤야민의 말로 완성된다. 그의 사유에 따르면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산책자이고 마지막 여행은 죽음으로 귀결된다. 저자 정여울은 발터 벤야민이 말한 ‘산책’의 의의를 『시네필 다이어리』를 쓴 의도와 오버랩하여 본문의 마지막 인용문에 밝힌다. 소설이 의미를 갖는 것은, 소설이 이를테면 제3자의 운명을 우리들에게 제시해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제3자의 운명이, 그 운명을 불태우는 불꽃을 통해서 우리들 스스로의 운명으로부터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따뜻함을 우리들에게 안겨주기 때문이다. 독자가 소설에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은, 한기에 떨고 있는 삶을, 그가 읽고 있는 죽음을 통해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인 것이다. ―발터 벤야민, 반성완 옮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1992, 185~186쪽 위 인용문에서 ‘소설’이라는 단어를 ‘영화’로 치환하면 저자 정여울의 집필 동기가 드러난다. 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자아에 대한 저자의 끈질긴 탐구는 일상적 시스템에 함몰되어버린 독자들에게 철학자들의 조언을 통해 자아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관조하고 일깨우는 방법을 전해준다. 이 일련의 자아 찾기 여로에서 독자가 더불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삶과 미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