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굳어 자신의 삶에조차 무덤덤해진 사람들을 위한 성찰록
1570년, 몽테뉴는 법관직을 버리고 자신의 성에 틀어박혀 큰 슬픔에 빠져 있었다. 절친한 친구, 아버지, 첫딸이 연달아 죽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서재에 루크레티우스의 경구를 써놓았다. “더 오래 살아봤자 새롭게 얻을 낙은 없다.” 하지만 수년 뒤, 그는 서재 천장에 팔을 뻗어 그 문구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세계적인 저작 《에세》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 사이, 몽테뉴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어찌하여 이전의 비관주의를 버리고 삶의 철학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걸까? 책은 셰익스피어와 버지니아 울프를 비롯한 후대 문학가와 사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몽테뉴의 정신세계를 12가지의 프레임으로 추적한다. 몽테뉴의 유작이자 불후의 고전 《에세》를 바탕으로, 요동치던 사회에서 펄떡이던 한 남자의 치열한 사색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의 글 덕분에 세상을 사는 기쁨이 더 커졌다.” - 프리드리히 니체
무엇보다 몽테뉴는 능동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와는 달랐다. 그는 회의주의의 미덕을 잘 알았고, 절대성에 기반을 둔 사고방식에 그 누구보다 반대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글 덕분에 이 세상을 사는 기쁨이 더욱 커졌다. 만약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와 함께 인생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 허무함을 온몸으로 겪으며 그것을 뛰어넘었던 몽테뉴의 능동성은 그렇게 니체마저 매혹시켰다.
<제목에 관하여> “몽테뉴의 모든 것이 그 문장 안에 들어 있다.”
동물을 좋아했던 몽테뉴는 자신의 저택에서 고양이를 길렀다. 주변의 모든 사물에 의문을 품고 대화를 걸었던 그에게, 고양이는 더없이 좋은 철학적 대상이 되어주었다. 몽테뉴가 자신과 고양이의 관계를 통해 흥미로운 성찰을 보여주는 내용은 그의 저서 《에세》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부분이기도 하다. 바로 거기에 회의주의적 관점을 비롯해 타자에 대한 상대론, 존재의 근원을 물질에서 찾는 유물론 등 몽테뉴 사상의 근간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평론가는 “몽테뉴의 모든 것이 그 문장 안에 들어 있다”고까지 말했다. 이렇듯 몽테뉴의 고양이는 일약 유명해졌고, 필립 드상(Philippe Desan) 교수의 <몽테뉴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