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더는 죽듯이 살지 않을 거야.
살아가듯 죽을게”
김초엽(소설가)·하지은(소설가) 강력 추천
★2025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
★한국SF어워드 단편 대상 수상작 수록★
★★★★★
“이토록 비참한 세계에서도 왜 어떤 존재들은 끝까지 빛을 안고 죽는가.”
_김초엽(소설가, 「추천의 말」 중에서)
소멸을 향해 피어나는 아름다운 우주
장르 소설의 신성 백사혜의 SF동화판타지
2025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
단편소설 「궤적 잇기」와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로 각각 2022년 문윤성SF문학상 우수상과 2023년 한국SF어워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신예 작가 백사혜. 그의 연작소설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는 2025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을 통해 최초 공개되며 허블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동명의 한국SF어워드 수상작의 세계관을 확장해 여섯 편의 중단편으로 엮은 SF동화판타지 연작소설집으로,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쟁과 저항, 그리고 소멸의 순간들을 각기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백사혜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본 이는 김초엽 작가였다. 그는 문윤성SF문학상 심사위원으로서 데뷔작을 주목했고, 이후 《에피》 편집위원으로서 발표 지면을 내어주는 등 꾸준히 응원을 보내왔다. 「궤적 잇기」에 대해선 “현실을 낯설게 보게 만드는 SF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삶과 관계에 대한 감정의 핵을 흔드는 서정성을 지녔다”고 평했으며, 이번 연작에 대해서는 “잔혹동화처럼 선명하고 손에 닿을 듯한 세계 속에서 끝까지 빛을 안고 죽는 존재들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초엽의 찬사는 백사혜의 세계를 누구보다 먼저, 깊이 이해한 독자의 증언이기도 하다.
“판타지의 그림자를 뒤에 걸친 SF다”라는 한국SF어워드 심사평처럼, 이 책은 동화판타지의 익숙한 이야기 문법을 따르면서도 SF와 사회소설적 시선을 신선하게 접목한 점에서 독창적인 매력을 지닌다. 낯설고 실험적인 SF동화판타지라는 장르를 설득력 있게 구현한 백사혜의 글쓰기에 대해, 전청림 평론가는 연작의 정밀한 구성과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잔혹한 상상력, 신념을 밀고 나가는 서사적 용기를 작품의 강점으로 꼽았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구축한 이 낯선 우주는, 결국 우리 세계의 거울처럼 독자 앞에 펼쳐진다.
“별과 사랑. 마땅히 있는 것만 같고, 닿을 수도 있을.
그러나 아득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만 여겨지는 두 가지의 빛.”
_전청림(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비대해진 권력에 가려진 우주 속, 서로를 발견한 꽃잎들은 어떻게 죽어가는가
친숙함과 새로움을 훌륭히 버무려 만든 세계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서 있는 세계
먼 미래, 극단으로 치달은 자본주의로 인해 지구의 재벌들은 영주라는 계급으로 불리게 됐다. 국가의 개념은 사라지고 지구는 각 영주의 소유지로 나뉘었다. 영주의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한 과학기술은 범인의 이해를 초월할 정도로 신비로워 마법처럼 보일 때도 있다. 신의 자리를 넘보기 시작한 영주들은 인간을 인위적으로 개조하거나 진화시키며 절대적인 권력을 향유한다.
그들의 욕망은 지구 밖으로 뻗친다. 막대한 영주의 투자금으로 우주 행성 이곳저곳에 파견된 개척단은 2131년, 테라포밍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와 함께 외지구에서 그들만의 문명을 세운 개척단원들은 영주가 군림하는 지구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분노한 영주들은 외지구에 정착한 개척단을 향해 전쟁을 선포한다.
연작소설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는 이 우주 전쟁의 발단에서 결말까지를 여섯 편의 중단편을 통해 치밀하게 그려낸다. 한때 같은 종족이었던 외지구인을 배척하고 차별하며 영주들은 용병을 모집해 우주로 보낸다. 지구에 남은 인간들은 영주가 편집한 정보만을 접하며 올림픽처럼 중계되는 우주 전쟁의 승패에만 몰두한다. 전쟁의 비인간성이 흐려진 세계에서 가지지 못한 자는 모두 가진 자의 탐욕을 위한 제물이 된다.
그리고 이 거대한 권력이 보지 못한 그림자 속에서, 서로를 발견한 마른 꽃잎 같은 인물들이 각자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소멸해 간다. 그 “눈부신 선명함”(408쪽)에는 지금 이 세계를 바라보는 젊은 작가 백사혜의 직관이 오롯이 녹아 있다.
“이 작품의 어떤 인물도 자신이 선택한 결과의 무게를 온전히 감내한다.
쉽게 그들을 동정하거나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만드는 이런 엄정한 태도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_하지은(소설가, 「추천의 말」 중에서)
어떻게 누군가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세계를 바꿀 결심을 하는가
마지막까지 미래를 바라보려는 작가, 백사혜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는 2024년 12월 초고가 완성되었고 2025년 4월 개작을 마쳤다. 대한민국의 사회 질서가 무너졌다가 다시 구축되는 시기에 묶인 이 도서에는 거대 권력에 의해 지배되던 우주가 전쟁과 반란을 겪으며 해체되고 다시 통합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백사혜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라는 사실을 땔감 삼아 자신의 생을 불태운다. 발로 땅을 디딘 자들이 생명을 진정으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존중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자기 생의 한계를 가늠할 수 있어야지만 다른 존재의 고통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런 그들은 세계의 구성원인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우고자 한다. 전청림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이 짙은 사랑의 농도가 소설을 움직이는 가장 강렬한 맥박이다”라고 평했다. “자신이 속한 세계마저도 무너뜨리는 결심으로 응결되는 사랑은 이 소설집 내내 주된 서사적 메타포로 등장”(414쪽)하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과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선명하고 손에 닿을 듯 구체적인” 우주를 차곡차곡 쌓은 세계 속에 “항상 끔찍하고 극히 드물게 반짝이는 다면체로 설득력 있게 조형”한(김초엽) 인간을 촘촘하게 배치한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는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할 것이다.
해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작가의 글은 단순하다. 화려한 사변 없이 단어를 쏟고, 길지 않은 지점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그러고는 많은 사람을 홀린다. 직관을 찌를 줄 안다는 소리다. 곧장 본론에 진입해 핵심을 들추는 명석함. 곧은 호흡으로 전진해 저릿하게 마음을 만지는 언어. 백사혜의 소설에서 당신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토록 눈부신 선명함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안다. 코가 긴 인형이 나오는 동화, 다리가 물고기인 여인의 노래, 주석잔 안에서 찰랑거리는 신화 속 달콤한 포도주,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로맨스. 기괴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원초적 욕망에 마음이 동해버린 주인공은 어리석어 보이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세상에 응한다. 물론 고난도 있다. 브로치에 달린 옷핀으로 눈을 찌르거나 귓구멍에 뜨거운 양초를 부어버리고, 가죽 샌들을 신은 발목의 인대가 끊어지기도 한다. 찢어진 옷, 조각난 뼈. 살점이 파이고 번민에 잠긴다. 어쨌거나 이 이야기들의 명성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도출해 냈다. 한 인간의 사연은 자연의 냉정함과 은총의 강인함을 종합해 보편적인 탐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숙적과 맞서고 애인에게 깊이 반하는 영웅. 깡통을 두른 채 성벽에 돌진하는 바보. 삶의 모양은 다르지만 이들은 각자의 나름으로 긴 서사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뿐인가. 우리는 때로 부랑자, 악인, 약골의 사연까지 시간을 들여 열심히 읽곤 한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너그러움’이라는 본질을 보여준다. 각자의 삶의 빛줄기를 따르는 인물들에게 비교우위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력히 드러내고, 운명에 적응하는 한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