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 책은 몸을 향한 모든 편견을 부서뜨린다.”
★★★정여울(작가), 정혜윤(CBS PD) 강력 추천!★★★
《한겨레》 화제의 연재, 단행본으로 전격 출간
이 책으로 인해 우리 몸은 새로 태어날 것이다!
인간의 탄생부터 성형, 타투, 거식증, 섹스, 죽음까지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생을 향한 질문들
몸은 그냥 ‘태어나지’ 않는다. 사회적 시선, 담론, 말뭉치에 따라 정교하게 ‘만들어진다’. 모두가 빛나고 탄력 있는 피부와 ‘동안 얼굴’을 위해 노력하며, 남보다 늦게 늙는 저속 노화를 추구하고, ‘나이를 정통으로 맞은’ 이는 자기관리에 실패했다고 안쓰러워한다. 쌍꺼풀 수술, 치아 교정은 10대들의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고, 시술, 성형, 다이어트, 헬스 등 몸 가꾸기는 자기계발의 일부로 취급된다. 정교하고 매끈하고 하얀 몸을 가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유는 이러한 몸이 인생의 많은 관문을 손쉽게 통과하게 돕고, 보다 안전한 장소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보기 좋은 몸을 가졌을 때 얻는 이득이 스스로를 압박하며 얻는 고통보다 큰 것이다.
이 책은 인류의 몸이 언제부터 강력한 물적 자본으로 부상했는지 살펴보고, 사회적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얼굴, 성형, 살집, 머리카락, 섹스와 출산, 피부, 허기와 식인(카니발리즘), 죽음, 부활 등 인간의 몸 이야기에는 인류가 겪은 억압과 권력, 극복의 서사가 모두 담겨 있다. 독자들은 몸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과 교묘한 협상, 폭력적인 착취들을 들여다봄으로써 인류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들을 이해하고, 오늘날 다층적인 사회상과 얽히고설킨 문제의식들을 공유할 것이다.
가장 친밀한 전쟁터, 인류의 신체에
오롯이 새겨진 억압과 가능성의 역사
한국인의 신체에는 한반도의 근대사가 응축되어 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이후 서구를 본받아야 한다고 믿은 1920~1930년대부터, 몸 만들기가 일종의 투자이자 자기계발의 상징이 된 신자유주의 시대, ‘섹스돌’을 ‘로켓배송’ 받아 질감에 대한 품평을 늘어놓고 딥페이크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혼종의 ‘미인’들을 만들어내는 오늘날 포르노의 일상화까지, ‘얼평’ ‘몸평’의 변화상을 통해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읽는다.
예컨대 〈머리카락_한 올에는 자본이, 다른 한 올에는 권력이〉에서는 머리카락으로 한반도의 억압받은 역사와 저항의 기록을 살펴본다. 1895년 성인 남성의 상투를 자르라고 명했던 단발령에서는 강제적 근대화로 유교적 전통과 자존심을 훼손당한 민족의 한을, 1920년대 신여성들의 단발머리 유행에서는 여성 해방에 대한 열망과 사회적 저항, 그리고 이를 저지하려는 가부장제 남성성의 대결을 본다. 또 1960년대 박정희 정권 당시 여성 노동자의 노동력뿐 아니라 머리카락까지 알뜰하게 착취한 기록을 통해 독재와 빈곤 시대의 여성 머리털을 둘러싼 잔혹한 근대화 과정을 살핀다. 이 외에도 제도에 대한 저항과 자유를 상징하던 1970년대 남성 장발 단속, 정치적 기울기에 따라 규제와 자율화 사이를 오가던 1980~2000년대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두발 자유화 논란, 페미니스트와 탈코르셋의 상징이 된 여성의 쇼트커트에 대한 비난, 쇼트커트가 동성애를 주장한다며 두발을 규제한 학교의 이야기 등 머리카락 한 올에 우리가 맞서 싸우고 저항하고 순종하고 받아들이며 이루어낸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저자는 이 역사를 들여다보며 “두발은 과연 어떠해야 ‘정상’인가?”를 묻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이라는 신전을 짓는 건축가”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 몸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고, 언제든 자신이 바라는 쪽으로 몸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 이 책은 우리가 몸을 향한 보이지 않던 수많은 억압을 가려내고, 그것들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폐해를 주는지, 우리로부터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알아차리도록 돕는다. 또한 우리의 몸이 어디로 향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질문을 던짐으로써 내가 내 몸으로 살게 할 소중한 해답을 스스로 얻게 만든다.
신체가 사라지면 우리는 어떤 세계로 향할까?
몸은 존재함으로써 말하고, 존재가 소멸되면서 말한다!
몸은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또 존재를 소멸시킴으로써 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단식’이다. 먹는 행위에는 에로티시즘과 쾌락이 뒤섞여 있다. 어떤 이들은 곡기를 끊음으로써 자신의 몸을 정화하고 스스로를 통제한다. 특히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여성 종교인들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강제 결혼이나 강간 등 억압과 위험에 맞서는 수단으로 단식을 선택했다. 또 1900년대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 일제강점기 한반도의 독립운동가들, 독재정권에 대항한 한국 정치인 김영삼과 김대중,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유가족의 단식 투쟁은 굶주림으로써 사회와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능동적인 몸부림이었다.
어떤 신체는 파괴되고 사라져도 애도받지 못한다. 대규모 폭력이나 재난, 재해, 전쟁에서 희생자는 집계 자체가 논란이고 발표조차 ‘정치적’이라고 간주된다. 정치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특정 정치 체제에서 누가 살고 누가 죽는지 숫자를 해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몸이 애도할 만한지, 어떤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라진 몸들은 살아 있는 몸들에게 ‘생명’과 ‘기억’과 ‘애도’에 대해, ‘인간다움’에 대해 묻는다. 살아 있는 우리가 죽은 그들이 던진 질문들에 대답하려 노력하고 기억하려 애쓴다면 우리의 몸은 좀 더 자유로운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