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여덟 살, 세 번째 살인, 순수한 연쇄살인범의 탄생 평화로운 소풍 날, 한 아이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단서는 아이의 이마와 손등에 남은 반달 모양의 멍 자국뿐.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의 끈을 쥐고 있는 건 사랑스러운 여덟 살 소녀 ‘로다’이다. 그리고 딸의 주변에서 번지는 죽음의 그림자를 거두려는 엄마의 애정이, 한 평범한 가족의 피의 계보를 끄집어낸다. 피할 수 없는 진실 앞에서 점점 완벽하게 완성되어 가는 살인극. 여덟 살, 세 번째 살인, 그리고 순수한 연쇄살인범의 탄생이다. 《배드 시드, 순수한 연쇄살인범의 탄생》은 1954년 출간되었을 당시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의 찬사를 받았고, 백만 부 이상 팔린 작품이다. 또한《뉴요커New Yorker》지에서 그해‘최고의 소설’로 꼽힌 데 이어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 올려지고, 할리우드에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성공을 거두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로다는 요즘으로 보면 사이코패스의 전형이라고 할 만한 특징을 보인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얼굴 뒤로 악마 같은 본성을 감춘 로다의 캐릭터는 이후 무수한 작품의 모델이자 원형이 되었다. 레건(<엑소시스트The Exorcist>), 데미안(<오멘The Omen>), 에스더(<오펀:천사의 비밀Orphan>) 등은 이러한 악마적 순수함이 공존하는 로다의 캐릭터를 변용한, 영화 속 캐릭터들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스릴러 작가 스티븐 킹은 2009년《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소설 속 최고의 악당 10인’을 선정하며, 그 가운데 이 작품의 주인공 로다를 5위로 꼽았다.‘진정한 사악함을 맛보려면 윌리엄 마치의 원작소설을 찾아 읽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이 작품을 통해 무수한 장르의 원형이 된 고전 스릴러의 걸작을 국내 초역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내 딸이 사이코패스라면? 최근 우리 사회에도 도저히 인간의 이중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하고 있다. 무고한 사람들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들에게서 후회의 감정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단지 더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해 아쉬워할 뿐이고, 잡히지 않았다면 살인극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인 범죄 동기나 요인, 죄책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을 우리는‘사이코패스’라 부른다. 이들의 범죄 행각이 드러날 때마다 국가적 공분 여론이 형성되고, 이는 다시 사형제 존폐에 대한 논의로까지 나아간다. 그리고,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을 두고 유전적 성향과 환경적 영향이라는 두 가지 주장이 논쟁적으로 맞서고 있다. 과연 살인자는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살인자로 태어나는가? 《배드 시드, 순수한 연쇄살인범의 탄생》의 이러한 문제 제기는 작품이 처음 발표된 1950년대 당시 독자들에게 큰 충격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시대를 뛰어넘어 사이코패스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이 책은 다시금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과 충격을 남기며,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제공할 것이다. 장르의 원형이 된 고전 스릴러의 걸작 《배드 시드, 순수한 연쇄살인범의 탄생》은 남성 작가의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성의 내밀하고 구체적인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내레이션 기법을 통해 인물의 다층적인 심리를 드러내는 부분은 프로이트와 카를 융 그리고 알프레드 아들러를 탐독했다는 작가의 연구적 성과를 엿보이게 한다.‘범죄’라는 충격적 소재를 통해 작가가 들여다보는 인간의 심연에 대한 분석은 독자들에게 낯선 공포를 선사한다. 이 작품은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을 만큼 각 인물의 개성이나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작가에 의해 치밀하게 계산된 인물 간의 관계와 공간 설정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한순간도 망설임 없이는 책장을 넘길 수 없게 한다. 이 때문에《배드 시드, 순수한 연쇄살인범의 탄생》은 출간되자마자 독자들과 평론가들 모두에게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1954년, 당시의 평론에서 발췌한 다음의 비평들은 긴장과 공포를 끌고 가는 작가의 능력과 충격적 소재에 대한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