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영화? 까짓 거 만들면 그만 아닌가?
영화? 그게 뭐가 그리 어렵겠는가?
아침이 밝아 오고, 감독은 묵묵히 샤워를 한 후
상기된 표정으로 집을 나선다.
첫 촬영 후, 감독의 상기된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얘진다.
콜 사인도 못 주고 버벅대다 볼품없는 모습으로 퇴장….
꿈 많고 대책 없는 초짜 감독,
그에게 필요한 것=레알real
▶ 성인 배우 출연료는 얼마나 드려야 하나요?
▶ 오케이인지 엔지인지 판단이 안 되면 어떻게 하죠?
▶ 야외에서 조명 전기는 어떻게 구해요?
“나도 영화 한 편 찍고 싶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꾸듯 내뱉는 말이다. 디지털 세대들에게 이제 더 이상 영화 만들기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하지만 십 대는 어리다. 당연히 돈도 없고, 입시 위주의 한국 사회에서는 시간도 없다. 그래도 꿈으로 한 발 다가서 보려고 시중에 나와 있는 영화 관련 서적들을 샅샅이 뒤져 보지만 십 대들이 처한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책들이 성인 감독 지망생을 위해 쓰인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영화 찍자』는 청소년 감독 지망생들을 위한 맞춤형 영화 제작 매뉴얼이다. 15년 경력의 공립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3편의 장편영화가 모두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받은 바 있는 저자가 청소년 감독들의 현실에 발을 딛고 그들이 영화를 만들 때 꼭 알아야 할 130가지 지침을 알차게 풀어냈다. 그런데 첫 번째 지침이란 것이 좀 이상하다. ‘영화, 웬만하면 만들지 마라?’
* ‘기술’보다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청소년을 위한 영화 만들기 매뉴얼
영화를 만드는 것은 영화를 만들어 보지 않은 당신의 짐작보다 천 배는 어려운 일이다. 처음 생각한 기발한 아이템은 비슷한 영화의 이름을 대는 친구의 말에 만신창이가 될 테고, 시나리오를 쓰다가 뇌가 다 녹아 없어지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할 테고, 당신이 찾는 이미지의 배우는 할리우드나 충무로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테고, 원하는 장면을 찍으려면 이상한 장비와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는 것에 까무러치게 놀랄 테고, 처음엔 순순히 촬영 장소를 빌려 주던 카페 주인은 촬영이 시작되자 갈수록 험악해질 테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자꾸 카메라를 쳐다볼 테고, ‘액션’을 외치면 꼭 옆집 개가 짖을 테고, 배우는 엄청난 기다림과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스태프들에게 화가 나 어느 날 아침 연기처럼 증발할 테고, 갑자기 장비가 고장 나 모든 일정이 뒤로 미뤄질 테고, 촬영감독 동기는 짜증을 내며 콘티를 집어던질 테고, 충성을 다하던 후배 조감독은 결국 벽에 기대 울어 버릴 테고, 당신은 많은 것을 포기했음에도 마치 승리한 것처럼 위장하며 촬영을 마쳐야 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편집하다 보니 컷들이 붙지 않을 테고, 하나밖에 없는 오케이 컷 안에 떡하니 삼각대 가방이 놓여 있을 테고, 편집 과정에서 컴퓨터가 자꾸 다운되어 컴퓨터를 부수기 일보 직전까지 갈 테고, 많이들 그러듯이 실제로 부술지도 모르고, 우여곡절 끝에 편집을 마쳤는데 첫 상영회 날 영사기 영상 출력 속도가 밀려 소리와 영상이 따로 놀 테고, 아니면 사운드 출력이 모노로 잘못 세팅되어 중간중간 대사가 들리지 않을 테고, 천신만고 끝에 상영이 잘 끝났다 했더니 친구들이 “재미있다!”, “끝내준다!”란 말 대신 “고생했다.”라고 말하며 어깨를 두드릴 테고, 희망을 가지고 출품한 청소년 영화제에선 내내 아무 연락이 없다가 당신과 당신 작품 없이 영화제를 할 테니 보러 오라는 메일을 보내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당신은 어느 날 자신의 온몸을 관통했던 그 찌릿찌릿한 전기를 저주할지도 모른다. ― 본문 12~13쪽 중에서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본 감독들의 ‘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위험한’ 초짜 청소년 감독.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전 경험[레알real]’이다. 경험으로 얻은 상황 대처 능력 없이는 종합 예술인 영화의 속성상 수많은 사람들과 온갖 변수들 속을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험이 없기에 ‘초짜’ 아닌가. 그래서 저자는 답으로 ‘기본’을 제시한다. 시나리오-콘티-촬영-편집-상영까지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청소년 감독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들(실제로 범했던 실수들)을 한 발 앞서 공개한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들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세상이 무너져도 지켜야 할 기본에 대해 거듭 강조한다.
* 영화는 우리를 자라게 한다: 굶고, 졸고, 뛰면서 만드는 나의 첫 영화
초짜라서, 그것도 나이 어리고 경험 없고 돈 없는 초짜라서 더더욱 쉽지 않은 영화 만들기. 그런데 쉽지 않은 건 영화를 만들어 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험난한 시나리오 작업과 괴로운 콘티 작업, 막막한 촬영 준비를 넘어 지옥 같은 촬영 현장을 지나, 멘탈이 붕괴되는 편집까지 무사히 마치고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가슴 벅참을 누려 보았는데도, 청소년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영화를 왜 찍겠다고 했을까.” 그러면 모두 왜 그토록 힘든 영화 만들기에 뛰어들까? 저자의 답은 이렇다. ‘내가 다시 그 어려운 ‘영화 만들기’를 또 해보고 싶은 이유는, 영화가 나를 ‘자라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들며 경험하는 숱한 감정들과 고민들, 심적 고통, 노력, 다른 사람과의 소통,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은 욕망, 때때로 엄습하는 좌절과 쓰라림, 그것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몸부림……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자라게 한다. 나를 더 커지게 한다.’ 너무 정직한 대답이라고?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기를 권한다. 이 책에 담긴 생생한 고통의 세계가 당신을 카메라 앞으로 유혹할 것이다.
마음이 급해 벌써 카메라 앞에 섰다면, 정말 간곡하게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시리즈 ★
『학교에서 영화 찍자』는 다른출판사의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시리즈의 2권으로 출간되었다. 청소년들과 가까이 생활하는 저자들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 있는 ‘실전형 예술 교과서’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직업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을 전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시리즈다. 첫 권인 『학교에서 연극하자』는 교사와 사서들에게 ‘생생한 경험이 녹아 있는 친절한 연극 책’으로 환영받았다. 2권 ‘영화’에 이어, 3권 ‘애니메이션’이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