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소설로 탄생하다!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 마이클 코널리, 리 차일드……
17명의 작가가 호퍼의 그림 17점에서 포착한 반짝이는 이야기들
★ 2017 에드거상 수상작 「자동판매기 식당의 가을」 수록 ★
이야기를 읽으며 기쁨을 얻는 사람이건,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쁨을 얻는 사람이건,
우리는 어느 순간 에드워드 호퍼의 팬이 되고 만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현대 미국인의 삶과 고독, 상실감을 탁월하게 그려내 전 세계적으로 열렬한 환호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작가와 독서가들이 호퍼를 유독 사랑하고 그의 그림에 매료되곤 하는데, 그것은 아마 호퍼의 그림이 일상의 한순간을, 어떤 이야기든 탄생할 수 있는 어느 찰나의 순간을 화폭에 담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호퍼의 그림을 소설로 쓰는 것. 콘셉트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이 프로젝트는 로런스 블록의 주도로 성사되었다. 미국 추리작가협회 최우수 작품상을 다섯 차례 수상하고 그랜드 마스터상, 그 외 다수의 상을 받은 거장 로런스 블록은 이 책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후 함께하고 싶은 작가들의 명단을 만들었고, 거의 대부분이 그 초대에 응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조이스 캐럴 오츠, ‘잭 리처 시리즈’의 리 차일드, 『본 콜렉터』의 제프리 디버, ‘해리 보슈 형사 시리즈’를 쓴 마이클 코널리, 퓰리처상 수상 작가 로버트 올렌 버틀러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은 각자 한 점씩 호퍼의 작품을 선택한 후 그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단편소설을 써내려갔다. 그 결과 스릴러, 드라마, 범죄, 미스터리, 환상문학 등 작가들의 면면만큼이나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이 모였고, 그 17편의 소설이 바로 이 작품집 『빛 혹은 그림자』로 탄생했다. 책에는 각 소설에 해당하는 호퍼의 그림이 컬러 도판으로 수록되어 있다.
17편의 소설의 단 두 가지 공통분모.
작가들 개개인의 걸출함, 그리고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
『빛 혹은 그림자』를 기획하고 이 책에 참여할 작가들을 섭외할 때 로런스 블록은 ‘에드워드 호퍼’라는 단 한 가지 조건만을 제시했다. 주제도 장르도 제한하지 않았고, 오직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만을 요구했다. 그 결과 이 책에는 다른 어떤 앤솔로지보다 더 다양한 내용과 장르의 단편들이 실리게 되었다. 작가들이 호퍼의 그림을 활용하는 방식도 다양해, 로런스 블록이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어떤 이야기는 작가가 선택한 그림과 맞아떨어져 캔버스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것만 같다. 또 어떤 이야기는 그림이 어떤 식으로든 계기가 되어, 캔버스에 모호한 각도로 맞고 튀어나온다”.
몇몇 작가들은 호퍼의 작품을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내용으로 활용한다. 이때 호퍼의 그림은 작가의 단편 전체를 표현하거나, 혹은 이야기 속 한 장면을 그려낸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호퍼의 1926년 작 <오전 열한시>를 선택해 ‘누드’인 채로 창가에 앉아 오전 열한시가 되기를 기다리는 여자와 여자가 기다리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들의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다(「창가의 여자」). 조 R. 랜스데일은 1939년 작 <뉴욕 영화>를 어느 영사기사의 삶에 끼어든 폭력배들과 그들에 대한 대항,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영사기사의 어린 시절을 짚어나가는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활용한다(「영사기사」).
호퍼의 작품 그 자체를 작품에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탄생시킨 작가들도 있다. 과거 해리 보슈 시리즈의 첫 편을 집필하던 중 호퍼의 <밤을 새우는 사람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소설 말미에 그림을 수록한 바 있는 마이클 코널리는 이 책에도 역시 해리 보슈가 등장하는 단편을 썼다. 그림과 제목이 같은 이 단편에서 초보 사설탐정인 보슈는 고객의 의뢰를 받고 시카고 미술관의 <밤을 새우는 사람들> 앞에서 그 그림을 감상하는 여자를 감시하게 된다. 제프리 디버는 냉전 시대 소련에서 무기 개발에 협조하던 독일의 과학자에게 호퍼의 그림 <선로 옆 호텔>을 담은 엽서 한 장이 어떤 중대한 역할을 하는지를 이야기한다(「11월 10일의 사건」).
이 책에 실린 단편 중 가장 짧지만 가장 강렬한 작품은 바로 스티븐 킹의 단편일 것이다. 공포소설부터 추리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스티븐 킹은 호퍼의 1932년 작 <뉴욕의 방>을 선택해 대공황 시기를 사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벽장이 있는 방에서 신문을 읽는 남편과 피아노 앞에 앉은 부인은 언뜻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지만 그 뒤엔 예상치 못한 비틀림이 존재한다(「음악의 방」). 처음 이 단편집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스티븐 킹은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만에 하나 단편을 쓰게 된다면 자신의 집에 복제품을 걸어놓은 <뉴욕의 방>에 관해 쓰겠다며 그림을 골라두었고, 결국 호퍼에 대한 애정으로 「음악의 방」을 완성시켰다.
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한 로런스 블록이 쓴 「자동판매기 식당의 가을」에도 허를 찌르는 반전이 등장한다. 호퍼의 1927년 작 <자동판매기 식당>에서 영감을 받은 이 단편은 20세기 초 자동판매기로 음식을 판매하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은 독자에게 잘 쓰인 단편을 읽는 재미와 쾌감을 선사한다. 로런스 블록의 이 단편은 2017년 에드거상(최고 단편 부문)을 수상했다.
한편 휘트니 뮤지엄 큐레이터로 일하며 호퍼에 대한 여러 저서를 집필해 에드워드 호퍼 권위자로 알려진 게일 레빈이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소설을 발표한 점 역시 눈에 띈다. 호퍼의 삶과 그림에 매달려온 연구자로서 레빈은 단편 「목사의 소장품」에서 호퍼의 그림 다수를 소장한 실존 인물인 샌번 목사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목사가 호퍼의 그림을 소장하게 된 경위는 여전히 미심쩍은 점이 많은데, 레빈은 그 의혹을 샌번 목사가 1인칭으로 등장하는 소설로 써내려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절대적으로 뛰어나다.
콘셉트가 매력적이며 모든 단편이 최상급이다.”_USA 투데이
예술가 남편을 미행한 아내의 일탈 혹은 새로운 삶의 시작(「누드 쇼」), 신을 믿지 않지만 종교인으로 살아온 목사(「직업인의 자세」), 자신의 아파트 창문으로 건너편 아파트의 여성 입주자들을 관찰하는 남자(「밤의 창문」), 다음날 자살을 예고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여자(「햇빛 속의 여인」)……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17편의 단편은 그 자체만으로도 “절대적으로 뛰어나며 최상급”이다. 호퍼의 그림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 속 어느 한 장면을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낯선 모습으로 그려낸 것처럼, 이 책에 실린 단편들도 때로는 익숙하게 때로는 낯설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호퍼 그림이 그려진 20세기 초중반의 사회상, 특히 여성의 삶이나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캐럴라인 이야기」 「밤의 사무실」 「정물화 1931」), 실제와 환상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은 채 몽환적이면서도 섬뜩한 분위기를 그려내거나, 마술적 리얼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도 수록되어 있다(「푸른 저녁」 「바닷가 방」).
로런스 블록은 서문에서 호퍼의 그림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그 그림들 속에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음을―강렬하고도 거부할 수 없는 방식으로―암시할 뿐”이라고. 어쩌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호퍼의 그림이 더욱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호퍼가 형체와 색, 특히 빛과 어둠을 그리는 데 전념했기에, 소설가들은 그의 그림에서 빛과 그림자를 지닌 삶을, 그리고 강렬한 이야기를 거부할 수 없이
Carol
Readlist
내 존잘님들 글이 너무너무 읽고 싶지만.. 에드워드 호퍼가 평생에 걸쳐 아내를 학대한 놈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쉬이 손이 가질 않는다....
헌책방 독서단
3.5
★★★★ 좋아하던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들이기에 기대되었는데, 읽고 나니 풍경화 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 두 편이 좋았다. 풍경화는 작가의 상상력에 덜 제한적이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로 유명 화가의 그림으로 소설을 써야 했던 작가들의 부담감도 느껴졌다. - - - ★★★★ 호퍼가 살아 숨쉬었던 시대의 풍경과 그 안에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단편적이겠지만) 상상하며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는 즐거운 독서였다. - - - ★★★☆ 호퍼가 우리에게 여전히 스타인 이유는 호퍼의 그림은 우리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내기 때문이다. 설령 그 결과물이 아주 도식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도식적인 세계에 도달하기 까지의 여정을 상상하는 것도 또 다른 여흥일 수 있지 않을까. - - - ★★★☆ 기대와 다른 점이 있긴 했지만 정지화면이었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영상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하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여럿이었다. 장르적 특성 탓에 엇비슷한 전개가 많아 식상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으나 한 편 한 편은 꽤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몇몇 맛없고 인기 없는 과자가 끼어 있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단편집이었다. - - - ★★★☆ 각기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라지만 서로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흥미로웠다. 그림의 도상만을 쫓기 보단 호퍼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품으려 하는 작품이 적어 아쉬웠다. - - - ★★★☆ 상상력을 자극하는 호퍼의 그림과 저 너머의 것을 상상한 각자의 결과물을 들여다보는 즐거움. 장르소설가 위주로 국한된 것이 조금은 아쉬운 부분. - - - 참가자 : 노희승, 선인, 신샛별, 신지호, 허밍, CtrlZ
글월
3.0
가장 좋았던 작품은 니컬러스 크리스토퍼의 「바닷가 방」이었다. Rooms by the sea라는 호퍼의 작품에 영감 받은 단편인데, 호퍼의 그림이 자아내는 묘하고 신비로운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호퍼의 작품만큼이나 열려있고 완결되지 않는 느낌을 주는데, 저 방문 넘어 담겨있을 기묘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만 같다.
MJ
5.0
소설가 로렌스 블럭은 지금 이렇게 편집과 기획으로 대활약중이다.
검은여우
3.0
17 미술 작품에 대한 17편의 단편. 예술은 이렇게도 연결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설의 내용은 쉽지 않았다.
장태환
4.0
호퍼는 서로 입을 열지 않고 눈만 굴려가며 서로에게 무관심한척, 혹은 정말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미국의 암울한 시대를 사진 찍 듯 셔터 대신 물감 묻힌 붓으로 프레임 속에 담아낸 사람이었다. 어떤 이는 사무실 창가에서 얼마 느끼지 못할 햇빛에 잠시나마 노곤함을 느끼고 있고 또 어떤 이는 밤새 해내야할 서류 작업들을 잠시 손에서 놓고, 주리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직 남은 긴 새벽 시간을 견딜 정도로 배부르진 않기에 가로등처럼 거리 한 구석을 밝히는 야간 식당에 앉아있다. 호퍼의 그림은 이처럼 순간순간의 장면에 그만의 셔터를 눌러 캔버스에 가뒀다. 각 사람마다의 이야기들이 얌전하게 앉아있게 만들었다. 보는 이들이 그 장면에 얽힌 이야기가 뭔지 상상해내게 하였다. 이야기 없는 현실의 순간은 없다. 모든 장면과 순간엔 그것들을 포함하는 흘러가는 이야기가 있다. 호퍼는 그걸 직접 말하기보다 감상하는 이들이 직접 상상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호퍼가 담아낸 순간 속에 앉아있는 이야기를 프레임 밖으로 끌어낸, 호퍼를 사랑하는 작가들의 필담 모음집이다. 그의 그림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 그들의 머리 속으로 걸어들어온 그들만의 '호퍼의 그림 속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 말로 할 수 없기에 나온 필담인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그림 속에서 나오려고하는 이야기들이다 라고 말할 순 없다. 각자에겐 각자 다른 이야기가 찾아오니까. 이 책은 이야기를 말하는게 아니라 우리에게 '당신들에겐 어떤 이야기가 전달되었나요'라고 묻는 것이다.
서재의
4.0
호퍼의 그림은 늘 찬찬히 보게 된다. 정적이고 차분해 보이는 장면 뒤에 아직 세상에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 듯하다. 인물들은 그 표정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각자 말 못할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풍경화에 묘사된 햇빛이나 그림자마저도 일상적이거나 우연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이 포착되기까지의 길고긴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다. 그림이 담고 있는 시대상과 서정성에 비해 대부분의 작품이 미스테리나 범죄물 등 장르소설로 이루어진 건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취향에 맞아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들의 상상력에 놀랐던 건 11월 10의 사건과 영사기사.
KiHunShin
3.5
밤을새우는사람들(1942) 덕분에 애드워드 호퍼를 알게됐다면, 이 책을 보고나서 좋아진 것은 뉴욕영화(1939)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며 스토리텔링을 상상해본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겨 책을 출판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비록 그것이 감상자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흥미로운 시도다.) 다만 그림에 대한 작가들의 이야기들이 공감이 다소 안되는 점은 조금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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