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한 도시를 여행하면 그 거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긴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공항을 벗어나 그곳의 거리를 마주하고 안도감을 느낄 때, 우리는 그곳을 ‘수집’했다고 느낀다. 그림 그리는 작가 이희은(heeeunlee)은 그 마음으로 도시를 수집한다. 첫 번째 교토 수집을 마칠 즈음 작가는 다짐했다. “교토의 가게들을 그리고 싶다. 이것들을 엽서로 만들어 다시 교토에 와서 가게마다 주고 오자.” 그래서 어느 가게를 나서건 마지막에는 “또 오겠습니다”라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다시 또 오자, 또 다른 재밌는 일로 두 번째 인사를 나누자’라는 스스로에게 전하는 약속이기도 했다. 두 번째 교토 수집은 첫 여정 이후 작가가 약속한 작은 교류를 촘촘히 이뤄가는 시간이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교토와 작가를 연결해주었고, 그 여정을 담은 이야기가 이 책 『교토 수집』으로 세상에 나왔다. 첫 번째는 말없는 목례로 가게를 나섰지만, 두 번째는 ‘또 오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그 약속을 지키는 여행이 될 것이다.
어느 곳에서나 동네 구경은 재밌습니다. 관광객의 소란스러움이 미치지 않는 동네를 걷노라면 문득 집 앞에 잠깐 나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 거리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취재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비록 풍경을 사진에 담는 것뿐이지만, 각자의 이야기에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는 장면에는 일부러 연출해서는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지구 곳곳에 내가 알지 못하는 이런 ‘장소’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조급함.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떠납니다.
내가 태어나 자라지 않은 곳에서 느끼는 이질감, 어느 순간 그곳에 젖어들 때의 편안함. 저는 그런 발견을 기록해 수집하고 싶습니다. 낯선 장소를 ‘내 모습으로 편하게 있을 수 있는 동네’로 만들고 싶은 마음. 저의 ‘도시 수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교토를 수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적어도 2주 정도는 머무를 수 있는 도시, 크게 마음을 다잡지 않아도 떠나기 좋은 가까운 거리가 이유였을 겁니다. 그저 일 년에 한 번쯤은 어디든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는 발상에서 시작된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달력에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의 달과 날짜를 적당히 골랐습니다. 초여름에 떠나기로 계획하고 그로부터 넉 달을 기다려 교토의 가을을 맞이했습니다. 새로운 도시를 향한 기대감, 그 시간의 간격 속에서 교토는 저의 이상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교토를 다녀왔습니다.
첫 번째 교토 수집을 마칠 즈음, 다이어리 어딘가에 이렇게 썼습니다.
‘교토의 가게들을 그리고 싶다. 이것들을 엽서로 만들어 다시 교토에 와서 가게마다 주고 오자.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즐겁다.’
한 도시를 여행하면 거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깁니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공항을 벗어나 그곳의 거리를 마주하고 안도감을 느낄 때 저는 그곳을 ‘수집’했다고 느낍니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겠죠. 그래서 교토의 가게를 나설 때마다 “또 오겠습니다”라는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다시 또 오자, 또 다른 재밌는 일로 이곳을 찾아와 그들과 두 번째 인사를 나누자.’ 그건 스스로에게 전하는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교토에서의 하루하루는 좋았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제 취향의 공간들을 수도 없이 발견하고 즐거워했습니다. 교토의 좁은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숨어 있는 작은 가게들을 발견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으려는 지나친 노력 없이, 그저 꼿꼿하고 고요하게, 오래도록 같은 자리에서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의 방문을 기다리는 곳. 자신의 일을 대하는 심지 굳은 태도와 주변의 가게와 풍경과 함께 거리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 교토라는 도시가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하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 시간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이 가게가 좋다’ ‘여기 가보면 좋을 것이다’라는 제안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취향은 개인적인 것이어서 제게 좋았던 장소가 모두에게 좋을 수 없을 겁니다. 다만 걷는 속도가 가장 어울리는 교토에서 계획은 조금만, 의도는 다분히, 우연은 적절히 버무려진 시간을 보내며 자신만의 취향으로 가득한 골목 지도를 만들어보기를 바랍니다. 교토라는 도시 곳곳에 뿌려진, 아직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즐거움을 자신의 두 발로 뚜벅뚜벅 천천히 걸으며 찾아보길 소망합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교토와 저를 연결해주었고, 그 여정을 담은 이야기가 이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말없는 목례로 가게를 나섰지만, 두 번째는 또 오겠다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는 그 약속을 지키러 가야겠습니다. 지금 저는 다음 교토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조심스럽게 교토를, 그리고 이 책 『교토 수집』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