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한국 현대시에 관한 책과 논문을 꾸준하게 발표해 온 박현수(경북대) 교수의 <시론>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11년에 예옥 출판사에서 초판이 출간되어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는 박현수 교수의 <시론>은 이번 개정판에서 초판의 미흡했던 부분뿐만 아니라 심상과 수사학 부분에서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반영해 보완하여, 전체적으로 <시론>의 내용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박현수 교수의 <시론>이 지닌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외국의 이론과 논거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우리 문학 환경에 어울리는 독자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전통 철학을 접목한 독창적인 시 이론을 제시하다
보편적으로 문학(시)의 이론적인 논의는 서양에서 만든 개념을 빌려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서양의 기존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우리의 전통 철학 이론들을 접목해 그 한계를 넘어서는 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시의 범주를 나눌 때 한국 철학의 이기론 사상을 적용해 시의 범주를 새롭게 설정하고 있는데, 전통 사상의 맥락에서 유추한 이 개념은 매우 독창적이며 명징한 설득력을 지닌다. 또한 이 책은 기존 이론의 권위와 정통성을 최대한 성실하게 소개하고 있어 독자의 안목과 식견을 확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면서도 지은이의 창조적이고 새로운 관점을 통해 소재의 새로움을 부각시키는데, 이러한 균형 감각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문학적 자산을 적극 활용하다
이 책은 또한 우리의 학문적, 문학적 자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시론사를 ‘단절’이 아닌 지속된 ‘흐름’으로 파악하는 지은이는 이덕무, 신흠, 정약용뿐만 아니라 김기림, 정지용, 신채호, 최재서, 조향, 오세영 등 다양한 시대, 다양한 시인들의 시(론)를 아우르면서 우리의 시 이론을 균형감 있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쟁점이 되고 있는 시론의 핵심 논의들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새로운 합리적 제안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서정성’을 논하다
서정성은 시론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 중의 하나인데, 지은이는 지금까지 많은 주목을 받아왔던 조동일, 김준오의 서정성 이론을 비판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이라는 논의의 한계, 즉 시의 객체에 대한 주체의 일방적이고도 폭력적인 포섭을 ‘독백주의적 서정성’이라 부르면서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서 지은이는 시의 주체와 객체의 동등한 관계를 인정하는 ‘상호주체적 서정성’을 제시하여 지금까지의 좁은 시관(詩觀)을 확장하고 있다.
시와 사회(정치성)를 논하다
지은이는 한 장을 독립적으로 할애하여 근래 우리 문단과 학계에서 논의되는 시(문학)와 정치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학의 정치성을 논하는 글들은 주로 서사문학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고, 시의 정치성에 관해서는 주로 순수와 참여의 틀 안에서 논의되는 경향이 있었다. 지은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적 정치성의 성립에 필요한 요건을 제시하면서, 지금껏 해석이 불완전했던 정지용의 시 「도굴」을 예로 들어 시와 정치성에 관한 논의를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풍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다
이 책에는 각 장마다 이론을 정리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풍부한 관련 문제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것은 독자들과 함께 소통하기 위한 구성으로서, 본문에서 설명한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또 그 내용이 타당한 것인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시를 공부하는 학생 및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이 책에서 다루는 개념들을 주체적이고도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