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 섬은 세상에서 가장 꽃이 만발한 곳이에요!
이보다 아름다운 곳이 또 있을까요?”
프린스에드워드섬에 처음 도착한 날, 매슈가 모는 마차를 타고 초록지붕 집으로 향하던 앤은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초록지붕 집’, ‘빛나는 물의 호수’, ‘연인의 오솔길’, ‘유령의 숲’ 등 앤이 사랑한 아름다운 장소들은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사랑했던 실제 장소들이다. 이 책은 몽고메리와 앤에게 크나큰 영감을 주었던 바로 그 풍경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캐나다 동부 세인트로렌스만 안에 자리 잡은 프린스에드워드섬은 주변의 멋진 바다와 섬 안쪽의 고즈넉한 정취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드는 아름다운 섬이다. 위도가 높아 겨울이 긴 지역이지만, 멕시코 만류가 가까이 밀려오는 여름철이면 바닷물은 해수욕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길게 뻗은 해변이 이리 오라 손짓하며, 희고 붉은 모래 언덕은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람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골짜기까지 바다 내음과 소리를 실어 나르고, 언덕 위로 부드럽게 이어진 산책로와 바다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갈매기, 철썩거리는 파도, 정박한 배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는 앤의 시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몽고메리가 태어난 집은 물론, 생의 절반 이상을 살며 《빨강머리 앤》을 집필한 캐번디시의 옛집과 소설 속 아름다운 장소들을 한 곳씩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앤과 함께 메이플라워를 한 아름 안고 고사리로 뒤덮인 가문비나무 숲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L. M. 몽고메리와 앤 셜리의 삶을 씨줄과 날줄로 엮은
한 폭의 그림 같은 에세이
1908년, 소설 《빨강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초록지붕 집의 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이 책은 출판사와 작가가 모두 깜짝 놀랄 만큼 엄청난 속도로 팔려나갔다. 초판이 출간된 지 1백 년이 넘은 지금도 앤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사랑스러운 소녀 앤 셜리는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어떤 불행 속에서도 교훈을 얻으며 무한한 상상력으로 현실을 헤쳐 나가는데, 앤의 삶은 작가 L. M. 몽고메리의 삶과 닮은꼴이다.
몽고메리는 어린 시절부터 평생 일기를 썼는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일기 중 초기 8년의 기록은 《빨강머리 앤》의 시대적 배경이 되었다. 그녀가 일기에 가장 시적으로 묘사한 대상은 옷이나 친구들, 실내장식, 교실, 구혼자 따위가 아니라 자연 풍경이다. 자연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평범한 일상은 서서히 사라지고 강렬하고 미학적인 문장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다. 석양의 미묘한 색조, 가을의 변화무쌍한 빛깔, 말이 끄는 썰매가 남기고 간 겨울 풍경 등은 몽고메리나 앤의 눈을 통해 새로운 의미로 독자의 가슴에 스며든다. 이 책의 저자는 몽고메리의 일기와 자서전 그리고 소설 속 앤의 말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한 폭의 그림 같은 에세이를 완성했다.
문학사에 길이 남을 고아 앤 셜리!
앤의 내면을 아름답고 강하게 키워낸 풍경 속으로!
L. M. 몽고메리는 앤 셜리를 창조함으로써, 문학사에 길이 남을 고아 한 명을 추가한 셈이다. 제인 에어, 톰 소여, 허클베리 핀은 물론,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와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은 모두 고아다. 이들은 잔인한 어른들이 만든 냉혹한 세상에서 끊임없이 시험에 들었으나 하나같이 성공적으로 역경을 이겨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간다. 그런데 앤이 주변 인물들의 마음을 얻는 방식은 다른 문학작품의 고아들과는 사뭇 다르다.
영국의 황무지나 미국의 미시시피강, 런던의 빈민가 같은 공간적 배경은 앞서 언급한 고아들을 역경으로 내몰기 위해 필요한 설정이었다. 이와 달리 프린스에드워드섬의 자연 환경은 단순한 공간적 배경의 기능을 넘어 앤의 내면을 아름답고 강하게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한 힘으로 작용한다. 앤은 영혼의 자양분이 필요할 때마다 자연을 찾았으며, 아름다움의 의미나 삶의 희망 등을 정의할 때 자연을 본보기로 삼았다. 몽고메리는 에이번리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 소녀의 상상력에 어떻게 불을 지피는지, 또한 그 상상력이 볼품없던 빨강머리 소녀를 어떻게 멋진 숙녀로 키워내는지 보여준다.
방대한 자료와 기록을 바탕으로 쓰여
작가와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실제로 프린스에드워드섬에 머물면서 몽고메리의 자취를 더듬고, 몽고메리의 일기, 자서전, 스크랩북, 《빨강머리 앤》을 비롯한 여러 권의 소설 등 방대한 자료를 망라해 그녀의 삶과 작품을 들여다보았다. 덕분에 독자들은 몽고메리의 복잡미묘한 감정, 글쓰기에 대한 변치 않는 열정, 프린스에드워드섬을 향한 깊은 사랑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1908년본 《빨강머리 앤》에 실린 삽화들, 몽고메리가 직접 찍고 그 위에 색을 입힌 흑백사진, 오늘날의 프린스에드워드섬을 담은 사진 등이 함께 어우러지며 프린스에드워드섬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특히 저자는 자연 풍경을 묘사할 때 몽고메리의 글을 직접 인용함으로써 아름다운 프린스에드워드섬의 정수를 고스란히 책 속에 옮겨놓았다. 몽고메리가 풍경을 묘사한 문장 하나하나는 자연을 매우 잘 알고 자연에서 발견한 모든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각적인 언어로 가득하다. 꽃이며 나무, 바다, 숲속의 고사리 한 포기까지 생생하게 담긴 사진들과 몽고메리가 풍경을 묘사한 문장을 함께 보면서 몽고메리만이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빛과 그림자, 색과 계절, 밤과 낮의 뉘앙스를 음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