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그 쓸데없음을 쓸데없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 임성순이 보내는 지난 세기, 청춘을 허비한 당신을 위한 오마주 누구나 ‘그 때 그런 쓸데없는 짓만 안 했으면 지금 이렇게 살지 않을 텐데…’라는 후회를 가슴에 품고 산다. 하지만 실은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해도 또 다른 ‘뻘짓’을 찾아냈을 거라는 걸. 여기 인생을 내내 그 쓸데없는 짓으로 허비한 한 작가가 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이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얼마나 다양한 짓에 청춘을 시간 낭비했는지를 신나게 이야기한다. 책받침에서 장르소설, 오락실, 음악, PC통신, 컴퓨터게임, 비디오, 동시 상영 영화까지 어쩌면 쓸데없는 데 꽂혀 허비했을지도 모를 귀중한 청춘의 시간들에 대한 소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책은 엄마와 선생님이 먹지 말라 했던 불량식품이나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불법 비디오, 마지막 순간 지워야 했는데 후회할지 모를, 컴퓨터 속 직박구리 히든 폴더에 숨겨진 그 파일 같은 것이다. 그저 한 때 행복했던 30-40대들의 그 시간 낭비를 떠올리게 해 주는 ‘본격 추억팔이 잡문집’이다. 30∼40대들이 오롯이 공유 할 수 있는 정서란? 요즘 ‘레트로’ ‘복고 열풍’ ‘응답하라’ 시리즈 등 1980-90년대의 향수를 담은 드라마, 음악, 게임, 광고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문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늘날 팍팍한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에게는 그 시절 대중문화들이 확실히 촌스럽긴 해도 그만의 매력적인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80년대 경제 호황기,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생각과 사고를 가진 세대가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생존’, ‘살아남기’가 화두였던 그들의 부모세대와, 군사정권 치하에서 ‘민주화’, ‘학생운동’으로 대표되는 소위 386세대와는 달리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대중문화의 ‘소비자’로 자라게 된 첫 세대였다. 어린 시절 TV 만화에 나오던 거대 로봇들은 늘 수영장이나 테니스장, 돔 천장을 가르며 지하 기지에서 출동하였고, “이 건물은 비상시에…”로 시작되는 농담을 오롯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들이었다. 아날로그의 쇠퇴와 디지털의 시작을 함께했고, 이데올로기와 국가 경제가 한 순간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386세대에 가려진 그늘에서 「마징가 제트」에서,「스타크래프트」,「워크맨」등 가슴 뛰게 만들었던 그 ‘쓸데없는 것들’에 청춘을 허비한 이들을 위한 오마주이다. ‘아싸’의 삶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 외향성, 낙관주의, 경쟁, 승리, 성공 등 세상이 바람직하다고 규정한 삶의 방식 속에서 ‘인싸Insider’가 되지 못하고 ‘아싸Outsider’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 작가는 결국 아무리 사소하고 쓸데없는 것이라도 소중하며 오늘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사랑하게 해 주는 원동력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특유의 독특한 문체와 유쾌한 스토리텔링으로 1980-90년대 서브컬처라고 할 수 있는 만화, 게임,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그 당시 대중문화들에 대한 추억을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학창 시절 몰래 돌려보던 일본 만화와 비디오, 오타쿠가 되기 위한 순례여행, 컴퓨터 시대의 개막과 게임, 그리고 숱한 밤을 새우게 했던 PC통신 열풍 등 작가가 열광했던 ‘쓸데없는 것’들을 돌아보면서,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얻고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이들에게도 색다른 호기심과 타임캡슐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