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출간 1년 만에 거장들에 의해 영화로 탄생하는 명예를 누렸다. 하드보일드의 거장 레이먼드 챈들러가 이 작품을 각색하여 시나리오를 쓰고,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연출하여 영화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이 탄생한 것이다. 최근에는 데이빗 핀처 감독이 다시 영화화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하이스미스는 서로가 증오하는 대상을 처치해주는 ‘교환 살인’이라는 소재, 살인 계획이 실행되면서 펼쳐지는 갈등 양상, 인물들 사이의 팽팽한 감정선 등을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게 그려낸다. 동시대 작가들뿐만 아니라 영화인들까지도 그녀의 작품에 빠져드는 이유다.
달리는 열차 속, 우연히 맞은편에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된 두 남자. 브루노는 아버지를 증오하고, 가이는 곧 이혼할 아내가 거슬린다.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자 브루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교환 살인을 제안하고, 그럴듯한 논리에 공포를 느낀 가이는 도망치듯 열차를 빠져나온다. 얼마 후 놀이공원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가이의 아내. 아내의 소식에 가이는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낀다.
아내를 죽인 범인이 브루노임을 알게 된 가이는 이제껏 쌓아 온 명성이 위태로워지고 재혼할 애인과의 관계도 어색해지며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이러한 과정이 독자의 가슴을 옥죄며 치밀하게 그려지고, 이와 동시에 브루노의 사이코패스적 욕망이 방백과 행위를 넘나들며 거침없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