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안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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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초를 다투며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응급의학 전문의로 10년 vs.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동네 개원의로 10년. 조금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페이스 북을 통해 남긴 흩어지는 순간에 대한 기록이자 간헐적 단상을 모은 책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감각적인 문장 그 흔한 기승전결조차 없지만 36.5℃의 따뜻한 체온과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저자 특유의 시니컬함 속에 숨은 위트와 유머러스한 감성이 돋보이는 단짠단짠 에세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는 정현종 시인의 글처럼, 날마다 진료실에서 한 사람의 일생을 만나는 예사롭지 않은 저자의 일상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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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나와 당신의 소생기록지 소생 기록 No.1 거리 두기 #01 붕어빵 #02 괜찮아, 안 죽어 #03 생명 연장의 계단 #04 비밀 #05 첫 경험 #06 빠른 34 #07 뛰지 좀 말라고 #08 인사 소생 기록 No.2 인정하기 #09 진짜 할매 #10 부침개 #11 꽃보다 아들 #12 할머니의 손톱 #13 기다림 #14 나는 잘생겼다 #15 화이트데이 소생 기록 No.3 적응하기 #16 진심 #17 끝 #18 덕분에 #19 그저 #20 못다한 연애 #21 다행이야 #22 안 하든 짓 #23 할아버지 #24 바쁘다, 바빠 소생 기록 No.4 균형 잡기 #25 어느새 또 3월 #26 아니, 왜? #27 이미 괜찮은 #28 서비스 #29 남편 말고 #30 빠른 시간 #31 어느 가을날 #32 선생님 소생 기록 No.5 응답하기 #33 미세먼지 #34 소개 #35 버라이어티 #36 여우 #37 사과문 #38 선물 에필로그 사실 나는 괜찮지 않다

Description

소심하지만 씩씩하게! 대책은 없지만 당당하게!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 “할매.” “왜?” “괜찮아, 안 죽어요.” 문득 치밀어 오른 그 무엇 때문이었을까? 정말 간만에 나의 오래된 유행어가 튀어나왔다. 내 말의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할매는 ‘아이고’ 소리를 내며 허벅지 주무르던 것을 멈추고는 별말 없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나는 진료실을 나가는 할매의 뒷모습을 보며 ‘오! 아직도 이 말이 먹히네’라는 유치한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진료실을 나서려던 할매가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인사를 하시려나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마주 보는데 할매가 말한다. “다 죽어, 사람은.” 분초를 다투며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응급의학 전문의로 10년 vs.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동네 개원의로 10년. 조금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페이스 북을 통해 남긴 흩어지는 순간에 대한 기록이자 간헐적 단상을 모은 책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감각적인 문장 그 흔한 기승전결조차 없지만 36.5℃의 따뜻한 체온과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저자 특유의 시니컬함 속에 숨은 위트와 유머러스한 감성이 돋보이는 단짠단짠 에세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는 정현종 시인의 글처럼, 날마다 진료실에서 한 사람의 일생을 만나는 예사롭지 않은 저자의 일상을 만나보자. 어설프지만 따뜻한 위로, “괜찮아, 안 죽어” vs. “다 죽어,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묵직한 질문 눈에 작은 티끌이라도 들어가면 당사자는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이 괴로운 게 당연하고, 뜨거운 냄비 뚜껑에 손이라도 닿으면 손가락이 절단 날 것처럼 호들갑스러운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10년 동안 생과 사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동네 의원으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삶과 죽음의 위태로운 경계에 놓인 이를 이 세상으로 다시 끌고 오기 위해 늘 시간과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응급의학과 의사였던 저자는 어떤 환자를 만나든 ‘이 사람이 당장 죽을 것 같은가’를 먼저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에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동네 의원으로 터전을 옮긴 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며칠 약 먹으면 좋아질 장염 증상을 가지고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사람들이 찾아왔고, 응급실에 가라고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러도 말귀를 못 알아먹는 귀 어두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상대해야 했다. 정신없이 응급실을 뛰어다니며 축적되었던 아드레날린은 그저 집에서 좀 쉬면 좋아질 할매들의 콧물감기를 상대하기엔 너무 과한 것이었기에 저자는 언제든 진료실에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상대가 더 다가오지 못하도록 방어벽을 쌓는 수단으로 ‘괜찮아, 안 죽어’라는 말을 선택했다. 그는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물론 건강 상담을 하는 지인이나, 삶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주변인에게 ‘괜찮아, 안 죽어’라는 말로 서둘러 결론을 내려주었다. 이 말속에는 지금 당장 죽을 상황이 아니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위로의 뜻과 함께, 당신만 힘들고 아픈 게 아니며 산다는 게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으니 투정은 그만하라는 거절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나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가, 죽어가고 있는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먼저 걸어간 인생 선배들이 던지는 깊은 울림의 메시지 완고한 저자의 생각에 균열을 일으킨 이는 동료나 선후배가 아닌 ‘동네 할매’였다. 글을 배운 적 없어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모르고, 귀가 어두워 남의 말도 잘 듣지 못하는 할매지만 삶을 바라보는 한 끗 차이에서 비롯된 날카로운 시선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진 것이다. 결국 “괜찮아, 안 죽어”라는 말속에는 무한할 것 같은 나날들 중에서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버텨내야만 하는 나와 당신의 고민이 들어있고, “다 죽어, 사람은”이라는 말속에는 유한한 인생을 과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가 들어있다. 나는 오늘 살아가고 있는가, 죽어가고 있는가?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먼저 걸어간 노년의 인생 선배들이 툭하고 무심하게 전하는 메시지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느 덧 그는 심장이 멈추고 의식이 사라진 환자를 원래대로 돌리는 것만이 사람 살리는 일의 전부가 아님을, 그리고 우울하고 허무해서 도망치고 싶었던 일상이 결국 자신을 지켜주고 있음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살아있으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일상,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살려내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 지금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생명들에 연결된 온갖 모니터가 내지르던 삑삑거리는 불협화음 대신 마흔을 훌쩍 넘긴 큰아들이 장가도 안 가고 속을 썩여 입맛이 하나도 없다는 할매의 이야기를 듣고, ‘칠순 넘으니까 거시기가 거시기해서 응? 그 약, 그거 있잖아. 암튼 그 약을 좀 먹어 봐야 것는디’라는 할배를 만나고, 밤에 에어컨을 틀고 잤더니 아기가 감기에 걸린 것 같다면서 에어컨 말고 선풍기는 틀어도 되느냐는 젊은 엄마의 걱정 가득한 질문을 받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결국 살아있으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끝없는 일상 속에서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살려내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20여 년을 전문의로 지냈지만 여전히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들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며, 뒤늦게 어른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소심하지만 씩씩하게, 대책은 없지만 당당하게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이기 때문이다. 유쾌하지만 진지하게, 묵직하지만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저자는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의사들의 신춘문예라고 불리는 ‘제18회 한미수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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